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창 안 닭발, 미세 플라스틱 형상 튀김…‘질문’하는 요리
[세계 1등 식당의 비결] 덴마크 코펜하겐 ‘알케미스트’
![기묘한 모양의 알케미스트 대표 요리들. 지구 환경, 기아, 동물복지 등을 비롯해 앤디 워홀의 작품,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등에서 얻은 영감으로 요리하는 것이 특징이다(바나나, 눈동자). [사진 알케미스트]](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07/joongangsunday/20260307003902363bapf.jpg)
2022년 알케미스트가 처음으로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 50위권에, 그것도 단번에 18위로 이름이 호명됐을 때 식장은 적잖이 술렁였다. 반응은 극과 극. “비싼 돈을 내고 훈계를 들으러 갈 거냐” 하는 냉소와 “이것이야말로 파인 다이닝 미식계 다음 챕터의 한 형태”라는 찬사가 동시에 쏟아졌다.
지난해 3월 직항편도 없는 코펜하겐으로 향했다. 오직 알케미스트를 경험하기 위해. 알케미스트는 코펜하겐 외곽의 공장 지대에 위치해 있다. 다수의 유튜브 영상과 후기를 통해 위치와 분위기를 예습했지만 어둑해진 저녁에 산업 지대를 지나니 마음이 서늘해졌다. 도착해서도 입구는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한참을 헤맨 끝에 북유럽 특유의 차가운 바닷바람이 몰아치는 황량한 산업단지 한복판에서 거대한 청동 문 하나를 발견했다. 4m가 넘는 위압적이고 묵직한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폐공장을 개조한 내부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외부의 적막과는 결이 다르게 높게 열린 공간 위로 조명이 가득한 모습이 식당이라기보다 연극 무대 같았다.
여러 인터뷰와 레스토랑 리뷰에서 이곳의 라스무스 뭉크 셰프는 “요리를 통해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의 주장은 노골적으로 요리에 반영된다. 플라스틱을 먹고 죽어가는 바다거북, 강제 급식으로 커진 거위의 간, 심장을 형상화한 접시를 통해 장기 기증을 환기 시키는 연출까지. 거대한 돔 스크린과 시각 장치를 동원해 그는 “우리가 먹는 행위가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밀어붙인다.
![돔 스크린이 돋보이는 알케미스트 실내. [사진 알케미스트]](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07/joongangsunday/20260307003903671smsp.jpg)
50여 가지 코스는 하나하나가 날 선 선언문이자 날카로운 질문이다. 미세 플라스틱 입자처럼 연출된 튀김이 함께 나오는 굴 요리 ‘플라스틱 판타스틱’은 바삭한 식감과 짭조름한 풍미가 여느 굴 요리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우리가 매일 무심히 삼키는 해양 오염의 잔상을 떠올리도록 의도했다. 철창 안에 갇힌 닭발 요리 ‘자유’는 우리가 소비하는 식재료의 복지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하게 만든다. 장미처럼 겹겹이 쌓은 베이컨은 한 송이 꽃처럼 아름답지만 그것이 한 생명이었다는 사실이 떠오르는 순간, 불편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심지어 내 얼굴을 3D 프린팅해서 만든 젤라틴 디저트를 마주했을 때는 소비하는 주체였던 내가 소비되는 존재로서의 ‘나’ 자신과 대면하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라스무스 뭉크 셰프. [사진 알케미스트]](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07/joongangsunday/20260307003904963gyox.jpg)
이 정도 규모의 실험이라면 낭만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덴마크의 핀테크 억만장자 부호의 투자가 없었다면 엄청난 규모의 산업 시설을 통째로 개조한 이 공간도, 대규모 R&D팀도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알케미스트는 그 이름처럼 자본과 예술, 기술과 철학이 뒤섞인 거대한 연금술에 가깝다.
오늘날 파인 다이닝은 더 이상 작은 주방에서 시작되는 개인적 야심의 결과만은 아니다. 고가의 장비와 공간 설계, 장기적 연구, 글로벌 브랜딩이 맞물린 복합 구조다. 자본은 무대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셰프에게 또 다른 과제를 부여한다. 셰프는 예술가이면서 동시에 경영자이고, 전략가여야 한다. 창조성을 유지하면서도 자본과 협업해야 하는 긴장 속으로 자신의 세계를 밀어붙여야 한다. 어쩌면 이것은 현대 미식의 가장 중요한 숙제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철학을 펼치기 위해 거대 자본과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 동시에 창조적 독립성을 유지할 것인가. 지금도 세계 어딘가에서 또 다른 변주가 시작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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