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 있음’에도 상임위 표결 강행, 21대 63건→22대 297건
거여 입법폭주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피켓 농성을 하고 있다. [뉴스1]](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07/joongangsunday/20260307011746050iicn.jpg)
국회 법제사법위 소속 야당 관계자는 최근 쟁점 법안들이 별다른 논의 없이 줄줄이 일방 처리된 걸 두고 “상임위에서조차 다수 표결이 여당의 입법 독주를 위한 절대 반지가 되고 있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실제 법사위는 22대 국회 중 이의가 있어도 표결로 처리된 법안이 179건으로 매달 8건꼴이었다.
법사위가 가장 심했지만 다른 상임위도 다르지 않았다. 2일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회사무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상임위에서 이의가 있음에도 표결로 강행 처리한 건수가 22대에서 297건에 달했다. 21대(63건)에 비해 4배 이상 늘었다. 이 중 60%가 법사위였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59건)와 행정안전위(21건)가 뒤를 이었다. 각각 사법 3법(재판소원법·대법관증원법·법왜곡죄)·허위조작정보 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행정통합법 등 쟁점 법안을 관할한 곳이다. 정 의원은 “일방표결로 소수당의 의견은 완전히 배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야당 측은 “기권만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의사표시”라며 무력감을 드러냈다. 과방위 소속 관계자는 “지난해 말에 통과된 정보통신방법만 봐도 부처도 반대했고 법 심의가 불충분하다는 생각에 반대했지만, 논의도 안 하고 표결해 수정해 버렸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24일 정보통신망법은 법사위에서 수정까지 거쳤지만 유통금지 대상 허위정보 규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본회의 직전 수정했다. 법사위 소속 관계자도 “발언권 자체를 주지 않는다”며 “발언 중 위원장을 비판한다 싶으면 여당 위원들이 토론 종결을 요청해 바로 법안 표결을 강행한다”고 말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법사위원장이던 시절인 22대 국회 전반기 때부터 이같은 입법 독주 행태가 굳어져 왔다. 유상범 당시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의 “잠깐만 박균택 의원” 발언도 이때 나왔다. 지난해 3월 법사위에서 ‘윤석열 탄핵 심판 선고기일 신속 지정 촉구 결의안’ 등 여야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법안을 두고 토론을 벌이는 과정에서 박균택 민주당 의원이 손을 들어 ‘토론 종결’을 요청하고 표결하는 게 반복되자, 마지막 심사 안건 토론 때 유 간사가 손을 든 박 의원을 보고 종결 요청을 막으려 이같이 외쳤었다.
원래 법사위원장은 야당이 맡곤 했다. 정부·여당의 입법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 수 있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때 민주당이 과반 정당이 되곤 전체 상임위원장까지 맡으면서 관례가 깨졌다. 현 국회에서도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직을 고수하고 있다.
문제는 법사위가 강행처리의 전면에 서다 보니 정파성이 강한 법안이 법사위 단계에서 그냥 처리된다는 점이다. 법사위는 상임위에서 의결한 법안이 관련 법과 충돌하지 않는지, 법안에 적힌 문구가 적절한지 심사하는데 이런 숙의 과정이 생략된 데 따른 여파다. 이렇다 보니 본회의 직전 부랴부랴 법안을 다시 손질하는 ‘땜질 수정안’을 상정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활동 기한이 끝난 국회 특위에서의 위증 고발을 가능케 한 국회증언감정법의 고발 주체를 본회의 직전에 국회의장→법사위원장→국회의장으로 두 차례 수정했다. 당시 야당 측으로부터 “(민주당이) 입법을 애들 장난처럼 진행하고 있다”는 빈축을 샀다. 이후 내란전담재판부법과 정보통신망법, 그리고 올해 통과된 법 왜곡죄법과 국민투표법도 수정 상정됐다.
일각에선 민주당 지도부와 민주당 법사위 위원 간 소통이 잘 안 되는 탓도 있다고 보고 있다. 대표적인 게 지난달 26일 통과된 ‘법 왜곡죄법’ 수정사태다. 법사위가 당 지도부와 교감 없이 강행했다가 뒤늦게 독소 조항 논란이 일자 본회의 30분 전 지도부가 나서서 수정안을 상정했다. 원안을 고집한 추 위원장과 김 간사는 본회의 표결에 불참했다. 여당 관계자는 “법사위원장과 간사가 앞서가다 보니, 당 지도부와 청와대가 가는 방향과 다른 경우가 생긴다”고 했다.

신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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