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주민 90% 폐쇄 찬성에도 “못 나가”… 단지 내 테니스장 소송전 비화
“공용 공간인데” vs “권리 있어” 수원 대단지 아파트 테니스장 ‘법정 다툼’
다목적 공간 원한 입주민, 가처분 낸 동호회
소음·빛 공해에 독점 논란까지
25년 테니스장 둘러싼 파열음

지난 6일 오후 12시께 찾은 수원시 영통구 A 아파트. 25년 전 아파트가 생길 때부터 자리하고 있던 테니스장을 두고 입주민들은 ‘골칫덩이’라고 표현하며 고개를 가로지었다. 테니스장 입구에 붙은 ‘입주민 투표 결과 테니스장을 다목적 운동 공간으로 변경하기로 결정했으므로, 테니스 동호회는 관련 시설을 철거해달라’는 내용의 안내문 바로 위에는 ‘해당 테니스장은 폐쇄 효력을 정지하는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며, 법원 판단이 확정되기 전까지 관련 시설을 철거하지 말라’는 경고문이 맞붙어 있었다.
수원시 1천800세대 규모 대단지 아파트에서 단지 내 테니스장을 둘러싸고 입주민 간 갈등이 벌어졌다. 테니스장을 둘러싼 이견은 법적 다툼으로 비화한 상태다.
입주민들이 단지 내 테니스장을 다른 운동 공간으로 바꾸려고 하자 이 테니스장을 사용하던 동호회가 나갈 수 없다는 식으로 맞서는 것인데, 동호회 측에서 입주민대표회의를 상대로 폐쇄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테니스장을 둘러싼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번졌다.
입주민들에 따르면 A 아파트 입주민대표회의는 지난해 입주민 투표를 거쳐 90.8% 찬성율로 테니스장을 다목적 운동 공간으로 바꾸기로 했다. 그러나 다른 입주민으로 구성된 테니스 동호회가 이같은 계획 이행을 멈춰달라는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가처분 신청서에 따르면 동호회는 ‘테니스장 운영에 있어 변경 사항이 생길 경우 동호회와의 협의가 필요하다’며 테니스장에 대한 권리가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입주민 김모(34)씨는 “테니스장은 테니스를 치는 소수만 이용하기 때문에 안에 들어가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엄연히 아파트 입주민들의 공용 공간이고, 투표를 거쳐 절대 다수가 다른 시설로 사용하자는데 ‘못 나간다’는 식으로 나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호회 측의 가처분 신청에도 입주민들이 소송전까지 고려하는 이유는 테니스장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빛 공해를 더 이상 참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다른 입주민 김모(60)씨는 “밤에도 불이 훤하게 켜져 있는가 하면 아침 일찍부터 ‘탁탁’ 테니스 치는 소리가 들린다”며 “소송 비용이 수천만원 들 수도 있다고 들었지만 개의치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가처분 신청에 대한 양측의 심문은 이달 18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마주영 기자 mang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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