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SNS 보고 왔어요”… 2030 여성 몰린 ‘쑥뜸방’ 가보니
‘가성비' 입소문에 예약 행렬

지난 4일 오후 서울 도봉구의 한 ‘쑥뜸방’. 건물에 들어서자 쑥 타는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가게 안 60㎡(약 20평) 남짓한 공간에는 침대 네 개가 놓여 있었고, 한쪽에는 좌훈(坐燻)을 할 수 있는 작은 방이 따로 마련돼 있었다.
침대에 누운 20·30대 여성 손님들의 배와 등, 다리 위에는 둥근 기계식 뜸기가 얹혀 있었다.
사장 조미연(63)씨는 원뿔 모양으로 굳힌 쑥 덩어리에 불을 붙였다. 타오른 쑥을 뜸기 안에 넣자 금세 연기가 피어올랐다. 조씨가 손님들 사이를 오가며 뜸기를 살피는 동안 전화벨이 울렸다.
예약을 문의하는 손님이었다. 조씨는 “지금은 예약이 꽉 찼다”며 “2주 뒤에나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다시 벨이 울렸다.
조씨는 “올해 들어 여대생을 비롯한 젊은 손님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작년보다 손님이 50%는 늘었다”고 했다. 그는 “영업시간도 하루 4시간 늘렸지만 예약이 계속 밀린다”고 말했다.

◇손님 절반이 20·30대 여성… 매출도 ‘쑥’
최근 쑥뜸이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가성비가 좋은 건강 관리법’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다.
쑥뜸은 쑥을 태워 발생하는 열기와 연기를 이용하는 전통 온열 요법이다. 뜸기 안에서 퍼지는 열이 몸을 덥히고, 쑥을 태울 때 나오는 원적외선이 혈액순환을 돕는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한의사 면허 없이 운영 중인 쑥뜸방에서 하는 것은 ‘의료 행위’가 아닌 만큼 치료 효과를 기대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관련 콘텐츠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7일 인스타그램에는 ‘쑥뜸’을 주제로 하는 게시물이 5000개 이상 올라와 있다. SNS 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는 최근 쑥뜸방 이용층이 기존 50대 이상에서 20·30대 여성 중심으로 바뀌었고, 정기적으로 찾는 ‘습관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쑥뜸방 업주들도 젊은 여성 고객이 부쩍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강남구에서 쑥뜸방을 운영하는 A씨는 “예전에는 난임 치료, 항암 치료를 받는 고정 손님, 사모님들이 많았다”며 “올해부터 20·30대 여성 손님이 늘면서 매출도 30~50%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의 쑥뜸방 사장 B씨도 “요즘은 20·30대 여성 손님 비율이 절반을 넘는다”고 했다.

◇SNS서 가성비 입소문... 부작용 우려도
서울 내 쑥뜸방에서 만난 20·30대 여성 손님들은 쑥뜸의 매력으로 가성비를 꼽았다. 쑥뜸 가격은 1회 3만~5만원 수준이다.
20대 A씨는 “쑥뜸을 한 뒤로 생리통이 엄청 줄었다”며 “효과를 생각하면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양모(31)씨는 “평소에 건강에 관심이 많아 한의원에서 뜸 뜨는 것을 좋아하다가 SNS를 보고 쑥뜸방을 찾게 됐다”고 했다.
SNS에서 ‘쑥뜸’ 영상으로 100만 조회 수를 기록한 김모(31)씨는 관련 게시물을 올린 이유에 대해 “원래 건강에 관심이 많고 요즘 세대가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선호하는 분위기도 있다”며 “친구들 중에서 면역 관리법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 릴스를 만들어 공유하게 됐다”고 전했다.
외국인 손님도 쑥뜸방을 찾는다고 한다. 한국의 전통 민간요법으로 알려지면서 체험하려는 예약 수요가 생겼다고 한다.

물론 쑥뜸을 경험한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쑥뜸방을 찾았다는 김모(31)씨는 “땀을 많이 흘려 개운하긴 했지만 찜질방과 비교해 어떤 효능 차이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위생이 조금 불편하게 느껴진 부분도 있었다”고 했다.
의료 면허가 없는 상태에서 이뤄지는 시술인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대한한의사협회 김석희 이사는 “뜸은 단순한 민간요법이 아니라 화상이나 수포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치료법”이라며 “몸 상태에 따라 증상이 악화될 수도 있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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