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한 전통 공간과 조화…맑고 담백한 곰칼국수

2026. 3. 7.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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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리의 핫 플레이스
사진 1
궁궐 담장이 이어진 고즈넉한 정동길, 이 길 위에서 계절의 풍경을 바라보며 따뜻한 한 끼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탄백’(사진1)은 ‘숨김 없이 있는 그대로 말하다’는 뜻으로,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을 담백하게 대접하겠다는 의미와 함께 실제 공간에 얽힌 재미있는 사연이 숨어 있다. 매장 오픈을 준비하며 기존 인테리어를 철거하던 중 지붕 아래서 오래전 전소된 새까만 대들보를 발견했다. 마치 물고기 비늘처럼 불 속에서 단단하게 결이 돋아난 까만 서까래와 기둥을 보며 정상철 대표는 자연스레 ‘탄’이라는 식당 이름과 흑백의 공간을 구상하게 됐다고 한다. 정 대표는 디자이너로 활동했고, 비즈니스 기획자로 10년 넘게 양식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브랜딩 했는데 “이제부터는 한국의 멋과 문화를 좀 더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 탄백을 열었다.
사진 2
이곳의 대표 메뉴는 한우 육수로 만든 맑은 곰칼국수(사진2, 1만4000원)다. 한우와 각종 채소·한약재를 넣고 오랫동안 끓인 육수는 깨끗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이 난다.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식감의 국수는 생면 공방에서 직접 제작해 오는데, 익힌 면을 찬물에 한 번 씻어내 찰기를 살리고 따뜻한 육수로 다시 데워서 내는 것이 비법이다. 고소한 들깨 육수에 바삭한 연근칩과 우엉조림을 올려 겨울 뿌리채소의 풍미가 느껴지는 들깨 칼국수(1만6000원), 칼칼한 국물에 넉넉한 고기 고명이 속을 뜨끈하게 풀어주는 육개장 칼국수(1만5000원)도 추천 메뉴다.

군더더기 없는 음식 외에 공간 여기저기 놓인 다양한 골동품과 현대 공예 작가들의 작품을 찾아보는 것도 이곳만의 매력이다. 1층 테이블 위에 걸린 조명은 마치 젓가락으로 국수를 들어 올린 듯한 모습인데 서희수 작가의 세라믹 작품을 공간에 맞춰 특별히 설치한 것이다. 입구에는 짙은 색감의 목재로 만든 조선시대 사다리를 걸어 두었고, 테이블은 나무에 삼베를 풀칠한 후 검정색으로 도장해 제작했다. 그 외에도 선반에 놓인 조선시대 막사발과 고가구, 전통을 모티브로 만든 패브릭 작품, 달을 닮은 해외 브랜드의 모던한 조명 등이 공간 안에서 이질감 없이 어우러진다. “투박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것이 한국의 멋인 거 같아요. 자연스러움이 흐르는 공간에서 격식 없이 식사하며 우리 문화의 즐거움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글 이나리 출판기획자 사진 김태훈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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