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포칼립스, 위기와 기회

주미소 판사(부산지법 동부지원) 2026. 3. 7.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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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생성형 AI모델 개발기업 엔트로픽(Anthropic)의 클로드 코워크(Claude Cowork) 서비스 발표는 전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에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라는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사스포칼립스는 'SaaS(Software as a Service, 서비스형 소프트웨어)'와 'Apocalypse(대재앙)'의 합성어로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가 범용 AI의 발전으로 존재 가치를 잃게 되는 현상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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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생성형 AI모델 개발기업 엔트로픽(Anthropic)의 클로드 코워크(Claude Cowork) 서비스 발표는 전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에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라는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사스포칼립스는 'SaaS(Software as a Service, 서비스형 소프트웨어)'와 'Apocalypse(대재앙)'의 합성어로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가 범용 AI의 발전으로 존재 가치를 잃게 되는 현상을 뜻합니다.

클로드 코워크를 통해 AI가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직접 파일을 열고, 읽고, 수정하고, 파일로부터 데이터를 추출하여 이를 편집한 후 새로운 결과물을 생성하며, 브라우저에서 웹 리서치를 수행하여 그 결과를 바탕으로 메일 또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AI가 단순히 텍스트를 찾거나 요약하는 것을 넘어 인간처럼 스스로 정보를 파악하고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사용하여 복합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자, 인간이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업무의 간소화를 지향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의 존재 이유가 부정되는 사스포칼립스 사태가 촉발된 것입니다. 이러한 거대한 변화는 법률 서비스의 근본적인 틀까지 뒤흔들고 있습니다.
생성형 AI모델 개발기업 엔트로픽의 CEO이자 공동 창립자인 다리오 아모데이. AFP연합

그동안 리걸테크(Legal-tech)라는 이름으로 제공되던 계약서 분석 및 관리, 법률 리서치 등의 특화된 서비스는 독립적인 전문 영역이 아닌 클로드 코워크와 같은 범용 AI를 통해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 영역 안으로 편입되고 있습니다. 이는 법률 서비스 제공을 통한 수익 창출 구조 중 하나인 빌러블 아워(Billable Hour) 모델에도 균열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상당수의 인력과 법률 서비스에 특화된 프로그램을 동원하여 이루어지던 방대한 규모의 자료 검토와 법률 리서치 업무는 범용 AI를 통해 짧은 시간 안에 처리될 것이므로, 투입 인력의 규모와 그 투입 시간을 기준으로 한 보수 산정은 더욱 설득력을 가져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전문적인 지식과 노동력이 중심이 된 법률 시장의 시대는 저물고 있는 듯 보입니다.

전통적으로 법조인에게 요구되는 역량이 이미 갖춰진 법률 지식, 이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능력 또는 이를 끊임없이 제공할 수 있는 체력이었다면, 향후 이는 현존하는 정보를 AI와 협업하여 효율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통해 차별화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전략적 설계 능력으로 옮겨가게 될 것입니다. 나아가 인간 대신 소프트웨어를 움직일 수 있는 뛰어난 범용 AI가 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디지털화 될 수 없는 법조인만의 고유한 가치의 영역이 존재합니다. 정서적 교감과 인간적 유대를 통하여 장기간 쌓아온 관계와 신뢰,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미묘하고도 복잡한 이해관계를 통찰하는 능력, 합리적이지 않을지라도 인간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고차원적인 협상 전략, 반드시 지켜야 할 구체적 타당성을 외면하지 않는 윤리적 결단 등이 그것입니다.

사스포칼립스는 기존의 특화된 소프트웨어 또는 노동력의 필요성이 상실되는 위기가 될 수 있겠지만, AI로 대체될 수 없는 인간만의 전문성이 무엇인지에 관한 깊은 고민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기회도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주미소 판사(부산지법 동부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