트럼프를 진퇴양난에 몰아넣은 이란 항전
저렴한 무기로 중동 전역 미군기지 공격
이스라엘 방공망 무력화, 경제 혼란 야기
트럼프는 쿠르드족 동원한 지상전 만지작
수렁 빠진 것 확인하면 협상에 나설 것
이란, 핵 포기 위험성 안고 협상 응할 리 없어
결국 미국 내 정치지형 변화가 종전 이끌 것
전쟁 발발 1주일이 지났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의 '압도적 군사력'은 이란 체제 붕괴라는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에 대한 '참수 작전'은 이란을 와해시키기는커녕 분열된 민심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결정적 패착이 되고 말았다. 트럼프는 이란 전쟁을 압도적 공군력을 바탕으로 초단기 공중전으로 끝낼 수 있다고 착각하고 시작했지만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전쟁은 장기 소모전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판으로 시작된 전쟁은 이제 트럼프 대통령에게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물리친다'는 형국이 되어 그를 사면초가의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손자병법은 승리의 요체로 '지피지기'(知彼知己)를 강조한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비로소 승리를 도모할 수 있다는 이 오래된 경구 앞에서, 트럼프는 처음부터 낙제점이었다. 그는 이란의 실체를 직시하지 않았고, 알려 하지도 않았다. 이란의 실제 군사력을 현저히 과소평가한 오판과 함께, 치밀한 전략적 설계 없이 충동적으로 전쟁의 방아쇠를 당겼다. 전략적 문맹(戰略的 文盲)'이다.
적을 알고 대비한 이란, 전략적 문맹 미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백악관으로 돌아오고 있다. 2026. 03. 01 [EPA=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07/552865-A1PVkLX/20260307124242779acjd.jpg)
이란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목격한 순간부터 다음 표적이 자신들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20년에 걸친 조용하고도 치밀한 전쟁 준비에 돌입하였다. 핵시설과 지휘부는 험준한 산악의 심층 지하에 분산·은폐하였고, 막대한 유지비를 요하는 패트리어트식 고가의 방공망 대신, 상대적으로 저비용이면서도 파괴력이 결코 뒤지지 않는 미사일과 드론 전력의 고도화에 국력을 집중 투자하는 전략을 택하였다. 이란의 경제적 현실과 험준한 산악지형에 최적화된 방위전략의 선택이었다.
그동안 20년의 전쟁 준비노력이 이번 전쟁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산악지대의 깊숙한 곳이나 구름으로 뒤덮여서 공중탐지가 어려운 사막의 지하에 설치된 이동발사대는 탐지가 거의 불가능해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중폭격으로 파괴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이란은 오늘날 세계 최정상급의 극초음속 탄도미사일과 자폭 드론을 대량으로 보유한 군사강국이다.

그 결과 하메네이 암살 직후, 일체의 동요없이 일사분란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사전에 정밀하게 설계된 '전시 비상계획'이 즉각 가동되었고, 중동 전역에 산재한 미군 기지를 향한 보복 미사일 공격이 거침없이 감행되었다. 참수 작전으로 최고 지도자를 제거했지만 이란의 몸통은 이미 머리 없이도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하메네이 없는 하메네이 체제가 즉각 가동된 것이다.
시아파 1600년 '순교의 서사' 불 지핀 하메네이 참수작전
미국의 두 번째이자 가장 치명적인 오판은, 이란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시아파의 '순교' 에 대한 근본적 몰이해에서 비롯되었다. 시아파에게 순교는 단순한 죽음이 아니다. 그것은 신앙의 완성이자, 억압에 맞선 저항의 가장 숭고한 희생이다. 7세기에 시아파의 정신적 시조인 예언자 무함마드의 손자인 알리의 아들인 후세인이 전투에서 우마이야 왕조의 대군에 맞서 싸우다 장렬히 전사한 그날이 시아파의 출발점이 되었다. 이후 '순교'는 단순한 역사적 사건을 넘어 시아파 정체성의 핵심 서사로 영원히 각인되었다. 거대한 불의 앞에서 굴복하지 않고 산화한 후세인의 죽음은, 시아파 신앙 공동체에게 신성불가침한 저항의 원형으로 면면히 계승되어 왔다.

하메네이의 죽음은 바로 이 1600년의 서사 위에 포개졌다. 비판세력을 잔혹하게 탄압했던 그의 죽음은 미국의 눈에는 '참수 작전의 성공'으로 보였을지 모르나, 이란 국민의 가슴속에서는 후세인의 순교를 잇는 '성스러운 희생'으로 승화되었다. 하메네이의 순교는 이란 내부의 정치 지형을 하룻밤 사이에 뒤바꾸어 놓았다. 불과 얼마 전까지 거리를 뒤덮었던 반정부 시위의 함성은, '사탄 미국과 시온주의자들의 비열한 침략'이라는 공동의 적 앞에서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하메네이의 폭정과 혁명수비대 세력의 극심한 부패에 비판적이었던 시민들조차 '성전지하드)'의 기치 아래 하나로 뭉치기 시작했다. 외부의 적이 내부의 균열을 봉합한 것이다.
수백만 달러 요격 미사일 무력화시키는 저비용 신무기들
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이란 사회는 외부의 예상을 비웃듯 매점매석도 없고 생필품 구입도 변함없이 이루어지는 등 놀라울 정도로 안정된 일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한다. 이것이 이 전쟁의 본질적 딜레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상대와의 싸움에서, 군사적 승리란 애초에 불가능하다. 역사는 이미 그 답을 가르쳐준 바 있다. 베트남 전쟁이 웅변하듯, 세계 최강의 미국 군사력도 죽음을 불사한 민족적 결기 앞에서는 끝내 무릎을 꿇고 굴욕적인 철수를 감내해야 했다.
이란 전쟁은 20세기형 군사 패러다임의 근본적 한계를 세계 앞에 적나라하게 노출시키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수십 년에 걸쳐 공들여 구축한 항공모함 전단, 첨단 스텔스 전투기, 기갑 중심의 재래식 군사력은 21세기형 비대칭 신무기 체계 앞에서 속수무책의 무력함을 드러내고 있다.
그 역설은 숫자로 극명하게 드러난다. 한 발에 수백만 달러에서 수천만 달러에 이르는 아이언 돔 요격 미사일은, 수만 달러에 불과한 이란의 드론 떼를 감당하기에 이미 역부족임이 판명되었다. 비용 대비 효율의 전장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길 수 없는 게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연간 생산량이 고작 600기에 머무는 요격 미사일의 재고는 빠른 속도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항모 에이브러햄 링컨호에 착함하는 F/A-18F 슈퍼호넷 전투기 [AFP = 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07/552865-A1PVkLX/20260307124246874fpjs.png)
이스라엘 타격 넘어 미국 영향력 잠식이 이란의 전략 목표

