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찌개에 곤충가루 ‘톡톡’…곤충식을 아시나요[이설의 한입 스토리]
<이설의 한입 스토리>
우리가 삼키는 모든 것에는 이야기가 깃들어 있습니다. 식재료의 탄생과 변화, 맛에 얽힌 기억과 감정들을 들여다봅니다.

곤충 식용 역사는 인류 탄생만큼 깊다. 기원전 7세기 아시리아 벽화에는 메뚜기를 꼬치에 끼워 구운 음식이 등장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땅속에서 마지막 껍질을 벗기 전 유충이 제일 맛나다”라는 ‘매미 시식평’을 남겼다.
동양에서는 중국이 ‘6다리 미식’을 선도했다. 3000년 전 주나라에서 왕의 수라상에 개미 알로 담근 젓갈을 올렸다는 기록이 전해진다.우리나라는 허준의 ‘동의보감’에 95종의 곤충이 약재로 등장한다. ‘매미 허물은 해열에 좋고, 굼벵이는 간에 좋다’는 식이다.
오늘날도 다르지 않다. 2024년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따르면 전 세계 128국에서 2205종의 곤충을 소비하고 있다. 단백질 보충원, 길거리 간식, 미식가의 별미 등 쓰임새가 다양하지만, 핵심은 미래 식량원이다. 환경 훼손 부담은 적고 영양은 꽉 찬 이 작은 생명체가 식량난을 해결할 것이란 관측이다.
기지개 켜는 식용 곤충 산업

오란다에 붙은 고소애를 떼 먹고 있으려니, 송 대표가 한 움큼 털어 넣어야 맛이 잡힐 거라며 건조 고소애 한 통을 깠다. 각종 건어물과 견과류를 한데 뒤섞은 맛이 났다. 40대 이상은 보통 새우깡을, 20대는 아몬드를 떠올린다고 한다. 초코 쿠키에서는 고소애 향이 느껴지지 않았다.

탄력을 받던 시장은 2019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브레이크가 걸렸다. 활로가 막혔고 소비자들은 새로운 먹거리에 지갑을 닫았다. 주춤했던 시장은 최근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희삼 국립농업과학원 연구관은 “코로나19 종료 이후 곤충 사육 농가와 관련 제품 판매액 모두 증가 추세다. 2028년 이후엔 식용 곤충 거점도시 4곳도 본격 운영된다”고 했다.
육식, 채식, 그리고 곤충식

부산에 거주하는 신영미 씨는 5년 전 곤충식에 눈 떴다. 환경 보호 차원에서 육식과의 이별을 고민하던 차에 아이들과 곤충농장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처음 고소애를 맛본 뒤 식탁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다. 지금은 일상 요리에 조미료처럼 곤충 분말을 넣고, 과자 대신 건조 고소애나 고소애 쿠키를 간식으로 즐긴다.
신 씨가 말하는 곤충식의 매력은 ‘두루 괜찮다’. 그는 “식용 곤충 제품은 환경 친화적이고 영양이 우수하며 맛도 나쁘지 않다”라며 “육식이나 채식처럼 곤충식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체중 증가에 민감한 중장년층 고객도 적지 않다. 40대 중반 김지훈 씨는 동료 추천으로 1년 전 맛본 건조 고소애를 야식 메뉴로 낙점했다. 그는 “100g 가격이 1만1000원 선으로 저렴하진 않지만 성분의 절반 이상이 단백질”이라며 “기존에 즐기던 육포 가루보다 가성비가 좋고맛도 괜찮아 야식 메뉴로 정착했다”고 했다.

미슐랭 레스토랑의 ‘개미 소동’
최근 국내의 한 미슐랭 식당에서 ‘개미 소동’이 일었다. 신맛을 위해 개미를 얹은 음식을 판매하다가 보건 당국에 적발된 것. 김민정 농림축산식품부 그린바이오산업팀 주무관은 “국내에서 식재료로 허가된 곤충은 메뚜기, 누에(유충, 번데기), 꽃벵이, 고소애, 쌍별귀뚜라미 등 10종이다. 개미는 식품 원료로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식용 가능한 곤충은 국가마다 다르다. 법적 허가 종 수는 싱가포르 16종, 벨기에 10종, 유럽연합(EU) 4종, 스위스 3종 등 다양하다. 관습적으로 곤충을 가장 많이 섭취하는 국가는 멕시코(450종) 태국(272종) 인도(262종) 콩고민주공화국(255종) 중국(235종) 브라질(140종) 일본(123종) 순이다.

산업혁명 이후 곤충식을 멀리했던 서구권은 환경 이슈를 계기로 시장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미국은 MZ세대를 중심으로 단백질바, 셰이크 같은 ‘슈퍼푸드’ 시장이 급성장하는 모양새다. 프랑스는 세계 최대 규모 곤충 자동화 공장을 갖춘 스타트업 인섹트(Ÿnsect)를 중심으로 단백질 분말과 사료 시장 선점에 나섰으나, 최근 파산하며 시험대에 올랐다. 네덜란드는 곤충 스마트팜 기술의 연구개발(R&D) 허브로서 유럽 내 규제 완화와 기술 표준화를 이끌고 있다.

바이오-의약 소재로도 주목

한국은 예로부터 메뚜기를 튀기거나 번데기를 삶아 간식으로 즐겼다. 그럼에도 곤충 요리를 대하는 태도는 경직된 편이다.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그 배경으로 급속한 도시화를 짚었다. 주 교수는 “1970년대 아파트 문화가 퍼지는 과정에서 곤충은 박멸 대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이후 조미료 배제와 유기농 선호 흐름을 타고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해졌다”고 설명했다.
심리적 장벽을 낮추기 위해 업계는 교육 현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니오타니곤충농장은 초중고 환경 체험 수업에 곤충 모양 마들렌, 무화과 쿠키 등으로 구성된 맞춤 키트를 공급하고 있다. 농업과학기술원은 곤충 이름을 친근하게 바꾸고 곤충 성분 프로틴을 ‘파워프로틴-I(Insect·곤충)’로 바꾸는 등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곤충 추출 원료를 기능성 소재로 활용하는 흐름도 강화하고 있다. 한미양행은 최근 고소애에서 근력 개선을 돕는 원료 추출에 성공해 농림식품신기술(NET) 인증을 획득했다. 차의과학대와 큐비엠은 홍잠(익은 누에)의 비만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케일은 고소애 오일에서 비타민D3를 생성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시장 측면에서 가격과 접근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조 교수는 “소비자가 호기심으로 한 번 먹는 단계에서 반복 구매로 넘어가려면 맛, 편의, 가격이 일반 식품과 경쟁 가능한 수준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식과 육식 사이의 모호한 정체성도 걸림돌이다. 주 교수는 “채식주의자는 곤충도 생명이라고 하고, 육식주의자는 맛과 익숙함에서 곤충식이 덜 매력적이라고 느낀다”며 “맛과 가격을 잡아야 곤충식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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