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중동 수주 90% 증발…해외수주 500억불 달성 변수는?[기승집땅]

김찬호 2026. 3. 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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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엔, 美현대차 공장 신축 증액분 1.2억달러 수주
"기업은 차별화 전략, 정부는 산업간 연계 지원 필요"


새해 벽두부터 한국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실적이 크게 줄어들며 불안한 출발을 알렸다. 전통적인 수주 시장이었던 중동 실적이 1년 새 90% 이상 급감하면서 전체 수주 규모도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북미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며 일부 감소폭을 상쇄했지만 '그룹사 수주'라는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연내 예정된 대형 프로젝트가 반등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8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서배나에 위치한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하여, 미국 현지에서 기업 현장애로를 청취한 후 공장 건설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현장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 사진 = 뉴스1 제공
■ 1월 해외건설 수주실적 7.7억불…중동·아시아·아프리카↓, 북미·태평양↑
해외건설협회가 집계한 '2026년 1월 해외건설 월간 수주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액은 7억7516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4억7135만달러와 비교하면 47.3% 감소한 수준이다.

2023년 1월(6억6000만달러)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최근 5년간 1월 평균 수주액인 18억9000만달러와 비교해도 약 41% 수준에 그쳐 평년에도 크게 못 미쳤다.

중동 시장의 수주 실적 급감의 여파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월 3억9445만달러였던 중동 지역 수주액이 올해 3333만달러로 줄어 91.5% 감소했다. 아시아(53.6%)와 아프리카(76.2%)에서도 감소세가 나타나 주요 시장 전반에서 부진이 이어졌다.

반면 북미·태평양은 급증했다. 이 지역 수주액은 4억390만달러로 전체의 52.1%를 차지하며 전년 대비 16.4% 증가했다.

다만 북미 수주 증가를 두고 한국 건설사의 해외 경쟁력이 실제로 강화된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당수 물량이 국내 대기업의 해외 공장을 짓는 '그룹사 발주 공사'이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엔지니어링은 미국 현대차 공장 신축공사 증액분 1억2000만달러를 확보했고, 삼성E&A는 멕시코 삼성전기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미국은 물론 유럽, 중동, 동남아 등 다양한 지역에서 사업수행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런 글로벌 실적을 기반으로 올해 다양한 분야에서 신규 수주를 적극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손태흥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기술·관리연구실 실장은 "최근 수주 실적 보면 미국의 수주가 상당히 많이 늘었다"며 "사실 잘 뜯어보면 상당 부분이 우리나라 그룹사가 가서 생산 시설 제조 시설 짓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북미 수주 증가가 곧바로 한국 건설사의 해외 경쟁력 확대로 직결되기엔 어려움이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올해 수주 목표 '500억달러'…"기업 자체 노력과 정부 지원 뒷받침돼야"
업계에서는 1월 성적표만으로 올해 전망을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목표로 제시한 올해 해외건설 수주 500억달러 달성의 향방은 대형 프로젝트 결과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베트남 닌투언 원전 프로젝트가 꼽힌다. 베트남 정부가 전력난 해소를 위해 재추진하는 4GW 규모 사업으로, 일본이 이탈하면서 현재 한국과 러시아가 경쟁하는 구도로 알려졌다. 한국은 UAE 바라카 원전 건설 경험을 바탕으로 금융과 운영까지 포함한 ‘팀코리아 패키지’를 앞세워 수주전에 나선 상태다.

중동에서도 대형 인프라 사업이 예정돼 있다. UAE가 추진하는 두바이 알막툼 국제공항 확장 사업은 총사업비가 320억달러에 달한다. 정부는 인천공항 건설과 운영 경험을 내세워 수주 지원에 나서고 있다.

카타르에서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경제자유구역청과 태양광과 데이터센터 개발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단순 시공이 아닌 개발형 사업이라는 점에서 향후 수주 확대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해외시장에서의 실질적 입지 강화를 위해 현지 발주처와의 네트워크 구축, 현지 파트너링 전략 강화, 그리고 선제적 레퍼런스 확보를 통한 적극적인 홍보가 중요하다는 조언을 내놨다.

김태준 건설정책연구원 신성장연구실 실장은 "차별화 전략에 따라 국내 기업이 가질 수 있는 경쟁력은 '원가 우위'라고 볼 수 있고, 기술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이런 부분들과 그동안 쌓아온 성과를 더 적극적으로 홍보해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어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정부 차원의 지원에 대해 "기업들이 차별화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단순히 하나의 그런 산업만 진출하기보다는 수평적으로 다른 산업과 연계되는 쪽으로 진행되는 것이 좀 효과적"이라며 "이런 판을 깔아주는 역할을 정부에서 더 적극적으로 진행을 해 주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찬호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