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절절함이란, 참 멋 없다!…무심하게 툭 던지는 말의 매력

2026. 3. 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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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안 했습니다만, 시집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시인.

202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 신이인이 사랑하는 시집을 소개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배시은 시인의 첫 시집 '소공포'를 펼쳤을 때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타고났든 의도적이든 간에 멋있는 시집을 만날 기회는 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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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시은 시집 '소공포'
편집자주
결혼은 안 했습니다만, 시집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시인. 202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 신이인이 사랑하는 시집을 소개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산책하다가 쉬고 싶어 들어간 카페가 너무 정성스러울 때는 움츠러드는 기분이 든다. 로고가 프린트된 대형 거울, 진열장을 채운 화려한 디저트, 내세울 것이 많아 꽉 차 보이는 메뉴판, 샹들리에에 턴테이블까지…. 소셜 미디어에서 볼 법한 '멋진 카페'의 요소를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마주하면 어쩐지 조금은 도망가고 싶어진다.

최선을 다하는 행위는 가끔씩 본의에 어긋난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다. 손님을 초대해 요리를 하는 날이면 평소에 하지 않던 실수를 하고, 중요한 일정을 위해 신경 써서 입은 옷은 어딘가 조잡해 보인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등단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발표한 내 글은 낯간지러워서 다시 볼 수가 없다. 잘하고 싶은 마음 탓에 잔뜩 힘이 들어간 문장들이 얼굴을 화끈거리게 만든다. 이 구구절절함이란, 참 멋 없다!

"관리인은 내게 방을 고를 수 있는 권한을 주겠다고 했다. 남은 방은 하나였으므로 권한은 작디작고 주눅 들어 있었다.// 바퀴 달린 짐 가방 건강을 해칩니다." ('바퀴 달린 짐 가방' 전문)

그런 의미에서 배시은 시인의 첫 시집 '소공포'를 펼쳤을 때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시인의 출사표가 유난히 간결했기 때문이다. 사물과 상황 앞에서 오래 머무르는 대신 손끝으로 쓱, 훑고 가버리는 듯한 태도는 예상치 못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시를 쓰며 지어낼 법한 표현을 열심히 읊지 않는 화자에게 관심이 갔다. '쿨'해 보였달까, '힙'하달까, 아무튼 멋스러웠다.

소공포·배시은 지음·민음사 발행·148쪽·1만2,000원

"무슨 소원을 빌었냐는 질문에 대답 못 했다. 소원이 없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빌 수 있는 소원이 없다. 사람들이 소원을 빌 때 그리고 소원은 발설하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입을 꾹 다물 때 사람들의 속내라는 것이 아득히 멀고 무섭게 느껴진다./ 자 소원을 빕시다." ('역소원')

구구절절하지 않다고 해서 가벼운 것은 아니다. 이 시집은 제법 골똘한 구석도 갖추고 있다. 소원을 빌고 묻는 행위, 의견을 가지는 자세, 소공포와 마주할 때의 작은 공포애 관해 시인은 공들여 사유한 후 휘갈기듯 남겨놓는다. 이것 참, 진지하다고 봐야 할까, 진지하지 않다고 봐야 할까. 정해진 양식에 구애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배치된 행들은 시집의 분위기를 더욱 기묘하게 만든다.

종종 생각한다. 노력하지 않는 자연스러움은 어떻게 멋이 될까. 사실 멋있는 자연스러움이란 노력을 통해 만들어진 것, 즉 부자연스러운 멋은 아닐까 의심해보기도 한다. '소공포'를 읽는 동안에는 이 의심도 무용해진다. 타고났든 의도적이든 간에 멋있는 시집을 만날 기회는 흔치 않다.

"무엇이든 액자에 가둬 봐/ 「이렇게」/ 「그럴듯하게」"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느낌」에 반해 버렸다')

신이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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