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에 지정감사 가이드라인 질의…국내 IPO 사전 절차 착수 ADR 방식 美 상장 추진…쿠팡 '코리아 패싱' 논란 이후 여론 부담도 고려
이승건 토스 대표가 지난해 2월 서울 성동구 앤더슨씨 성수에서 열린 토스 앱 출시 10주년 '토스 10주년, 새로운 출발선' 기자간담회에서 금융 슈퍼앱을 넘어 '일상의 슈퍼앱'으로 진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제공=뉴스1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인 토스가 국내 증시 상장 가능성까지 검토하기 시작했다. 미국 기업공개(IPO)를 먼저 진행한 뒤 국내 증시에 추가 상장하는 '순차 상장' 전략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는 최근 금융감독원에 국내 상장 준비 절차인 '지정감사인 제도'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질의했다. 지정감사인은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이 금융당국이 지정한 회계법인으로부터 외부 회계 감사를 받는 제도다.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다.
토스 측도 질의 사실을 인정했다. 토스 관계자는 "지정감사인 제도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에 가이드라인을 문의한 것은 맞다"며 "상장과 관련해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는 과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토스가 미국 상장을 먼저 추진한 뒤 국내 증시에 추가 상장하는 '순차적 이중 상장' 전략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토스는 그동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현지 상장을 위한 사전 협의를 진행해 왔으며 이르면 올해 상장이 이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토스의 미국 상장은 한국 본사의 주식을 기초 자산으로 한 주식예탁증서(ADR) 방식이 유력하다. ADR은 한국 원주를 예탁기관에 맡기고 이를 기반으로 미국 시장에서 예탁증서를 거래하는 구조다. 한국 법인을 그대로 유지한 채 미국 자본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미국 상장 이후 국내 증시에 다시 상장하는 구조는 국내 자본시장에서는 전례가 없다. 한국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해외 증시에 먼저 상장한 뒤 국내 증시에 다시 상장하는 방식은 국내에서는 선례가 거의 없는 구조"라며 "제도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 추진 과정에서는 여러 검토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토스가 국내 상장 가능성까지 열어둔 배경에는 이른바 '쿠팡 논란'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은 2021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직상장한 이후 국내에서 "한국에서 돈을 벌고 상장은 미국에서 한다"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 논란에 직면했다.
쿠팡은 대부분의 매출을 한국에서 올리지만 지배법인은 미국에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발생한 수익이 각종 비용 형태로 해외로 이전된다는 비판도 제기돼 왔다. 쿠팡 논란은 국내 플랫폼 기업의 해외 상장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영향을 미쳤다.
국회 관계자는 "토스 역시 미국 상장을 추진하면서 쿠팡처럼 국내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해 놓고 해외 상장만 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일부 있었다"고 말했다.
토스가 미국 상장 이후 국내 상장 가능성을 함께 검토하는 것은 이런 여론 부담을 완화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토스는 본사가 한국에 있는 기업인 만큼 장기적으로 국내 투자자 참여 통로를 열어둘 필요가 있다"며 "미국 상장 이후 국내 상장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해외 상장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동수(인천계양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업 입장에서 상장의 목적은 결국 자금 조달"이라며 "해외 시장에서 더 많은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면 그것을 선택하는 것도 기업의 전략적 판단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이어 "상장은 투자자 엑시트와 기업 성장 자금 확보라는 두 가지 목적이 있는데 필요한 자금을 더 많이 조달할 수 있는 시장이 있다면 그 선택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