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앤락 한국공장 구조조정 법원서 '제동'…"해고 기준 불공정"

곽용희 2026. 3. 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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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난에 국내 생산·물류 안성사업장 폐쇄
"인건비 높고 설비 운영 비효율" 주장
노조 반대에도…희망퇴직 거부한 32명 해고
결국 부당해고 소송
재판부 "경영난 맞지만, 해고 기준 불공정"
"잔류 인원 정하고 나머지만 희망퇴직 받아"
사진=뉴스1


중견 생활용품 기업 락앤락이 경영난에 내몰려 국내 생산 공장을 폐쇄하고 소속 근로자들을 정리해고했지만 법원에서 '부당해고'라며 제동을 걸었다. 재판부는 정리해고의 경영상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회사가 해고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안성사업장 폐쇄 당시 희망퇴직 거부 32명 해고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부는 지난해 12월 락앤락이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하며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2005년 설립돼 약 540명의 직원을 둔 중견 생활용품 락앤락은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에도 법인을 둔 탄탄한 기업이었다. 하지만 최근 온라인 중심의 유통 환경 변화와 원가 상승으로 인해 국내 생산 부문에서 고전해 왔다. 결국 2023년 11월부터 국내 물류·생산을 담당하던 안성사업장을 폐쇄하고 모든 업무를 외주화(아웃소싱)하겠다고 결정했다. 동시에 노동조합에 고용안정위원회 개최를 요청하며 구조조정 시동을 걸었다. 노조는 "사업 중단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며 철회를 요구했지만, 회사는 2023년 11월부터 안성사업장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세차례에 걸친 희망퇴직을 통해 안성사업장 인력 146명 중  83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고, 일부는 서울사업장 등으로 전환 배치되거나 잔류하게 됐다. 회사는 이들을 제외한 근로자 32명에 대해 2024년 1월 31일 자로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즉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해고된 근로자들은 즉각 반발해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냈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모두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회사측이 불복해 서울행정법원에 '재심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하며 법정 싸움으로 이어졌다. 

 ○법원 "경영난 심각하지만…해고 방식 틀렸다"

재판부는 경영상 해고의 4대 요건 △긴박한 경영상 필요 △해고 회피 노력 △합리적·공정 기준 △성실한 협의 준수 여부를 따져 근로자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먼저 노동위원회와 달리 회사가 '경영 위기 상황'이란 점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회사는 2018년부터 지속적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정리해고 전인 2023년 영업손실 폭이 더 커졌다"며 "매출원가 비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어 이를 절감할 합리적인 필요성이 있었다"고 봤다.

이어 "안성 사업장 근로자 임금수준은 동종 업계에 비해 비교적 높은 수준이었고, 설비의 가동 역시 효율적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이에 반해 생활용품 시장엔 경쟁업체가 다수 등장하고, 유통시장 환경이 온라인 위주로 변화하며 가격경쟁이 가속화하는 등 구조적 문제도 작용해 경영상황이 쉽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당기순이익이 흑자를 기록하고 있던 점에 대해선 "대부분 금융수익(해외 자회사로부터의 배당금수익)으로 인한 것이었다"며 "국내 생산·물류 부문인 안성사업장을 폐지하고 잉여인력을 감축한다고 결정한 것이 객관적으로 불합리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회사가 해고를 피하려 노력했는지에 대해선 "임원 규모를 줄이고, 세 차례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특별퇴직위로금을 지급했고, 일부 근로자를 전환 배치하거나 잔류시키는 등 해고 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조치를 취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상자 선정의 공정성'이 발목을 잡았다. 락앤락은 "업무의 필요성을 고려했고 그 외 다른 조건들을 감안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업무상 필요성 외에 근로자 측면의 요소(건강 상태, 부양의무, 근무성적 등)들이 어떻게 보완적으로 고려됐는지 불분명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품질 관리, 가격 협상 등을 담당하는 근로자들을 미리 잔류 인원으로 선정하고 이들에겐 별도로 희망퇴직 신청도 받지 않았다"며 "이는 선정기준과 무관하게 잔류인원과 해고인원을 선정한 것"이라고 꼬집고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기준을 정해놓고 사람을 고른 게 아니라, 남길 사람을 미리 정해놓고 나머지 사람들을 해고했다는 취지다. 회사 측은 항소했다. 

락앤락은 2023년까지만 해도 200억 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위기설이 파다했지만, 2024년 실적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생산 외주화(아웃소싱)를 통해 매출원가율을 60%에서 50%대로 낮추면서 급한 불은 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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