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도 PC처럼 쓴다” 확신하는 한국인[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천리안 위성 개발 참여해 연구하다 민간 우주 스타트업 성장에 사업화
우주서 바로 영상 처리 AI 프로세서… 블루카본 모니터링하는 AI 큐브위성
위성 데이터 분석 특화 AI 에이전트… 3대 핵심 제품 세계 처음으로 개발
헝가리 국가 위성에 카메라 수출도

● 3500억원 위성 영상을 혼자 보는 시대의 종언
인공위성은 오랫동안 국가 전유물이었다. 정보기관과 특정 부처만이 활용하는 정보자산, 그것이 위성 영상의 지위였다. 하지만 조 대표는 다른 관점으로 접근했다. 지금도 큰 민간 기업들은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위성 사진을 활용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활용하면 경제적 부가가치를 만들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봤다.
텔레픽스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위성 활용의 대중화, 민주화다. 지금도 위성 영상은 활용되고 있지만 분석이 약하다는 것이 조 대표의 판단이다. 실제로 정부 기관 관계자들은 “의사 결정권자들은 위성 영상이 아닌 분석 결과만 원한다”고 토로한다. “위성 데이터가 늘어날수록 업무량이 늘어나는데 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현장의 고충도 듣고 있다. 최근 농업과 물류, 기후 모니터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위성 데이터 수요가 늘면서 위성 활용이 정부 중심에서 민간으로 확대되고 있다.
● 세계 최초 기록을 잇따라 쓴 3대 핵심 기술

두 번째 무기는 AI 큐브위성 ‘블루본(BlueBON)’이다. 2025년 발사에 성공한 블루본은 세계 최초로 블루카본(해양생태계 탄소 흡수원)을 모니터링하는 AI 큐브위성으로, 자체 개발한 다분광 광학탑재체와 테트라플렉스를 함께 탑재했다. 블루본은 작년 6월 미국의 이란 이스파한 핵시설 공습 현장을 포착해 분석한 보고서로 7월 초에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같은 해에는 폴란드 위성 기업과 30만 달러 규모의 유럽 영상 판매권 계약을 체결하며 국내 최초 큐브위성 영상 수출의 역사를 썼다.

텔레픽스는 지난달에는 헝가리 정부의 국가 지구 관측 위성 프로그램(HULEO)에 수천만 달러 규모의 고해상도 전자광학(EO) 카메라 시스템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유럽 최대 규모 위성 제조사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체결한 이 계약은, 항공우주연구원으로부터 이전받은 기술을 민간 기업이 최초로 유럽에 상업 수출한 사례다. 조 대표는 “텔레픽스가 광학렌즈를 직접 깍아서 제조하며 확보한 기술이 유럽 국가 주도 위성 사업에 본격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 별 보던 눈을 지구로… 연구원에서 창업자로
조 대표는 연세대 천문우주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대학원에서 NASA와 함께 위성 개발을 해 온 지도 교수 아래 천문 관측 기기 설계와 데이터 분석을 익혔다.
2006년 KIOST에 입사한 뒤 15년간 위성 개발과 운영의 전 과정을 몸소 겪었다. 프랑스 에어버스에 파견돼 천리안1호의 해양 탑재체 개발에 참여했고(2007∼2008), 2010년 6월 발사 성공 후에는 해양위성센터장으로서 위성 운영과 서비스를 이끌었다. 이어 천리안2호 개발을 위해 다시 프랑스로 건너간 2013∼2017년, 그는 유럽과 미국에서 민간 우주 스타트업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조 대표는 “미국과 유럽은 민간 업체들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이게 비즈니스가 될 수 있겠다는 힌트를 그 때 얻었다”고 했다. 오랫동안 품었던 생각이 결단으로 굳어지는 순간이었다.
조 대표는 2019년 설립된 텔레픽스를 퇴직금 등을 투자해 2021년 인수했다. 인수 후 사업이 순탄하지 않았다. 우주 산업은 긴 개발 기간과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분야였고,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우주는 여전히 낯선 영역이었다. 자금 환경의 격차는 늘 넘어야 할 벽이었다.
그는 수직계열화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 등에서 평균 17년 이상 위성시스템 개발을 한 전문가들이 함께 했다. 위성의 ‘눈’인 광학 카메라부터 AI 처리 칩, 위성 운영, 영상 분석 소프트웨어까지 전 공정을 내재화해 품질과 비용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한 것이다. 그 전략은 까다로운 유럽 인증과 국제 입찰 경쟁을 이겨내는 것으로 결실을 맺었다.
● ‘위성의 PC화’ 시대로
텔레픽스는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평가를 통과하고 기업공개를 준비 중이다. 서울 여의도 본사와 대전 대덕 연구개발 거점에 임직원 90여 명이 AI 모델 개발과 위성 하드웨어 제작에 매진하고 있다. 2024년에는 세계경제포럼(WEF) 기술선도기업 선정, 미국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CES) 혁신상 수상 등의 소식을 전했고, 지난해에는 엔비디아 인셉션 프로그램 및 아마존웹서비스(AWS) 스페이스 엑셀러레이터로 선정되는 등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위성 기업들과 경쟁하면서 기술적 차별점을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조 대표는 “텔레픽스는 AI와 위성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시장의 최전선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보유한 희소한 기업으로서 기존 국가 위성 제작 비용의 5분의 1로 위성을 제작할 수 있는 수직계열화 구조로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조 대표가 꿈꾸는 미래는 위성이 PC처럼 개인용 도구가 되는 시대다. 조 대표는 “대형 컴퓨터 이후 PC가 나왔듯이 위성도 누구나 쓸 수 있는 시대가 반드시 온다”며 “미국에서 위성 영상 구독 고객의 재구독률이 97%를 넘는다는 사실은 위성 영상의 수요가 그만큼 강력하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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