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주류의 교체라는 거대한 변화
[프레임과 이야기]
[미디어오늘 김진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보수 정당의 극우화, 진보 정당의 중도화. 그리고 요즘 가장 많이 언급 되어지는 말인 '뉴 이재명'. 각기 다른 이유로 변화를 겪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큰 틀에서 보면 '주류의 교체'라는 범주 안에서 상호 연결되어 벌어지는 일이다.
비단 이러한 변화는 최근, 그러니까 이재명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그의 통치 스타일로 인해 갑자기 벌어진 일이 아니다. 수십년에 걸쳐서 서서히 이뤄진 변화이며 그 기간 동안 주류는 비주류로, 비주류는 주류로 변화되어 왔다.
너무 먼 얘기라고 할 수도 있지만 해방 이후 우리 사회의 주류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당연히 당시 주류는 친일파들이었다. 그리고 이에 맞서는 비주류로서 독립운동 진영 혹은 민족주의 진영이 존재했다. 전자가 여당으로 후자가 야당으로 구도가 짜여져서 거의 80여년을 이어지게 된다. 시간은 길지만 주류와 비주류의 구도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민주화가 이루어지면서 이 구도에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특히 민주화 이후 갑자기 찾아온 IMF 외환위기는 사람들의 인식 변화의 촉발점이 됐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주류가 반드시 책임져야 하는 것, 즉 먹고 사는 일에 대해 해방 이후 '구 주류'가 가장 크게 실패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신 주류'인 김대중 정권이 가장 큰 성공의 업적을 쌓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대중 대통령 본인의 적극적인 인사 영입도 있었지만 그때를 전후 해서 '구 주류'에 가장 격렬하게 맞서 싸우던 상징성을 지닌 운동권이 정치권으로 대거 유입된다.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부터 문재인 정권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은 '신 주류'로서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게 된다.
그 과정에서 소위 '아스팔트 부대'가 등장한다. 현재 보수 극우화의 출발 격이 되는 일이었다. 이들은 '구 주류'가 세계관으로 삼았던 '냉전'과 '반공' 그리고 '친미'라는 개념을 공유하는 이들이었고, '구 주류'가 실제로 주류이던 세상의 복원을 원했다. 주류가 비주류로 밀려 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었다.
그리고 그 끝에 윤석열과 불법 계엄이 자리잡고 있다. 그들의 입장에서 계엄은 '신 주류'가 지배하고 있는 세상에 이제는 확실하게 비주류가 되어버린 '구 주류'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인 '혁명'을 실행한 것이었다.
그 혁명이 실패로 끝나고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자 이제 '신 주류'에게도 변화가 찾아 왔다. 운동권은 태생적으로 '구 주류'에 맞서던 존재들이었다. 이는 그들이 주류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비주류'의 세계관을 갖고 있음을 의미했다. '거악'을 상정하고, 그 '거악'에 맞서는 언더독으로서의 정체성 말이다.
하지만 '주류'에게 보다 요구되어지는 것은 앞서 언급했듯이 '먹고 사는 일'에 대한 안정적이고 확실한 해결과 보장이다. 아쉽게도 운동권 출신 정치인과 그들이 주류가 되었던 정권은 그 부분에 대해 유능한 편은 아니었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무능했다기 보다는 그들의 세계관과 정체성 속에서 그것은 최우선 순위가 되기 어려웠다고 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운동권 출신 '신 주류'가 바로 그 부분에서 약점을 보이는 사이 정치인으로서 급격하게 성장한 인물이다. 그 개인의 노력과 재능도 물론 있겠으나 운동권 출신들의 정치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약점이 그에게 기회였던 면도 무시할 수 없다.
이재명 정권의 등장은 그렇게 보면 '구 주류'에서 '신 주류'로의 교체가 완료되었음을 의미한다. 요즘 가장 많이 언급되어지는 '뉴 이재명'은 바로 이 지점과 직결되어 있다. '신 주류'에 대해 대다수 국민들이 이제는 '주류'로서 확실히 인정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이러한 변하는 칼로 무자르듯 단박에 끝나는 건 아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엔 구주류와 신주류의 갈등 국면이 남아 있고 그것은 앞으로도 계속 진행이 될 것이다. 다만 너무 좁은 시야 속에서 보수의 극우화나, 민주당의 중도화, 뉴 이재명의 등장을 바라보는 것, 그리고 특정인을 지목해서 비난하는 것은 주류교체라는 본질적인 변화를 간과하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역사의 거대한 변화 위에 서 있음을 자각할 때 보다 합리적인 미래 비전을 그려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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