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창비' 회갑을 맞다
ㆍ"K 담론의 거점 역할 지향"

계간 '창작과 비평' 창간 60주년 기념식이 지난 27일 오후 6시 서울 망원동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렸다. 지난 1966년 창간된 계간지 '창작과 비평'(약칭 '창비')은 백낙청 당시 서울대 영문과 교수를 중심으로 태동했고, 그 이후 문학의 현실 참여를 주도했을 뿐 아니라 진보적 지식인 진영의 정론지를 대표해왔다.
백낙청 창비 명예 편집위원은 이날 기념식장에서 "70년대에 정부의 탄압으로 계간지가 어려움에 놓였지만. 많은 사람이 남모르게 도와줬다"라면서 잠시 목이 잠기기도 했고, "특히 경기중학교 동창인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정권의 눈을 피해 도와줬다"라고 공개했다.
계간 '창비'를 대표해 온 소설가 황석영은 이날 "지금껏 살면서 여러 곳을 떠돌아다녔지만, 창비는 늘 내가 돌아가야 할 집과 같았다"라면서 "요즘 오른쪽 눈이 보이지 않지만 앞으로 몇 편 더 쓸 계획"이라고 향후 창비에서의 신작 출간 의욕도 밝혔다.
계간 '창비'의 이남주 편집주간은 창간 60주년 기념호를 통해 "본지는 한반도에서 축적된 '인류 공동의 사상자원(思想資源)'을 힘있게 모아내고 널리 발산하는 작업을 위해 창간 60주년을 맞으며 'K 담론의 거점'이라는 역할을 더욱 적극적으로 감당하고자 한다"라고 선언했다.
계간 '창비'는 지난 1974년 출판사 '창작과 비평사'를 설립해 출판문화를 이끌어왔다. 신경림 시인의 시집 《농무》를 비롯한 창비 시선(詩選), 황석영의 소설집 《객지》 등 리얼리즘 문학의 산실 역할을 했다. 반공 이데올로기의 틀을 깨뜨린 리영희의 저서 《전환 시대의 논리》 등 굵직한 인문 사회과학 서적을 내면서 진보 진영의 담론 형성을 선도했다.
1980년 전두환 신군부 정권에 의해 폐간된 계간지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 복간된 뒤 꾸준히 문단의 중심을 차지했다. 지성의 역할이 쇠퇴하는 현실 속에서도 문학 계간지로서는 전 세계적으로 보기 드물게 정기독자가 1만 명에 이른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의 대표작 《채식주의자》도 창비가 거둔 결실 중 하나로 꼽힌다.
창비 출판사에서 베스트셀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낸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날 60주년 기념식장에서 축사를 통해 "(서울대)67학번인 저는 대학생 때 계간 '창비'를 읽으면서 성장한 '창비' 키즈"라고 밝혔다.
창비 출판사에서 역시 베스트셀러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낸 소설가 정지아도 "1980년대 대학생 때 계간 '창비'를 읽으면서 문학을 공부했다"라면서 "저희 어머니가 현재 100세를 넘기셨으니까, 그 피를 이어받은 저도 아마 창비 100주년 기념식에는 참석할 수 있을 테니 제가 살아있다면 불러달라"고 출판사에 당부했다.
창비는 60주년을 맞아 창비문화재단을 설립했고, 소설가 현기영이 초대 이사장을 맡았다. 창비문화재단은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현기영 이사장은 이날 기념식장에서 "계간 '창비'를 보고 나서 문학의 앙가주망(현실참여)에 눈을 떴다"라면서 "창비 출판사 근처의 술집에서 동료 문인들과 술을 마시면서 없던 용기도 얻으면서 글을 쓸 수 있었다"라고 뒤돌아봤다.
박해현 문학전문기자 hhpark@oknews.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