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컴백하는 21일, ‘케이팝의 날’로 기억될까 [.txt]

한겨레 2026. 3. 7.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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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피디의 큐시트
내란 단죄 시작, 사법 개혁은 계속
BTS 광화문 무료 공연 기대감 만발
영화계도 모처럼 훈풍…그야말로 ‘봄’
방탄소년단이 2018년 엠엠에이(MMA·멜론뮤직어워드)에서 ‘아이돌’을 부르는 모습. 우리 전통문화를 환상적으로 녹여냈다고 평가받았다. 이번 5집 앨범 제목은 ‘아리랑’이다. 유튜브 ‘방탄티브이’(BANGTANTV) 갈무리

4월이라고 하면 잔인한 계절이라는 표현이 먼저 떠오른다. 개인적 느낌일 수도 있는데, 시인 엘리엇(T. S. ELIOT)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시 ‘황무지’에서 중세 시대의 영문학 작품 ‘캔터베리 이야기’의 서문을 비틀어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선언했다. 딱 그 한 구절만큼은 너무나도 친숙하지만, 사실 ‘황무지’는 너무나도 길고 난해하여 영문학 전공자도 제대로 읽기 어려운 시다. 혹시 ‘황무지’를 다 읽어본 독자가 있다면, 얼마나 이해했느냐를 떠나 대단한 끈기와 문학적 재능의 소유자임이 분명하다. 어쨌든 엘리엇 때문에 4월은 좀 억울하게 됐다. 3월은 다르다. 봄이 시작하는 달답게 곧잘 춘삼월이라는 예쁜 이름으로 불린다. 겨우내 움츠렸던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 춘삼월. 나는 10살 정도부터 대략 40번 정도의 봄을 기억하는데 올해만큼 우리나라가 모든 면에서 봄처럼 느껴진 적이 없었다.

증시는 이미 지난해 봄부터 지금까지 1년째 봄이다. 2025년 4월9일에 2284까지 떨어졌던 코스피 지수는 무려 4000 넘게 올라 지난 2월 6347을 찍었다. 이 글을 독자님들이 볼 때쯤엔 정확히 얼마일지 알 수 없다. 6400도 돌파했을까? 아니면 하락했을까? 전문가들의 예상은 엇갈린다. 코스피가 이미 한여름을 지나 이제 추워질 날만 남았다고 말하는 비관론자들도 있고, 아직 한참 더 상승분이 남은 봄이라고 하는 낙관론자들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이거다. 1983년에 시가총액식 주가지수인 코스피가 등장한 이래 1년 동안 4000은커녕 2000 넘게 오른 적도 없다. 상승률로 따져도 세배 가깝게 불어났다. 재미를 보신 분들에겐 축하를, 소외된 분들에게는 위로를 전하며 이 노래를 골라본다. 업타운이 부릅니다. 올라올라!

https://youtu.be/_WMpylE9ass?si=InEOh1ls3mewFmBS

정치권에서도 봄바람이 불고 있다. 무엇보다 수괴 윤석열을 비롯한 내란 참가자들에 대한 재판이 속속 진행되고 마무리되는 중이다. 아쉬운 판결도 있지만, 사법개혁도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으니 지켜볼 일이다.

윤석열 정권이 탄생하고 쇠락한 과정을 돌아보면 꿈 같다. 꿈 중에서도 아주 기분 나쁜 악몽. 꿈의 기원은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 집회가 열리던 광화문 광장에는 거대한 스크린이 종종 등장했다. 당시 국정농단 수사를 맡은 박영수 특검과 윤석열 검사의 모습이 스크린에 등장할 때마다 광장을 가득 메운 촛불 시민들은 그들의 이름을 영웅처럼 연호했다. 나 역시 그랬다. 무명 검사였던 윤석열이 국민적 스타로 발돋움하던 그 장면이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르고, 선명한 만큼 부끄럽고 화가 난다.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 시민들에게 외치고 싶다. 윤석열은 영웅이 아니라 나중에 쿠데타와 내란을 일으킬 역적이라고. 박영수 특검도 최악의 뇌물 검사로 감옥에 갈 거라고. 그랬다간 몰매를 맞았겠지?

영웅의 몰락은 우리 정치사에 흔해빠진 서사이지만, 윤석열만큼 극적인 경우는 없다. 생각해보면 그를 응원했던 시민들은 사기극에 속은 피해자다. 이 정도로 극적인 배신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자책할 필요는 없다. 부디 이번 봄이 지나고 내란 재판이 모두 마무리되면, 교훈만 남고 쿠데타와 내란의 상처도 부끄러운 기억도 잊혔으면 좋겠다. 김광석이 부릅니다.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https://youtu.be/Fy9SW-cf-74?si=VbYGyXRZAnRRsP00

누가 뭐래도 올 3월의 하이라이트는 21일 토요일이다. 방탄소년단이 광화문 앞에서 무료로 공연을 펼친다. 전세계 팬들이 서울을 찾을 테고 넷플릭스도 라이브로 공연을 중계한다. 3년9개월 만에 완전체로 팬들 앞에 서는 무대라는 점, 다섯번째 정규 앨범을 발표하는 이벤트라는 점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 거기에 이 공연은 방탄소년단이라는 팀이나 하이브라는 회사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 역사적 의미를 더할 것이다.

‘다이너마이트’ 이후 제목과 가사 모두 영어로 노래를 발표했던 방탄소년단의 세계화 전략은 대성공이었다. 영미권을 중심으로 훨씬 더 넓게 팬덤이 확장되었다. 그런데 이번 5집 앨범 제목은 ‘아리랑’이다. 광화문 공연 이름도, 월드투어 이름도 모두 아리랑! 방탄소년단의 컴백 활동은 영화, 드라마, 음악, 음식, 화장품 등등 다양한 영역에서 세계적 인기를 누리는 우리 대중문화를 뿌리부터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 위대한 시작이 바로 21일이다. 기세를 몰아 이날을 한류의 날(K CULTURE’S DAY) 혹은 케이팝의 날로 지정하기를 제안한다.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안 들을 수 없지. 수많은 공연 중에서 우리 전통문화를 가장 환상적으로 녹여낸 공연을 골라본다. 2018년 엠엠에이(MMA·멜론뮤직어워드)에서 ‘아이돌’.

https://youtu.be/ayGl-igrwy8?si=BwSor0fhTbt4f8kq

앞의 담론들에 비하면 소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파반느’라는 사랑스러운 영화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영화의 여러 장르 중 멜로 영화를 제일 멀리하는데, 멜로 장르에서 내가 싫어하는 부분을 기막히게 쳐내고 좋아하는 부분만 남겨놓은 작품이었다. 인물들은 전형적이지 않으면서 과장되지도 않았고, 감정의 흐름은 시의 운율처럼 은은하게 흘렀다. 무엇보다, 함부로 구원을 운운하지 않아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러면서 웃길 부분에서 확실하게 웃기고 울릴 부분에서는 확실하게 울려준다. 천만 관객을 기대하고 있는 ‘왕과 사는 남자’와 더불어 반응도 무척 좋다. 꽤 오래 추운 겨울에 갇혀 있었던 우리 영화계에도 다시 봄이 오는 것일까?

조성진의 연주로 듣습니다. 라벨의 피아노곡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https://youtu.be/UIXe7H52UkA?si=Wivh9dFFkXx6AFfr

이재익 에스비에스 피디

이재익 에스비에스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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