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요망" 생기부에 막말…4700만원 소송 낸 강사의 최후 [사장님 고충백서]

곽용희 2026. 3. 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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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가 학생 생활기록부에 악의적 평가를 기재했다는 이유로 학교 측이 수업 시간을 줄이는 등 불이익을 준 것은 불법행위가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생기부 작성권이 무제한적 재량이 아니며, '정신과 치료 필요' 등 극단적 표현을 쓴 것은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학교 측이 A씨가 작성한 학생 생활기록부 내용을 확인한 뒤 긴급 인사위원회를 소집해 A씨에 대한 채용 취소를 통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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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학생 생활기록부에 인신공격 강사
"공감 능력 없음""정신과 치료 필요" 적어
학교가 다음 학기 강의 시간 줄이자
강사 "생기부 작성은 교사 권한"
"부당한 갑질"이라며 4700만원 청구
법원 "악의적 평가는 재량권 남용" 학교 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강사가 학생 생활기록부에 악의적 평가를 기재했다는 이유로 학교 측이 수업 시간을 줄이는 등 불이익을 준 것은 불법행위가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생기부 작성권이 무제한적 재량이 아니며, '정신과 치료 필요' 등 극단적 표현을 쓴 것은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은 최근 강사 A씨가 학교법인 B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같이 판단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2024년 2월 사회 과목 시간강사 A씨는 학교법인 B가 운영하는 고등학교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A씨는 시급 6만 원에 계약을 맺고 정치 과목 수업과 동아리 지도 등을 주당 17시간씩 맡아왔다. 학교 측은 A씨의 강의가 맘에 들었는지 12월 26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이듬해 1학기 강사로 재채용하고 5개 강의를 맡기기로 결의했다. 하지만 이듬해 2월 반전이 일어났다. 학교 측이 A씨가 작성한 학생 생활기록부 내용을 확인한 뒤 긴급 인사위원회를 소집해 A씨에 대한 채용 취소를 통보한 것이다. 

실제 A씨는 특정 학생에 대해 "공감 능력이 거의 없는 것 같음", "언어적(verbal) 학대를 보임", "교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를 교활하게(cunning) 저지름"이라고 영어를 섞어 적었다. 심지어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학생으로 인식됨. 모든 기관에서 특별한 주의가 요구됨"이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동원했다가 교사의 요구에 따라 일부 수정한 사실이 드러났다.

학교는 "내용이 심각하다"며 채용 취소를 통보했다. A씨의 강한 항의에 학교는 다시 인사위를 열어 재채용을 결의하고 계약서 서명을 요청했지만 이번엔 마음이 상한 A씨가 서명을 거절했다. 결국 A씨는 2025년 1학기에는 2개의 과목만 맡게됐다.

이후 A씨는 "학교 측의 부당한 채용 취소(해고)로 학기당 수업시간이 줄어들어 발생한 급여 차액 1500만원과, 내가 대표로 근무한 회사에 '임원'을 채용하면서 발생한 급여 3200만원 등 약 47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A씨는 "생기부 기재는 교사 고유의 권한"이라며 이를 이유로 한 채용 취소는 불법해고이자 복수심에 기반한 '갑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학교생활기록부가 교육부 훈령 등에 따라 엄격한 기준이 있음을 지적하며 "교사가 제한 없는 재량권을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A의 기재는 '악의적인 평가 내용'에 해당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갑질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근로계약에 구체적인 보장 수업시간이 기재돼 있지 않고, A씨가 현재 학교에서 수업을 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부당해고나 갑질 수준의 불법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학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는 학생의 인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생활기록부를 '감정적인 분풀이'나 '주관적인 낙인찍기'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음을 재확인한 사례라는 평가다. 실제로 교육부 훈령 등은 생기부는 학생의 변화와 성장을 근거(수업 기록, 과제물 등)로 구체적으로 적어야 하고, 부정적인 내용이 있더라도 '교육적 지도'의 관점에서 적어야지, 비난이나 인신공격은 금지된다고 본다. 

조철현 법무법인 대환 변호사는 "생기부는 학생의 상급 학교 진학이나 사회 진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공적 문서로 작성 시 객관적 근거와 교육적 목적이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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