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분이 가격보다 중요”…가성비 넘어 ‘필코노미’ 왔다

이서현 기자 2026. 3. 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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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향기를 맡고 있으면 하루종일 기분이 좋거든요. 비싼 가격이지만, 내 기분이 더 중요해요."

7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자신의 감정과 기분'에 따라 과감히 지출하는 이른바 '필코노미(기분 Feel+ 경제 Economy)'가 핵심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고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명예 교수는 "필코노미는 철저하게 나의 '기분'을 위해 구매하는 행위"라며 "우울하거나 침체된 감정을 좋게 만들고 업그레이드하려는 심리가 기저에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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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과 감정이 산업·마케팅 움직이는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
전문가 “취향 따라 소비 품목 세분화…확고한 소비 패턴으로 자리 잡을 것”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생성한 이미지. 경기일보 AI 이미지


“이 향기를 맡고 있으면 하루종일 기분이 좋거든요. 비싼 가격이지만, 내 기분이 더 중요해요.”

안양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씨(27)는 향수 매니아다. 좋아하는 향기를 바꿔 뿌리며 자신의 감정과 기분을 컨트롤한다. 다양한 브랜드의 향수는 물론, 바디 워시, 핸드 워시 등을 사용하며 만족감을 극대화한다. 향수 100㎖에 30만원, 비싸게는 70만원에 달하는 고가이지만, 취향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7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자신의 감정과 기분’에 따라 과감히 지출하는 이른바 ‘필코노미(기분 Feel+ 경제 Economy)’가 핵심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고있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 속에서 효율·성능을 따지는 ‘가성비’에서, 개인의 만족과 취향을 우선하는 ‘가심비’로, 그리고 이제는 기분과 감정이 산업과 마케팅을 움직이는 한 축으로 확대 됐다.

판교 현대 백화점의 한 향수 매장 관계자는 “향수를 구매하는 20~30대 고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특히 남들과 다른 향을 찾는 소비 성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백화점 화장품 매장에 다양한 향수와 뷰티 제품이 진열돼 있다. 최근 가격보다 개인의 취향과 기분을 중시하는 소비가 늘면서 니치 향수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서현 기자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판매하는 니치 향수 브랜드 매출 역시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딥티크’, ‘산타마리아노벨라’, ‘엑스니힐로’ 등 인기 있는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SNS에서 ‘뉴요커의 향’으로 화제를 모은 엑스니힐로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20% 급증했다.

책 ‘트렌드 코리아 2026’ 역시 이러한 변화를 주목했다. 과거 소비가 허기를 채우거나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한 합리적·과시적 동기에서 비롯됐다면, 이제는 ‘기분 전환’이라는 개인적이고 감성적인 이유가 강력한 구매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나아가 소비자들은 자신의 취향을 깊게 파고들면서, 좋은 기분을 의도적으로 설계하고 디자인하려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 주어진 기분에 머무르기보다 원하는 감정을 능동적으로 만들어내며 소비하는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프리미엄 타올 브랜드 더그란 인스타그램 게시물 캡쳐. @thegrann.kr


이 같은 흐름은 향수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확인된다.

과거 기념품이나 답례품으로 받아 사용하던 수건은 일상의 기분을 전환하는 새로운 아이템으로 급부상했다. 다양하고 세련된 디자인과 프리미엄 라이프 스타일을 내세우며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주요 프리미엄 수건 브랜드의 건당 이용액은 2023년 5만 3천원에서 2025년 7만 천원으로 33.9% 증가했다. 개당 수만 원에 달하는 가격임에도 ‘나만의 무드’를 위해 기꺼이 지불하는 수요가 늘어났다.

전문가는 필코노미는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하나의 확고한 소비 패턴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명예 교수는 “필코노미는 철저하게 나의 ‘기분’을 위해 구매하는 행위”라며 “우울하거나 침체된 감정을 좋게 만들고 업그레이드하려는 심리가 기저에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는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려는 ‘보상 소비’와 깊게 연결되어 있으며, 개인의 취향에 따라 소비 품목이 세분화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부연했다.

이 교수는 “정보화 사회에서 개인의 취향은 더욱 세분화되고 강화되고 있다”며 “기업은 소비자의 기분을 정교하게 해석하고,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서현 기자 sunshin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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