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방패였나... 특검 발표에 후폭풍 거세진다

정용진 2026. 3. 6.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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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검사 배제 지시 확인… 특검 “권한 남용 있었다”
쿠팡-검찰 유착 의혹, 안갯속 진실 다시 불붙어
‘죽음을 부르는 노동’ 뒤편의 퇴직금 미지급 현실
노동계 “검찰이 스스로를 수사해야” 거센 반발
[지데일리] 쿠팡의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둘러싸고 검찰과 기업 간 유착 의혹이 다시금 뜨겁게 제기되고 있다. 
안권섭 특검은 쿠팡 퇴직금 미지급 사건 수사 중 검사들이 주임검사를 배제한 사실을 확인해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했다. 노동계는 쿠팡과 검찰 유착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재수사를 촉구했다. 사진은 쿠팡 배송차량들. 쿠팡 제공

안권섭 특별검사팀이 최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일부 검사들의 직권남용 정황을 공개했지만, 쿠팡 측 인사와의 구체적 연계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진한 수사”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시민사회는 “검찰은 스스로를 수사해야 할 시점에 놓였다”며 후속 수사를 강하게 촉구했다.

안권섭 특검은 지난 5일 브리핑을 통해 “엄희준·김동희 검사가 쿠팡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대검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직상급자인 문지석 검사를 배제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객관적 증거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내부 의견 충돌 수준을 넘어 공식 보고 체계를 무력화시켰다는 점에서 검찰 내부 권한 남용 의혹으로 번졌다. 안 특검은 두 검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문제의 뿌리는 202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쿠팡 노동자들은 강도 높은 물류 현장에서 일한 뒤에도 퇴직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며 회사를 고소했다. 그러나 사건을 담당한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그 배경에는 쿠팡 측의 영향력 행사가 있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인천지검 부천지청이 사건을 맡아 진행하던 당시, 주임검사의 판단을 배제하고 무혐의 지시가 내려졌다는 점이 논란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쿠팡은 국내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중 하나로서, 노동환경 문제와 관련해 여러 차례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물류센터에서의 과도한 노동 강도, 잦은 사고, 퇴직금 미지급 등 근로조건과 인권 침해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이른바 “죽음을 부르는 노동강도”라는 표현은 쿠팡 물류 노동 현장을 상징하는 말로 자리 잡았고, 이 사건은 단순한 퇴직금 분쟁을 넘어 기업의 인권 의식과 책임 문제로 확장됐다.

그런데 이번 특검 발표로 새롭게 드러난 것은 해당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조차 검찰 내 일부 인사가 쿠팡을 위한 ‘우호적 조치’를 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즉각 반발했다. 쿠팡노동자의건강한노동과인권을위한대책위원회(대책위)는 성명을 통해 “쿠팡과 결탁한 검사에 대한 엄중한 수사가 다시 필요하다”며 “검찰이 쿠팡의 법적 책임을 면죄하려 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이상, 사법기관은 기업의 부당한 영향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특히 “이번 사건이 단순히 몇몇 검사 개인의 일탈로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또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이 쿠팡을 불기소하기 위해 스스로 담당 검사를 배제하고 무혐의 지시를 내릴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조직적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쿠팡 대관팀이 검찰 라인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며 유착 구조 전반에 대한 전면 재조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안권섭 특검의 수사 범위는 특정 검사들의 지시 관계와 내부 지휘 체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때문에 쿠팡 관계자나 변호인 등 외부 인물의 개입 여부는 특검의 직접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결과적으로 ‘쿠팡-검찰 유착’의 실체는 여전히 안갯속에 남게 되었다. 이에 대책위는 “특검이 수사의 문턱 앞에서 멈췄다”면서 “이제 공은 다시 검찰로 넘어갔다”고 평했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특검에서 검찰로 사건이 다시 이관된 현 상황을 두고 구조적 한계를 꼬집는 목소리도 나온다. 검찰이 스스로의 비위 가능성을 수사해야 하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외부 감시체계를 강화하는 등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뒤따른다. 노동인권단체들은 “검찰 내부의 누락과 회피가 다시 반복된다면, 쿠팡의 노동자 인권 문제 해결은 요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노동 사건 수사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경종을 울렸다고 지적한다. 검찰이 기업과의 관계에서 독립성을 견지하지 못한다면, 노동 사건의 정의 구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노동전문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권력이 사법 절차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며 “검찰은 내부 감싸기를 중단하고 사건의 전모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향후 수사는 중앙지검으로 넘겨져 이어질 예정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으로도 검찰과 쿠팡 간 관계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노동계는 “이제는 침묵이 아닌 책임 있는 해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책위는 성명에서 “쿠팡이 사법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해 위법적인 노동자 권리 침해를 자행하는 일이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며 “이번 사건이 법정에서 진실하게 다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검이 남긴 숙제를 검찰이 제대로 풀 수 있을지, 나아가 한국 사회가 기업 권력과 사법 권력의 부당한 결탁을 끊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