이란은 예상을 뛰어넘어 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 등 친미 중동 국가들 내에 주둔한 미군 기지와 함께, 미국 자본이 집중된 친미 신흥 부국들의 일부 초호화 랜드마크 빌딩들을 탄도 미사일로 정밀 타격했다. 표면적으로는 군사 시설을 겨냥한 공격이었으나, 그 이면에는 보다 정교한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었다. 미국 디지털 빅테크 산업의 핵심 자금줄인 걸프 산유국의 국부펀드를 흔들기 위한 우회적 경제 압박 전략인 셈이다. 이는 이란의 전략적 목표가 단순한 군사적 대결을 넘어, 중동 전역에서 미국의 패권적 영향력을 근본부터 잠식하려는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쿠르드족 동원한 장기전 계획이 어려운 복잡한 사정

그러나 이는 쿠르드 족에게는 매우 위험한 도박이다. 인구 4000만의 쿠르드족은 수천 년의 역사 속에서도 끝내 독립국가를 이루지 못한 비운의 민족이다. 그 비운의 이면에는 내부의 복잡한 언어적·종교적 균열이 자리하고 있어, 통일된 군사적 행동을 기대하기란 애초에 무리다. 대다수 쿠르드인의 염원은 독립국가 수립이지, 미국의 용병으로 이란과의 전쟁에 동원되는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 미국이 이란 진격을 개시했다고 밝힌 쿠르드 민병대는 본래 이란 내에 거주하는 세력으로, CIA 또는 이스라엘 모사드와 긴밀히 연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목표가 이들을 통해 이란 내 반정부 세력의 봉기를 촉발하고, 나아가 이란을 내전으로 몰아넣는 데 있다고 분석한다.

협상 테이블로 발 뺄지도 모르는 '겁쟁이 트럼프(TACO)'
이갈 수 없는 전쟁을 무한정 계속할 수 없다는 현실을 트럼프는 곧 깨닫게 될 것이다. 미군의 지상전 투입은 곧 감당하기 어려운 인명 피해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며, 현재 30% 안팎에 머물고 있는 전쟁 지지율은 관 속에 담겨 돌아오는 병사들의 숫자와 반비례하며 급격히 추락할 것이다. 다가오는 중간선거에서의 참패는 상·하원을 민주당에 내주는 것을 넘어, 탄핵이라는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촉발된 유가 폭등이 겹친다면, 그 충격은 전선을 넘어 미국 경제 전반을 강타할 것이다. 물가는 치솟고 민심은 이반하며, 공화당의 정치적 몰락은 시간문제가 된다. 트럼프가 시작한 전쟁이 트럼프 자신과 공화당을 집어삼키는 아이러니, 그것이 현실로 다가오게 되면 트럼프는 그의 별명 'TACO'(타코, Trump Always Chickens Out, 겁쟁이 트럼프)'에 걸맞게 협상 테이블로 조용히 발을 빼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협상의 앞길은 순탄치 않다.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암살한 '사탄의 나라'와 마주 앉아 협상에 응하는 것을 이란 국민이 과연 용납할 것인가. 하메네이가 죽은 뒤 이란의 지도부는 강경파로 메워져 '사탄'과 타협에 매우 부정적이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핵이다. 이번 전쟁을 통해 핵무장만이 체제 생존의 최후 보루임을 뼈저리게 확인한 이란의 새 지도부가, 과연 핵을 순순히 내려놓을 것인가. 카다피와 후세인의 비극적 말로를 반면교사로 삼고 있는 이란이 핵 포기의 대가로 체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믿을 가능성은 낮다고 할 수 있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미국과 이스라엘은 합동 지상전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란의 험준한 산악 지형에서 감행하는 침공 작전은 군사학의 기본 원칙조차 거스르는 무모한 시도다. 공격 측은 방어 측의 최소 4배 이상의 병력을 투입해야 하며, 그마저도 천문학적 인명피해를 각오해야 한다. 협곡과 능선이 천연 요새를 이루는 지형에서 기갑부대의 기동은 애초에 불가능에 가깝다. 그것은 전세 역전의 승부수가 아니라, 수렁으로 뛰어드는 자멸적 도박에 불과할 것이다.
결국 이 전쟁의 진정한 종식은 전장이 아닌 미국의 정치 지형의 변화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가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을 모두 민주당에 내주는 역대급 참패를 당하고 탄핵의 벼랑 끝으로 내몰릴 때 이 무모한 전쟁은 막을 내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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