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수면시간 6시간도 안된다는데...“불면증 치료제, 있어도 못 써”

최원석 기자(choi.wonseok@mk.co.kr) 2026. 3. 6.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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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수면연구학회 기자간담회]
한국인 평균 수면시간 5시간 25분
야간 근무자, 수면장애 위험 4배 높아
낮은 약가정책에 치료제는 ‘코리아패싱’
한국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5시간 25분으로 권장 기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된 원인은 스트레스, 휴대폰 사용 등이 꼽힌다. [사진=픽사베이]
한국인들이 수면장애를 겪을 위험이 높지만, 제대로 된 치료제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내 약가 정책 때문에 주요 제약사들이 한국에 치료제를 공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치료제 사각지대 속에서 수면의 질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 한국인들은 수면에 만족하는 비율에 30%를 밑돌았다. 특히 야간 교대근무자의 평균 수면 시간이 5시간 30분에도 못 미치고, 번아웃을 겪을 확률도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수면연구학회는 ‘세계 수면의 날’(3월 13일)을 일주일 앞둔 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면은 사회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주요 보건 문제에 준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정익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가 국내 교대근무자 46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야간 근무자의 평균 수면시간은 5시간 27분으로 나타났다. 주간 근무자의 6시간 48분, 오후 근무자의 7시간 40분에 비해 현저히 짧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적정 수면시간은 7~9시간이다.

수면시간이 짧은 교대근무자는 높은 사고 위험에 더해 수면장애, 번아웃 등의 위험을 안게 된다. 조사 결과, 번아웃과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교대근무자 비율은 43.4%로 일반 근무자(30%)에 비해 훨씬 높았다.

이들은 정상군 대비 번아웃 위험이 약 4.3배 높았고, 불면 증상이 심할 경우 위험은 약 4.6배까지 증가했다. 변 교수는 “수면 장애를 겪는 교대근무자는 우울감, 불안감, 스트레스에 더 취약해진다”고 설명했다.

수면 문제는 비단 교대근무자 뿐 아니라, 한국인의 고질적 문제이기도 하다. 국내 슬립테크 기업 ‘에이슬립’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5시간 25분에 불과하다. 변 교수의 조사와 방식이 달라 단편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교대근무자가 아닌 한국인조차 수면시간이 크게 부족한 셈이다.

수면의 질도 낮다. 필립스 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한국 사람들은 자는 동안 평균 1.6회 잠에서 깨고, 수면에 만족했다는 응답자 비율도 28.8%에 불과했다. 응답자들은 스트레스와 불안(55.4%), 휴대폰(48.4%) 등을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침대에 누워서도 늦게까지 휴대폰을 사용하는 게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국 사람들의 60% 이상이 잠들기 전, 아침에 일어난 직후에 모두 휴대폰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침대 옆에서 밤새 충전한다는 비율도 60% 이상이었다. 한국인 10명 중 6명은 하루 종일 휴대폰을 쥐고 있다는 이야기다. 침대에서 폰을 안 쓴다는 비율은 4.5%에 그쳤다.

이러한 현상에는 사회구조적 원인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혜윤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한국은 저녁형 인간의 비율이 세계 평균의 2배를 넘는다”며 “밤 시간에 맞춰진 사회 문화가 사람들이 늦게까지 폰을 보는 등 세상과 연결되어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전체적으로 수면 문제가 심각한데도 수면장애 환자들은 불면증 치료제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약가 정책 탓에 해외보다 낮은 약가 때문에 주요 제약사들이 국내 진출을 꺼리기 때문이다. 심지어 국내 제약사인 SK바이오팜이 개발한 수면장애 치료제 ‘솔리암페톨’도 수년 전부터 미국과 중국 등에서 사용하고 있지만, 국내에는 아직 출시되지 않았다.

김지현 이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미국, 일본, 중국에서부터 필리핀, 멕시코까지 쓰고 있는 약물을 한국에서는 못 쓰고 있다”며 “약가를 제대로 못 받는 제약사들이 공급을 중단하고 ‘코리아 패싱’을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내 환자들은 약효가 부족한 치료제에 의존하거나, 비싼 가격을 내고 해외에서 치료제를 들여와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신원철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대한수면연구학회 회장)는 “치료제가 있는데도 국내 환자들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수면을 공공 보건의 문제를 보고 국가가 책임지고 다루는 게 선진국의 자세”라고 했다.

신원철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대한수면연구학회 회장)이 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한수면연구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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