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동 전쟁에 불안한 소비자 물가, 담합 근절로 대응해야

2026. 3. 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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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으로 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국제 유가 상승이 국내 소비자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혼란을 틈탄 기름값 담합 의혹도 커지고 있다. 물가 상승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기민하고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때다.

국가데이터처가 6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로, 지난 9월 이후 6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보였다. 쌀(17.7%), 고등어(9.2%), 돼지고기(7.3%), 국산쇠고기(5.6%) 등 장바구니 주요 품목의 물가 상승은 체감 물가를 높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석유류다. 지난달 석유류 물가는 2.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중동 사태로 인한 유가 상승분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3월 들어서는 물가 오름세가 가팔라질 수 있다.

전쟁 이후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기름값이 빠르게 치솟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을 보면,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ℓ)당 1856.3원으로 전날보다 22.0원 상승했다. 경유의 전국 평균 가격은 하루 만에 33.4원이 오른 1863.7원이었다. 특히 서울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27.5원 올라 1916.5원, 경유 가격은 38.9원 급등한 1934.1원이었다.

그러나 국제 유가는 2~3주 차이를 두고 주유소 판매가에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주유소 기름값 급등은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은 5일 휘발유 ‘최고가격 지정제’ 시행을 지시한 데 이어 이날도 엑스에 ‘닷새 만에 140원 올린 정유업계, 대통령 경고에 멘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며 “담합 가격조작은 대국민 중대범죄다. 대가가 얼마나 큰 지 곧 알게 될 것”이라고 경고를 날렸다. 전쟁을 빙자한 담함이나 매점매석 등 부조리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담합 의혹은 기름값뿐 아니라 생활 곳곳에 널리 퍼져 있다. 공정위는 이날 빵·아이스크림 원재료인 전분당 가격을 7년 넘게 담합한 혐의로 대상, 사조CPK, 삼양사, CJ제일제당 등 4개사를 제재하는 절차를 시작했다. 담합에 가담한 이들 기업이 6조원대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최대 1조20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공정위는 보고 있다.

담합은 공정한 시장 질서를 헤치는 불법 행위다.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업체들이 담합으로 폭리를 취했는지 신속히 조사하고 위법·부당행위가 있으면 엄벌에 처해야 한다. 담합을 막으면 물가도 내린다. 지난달 설탕값 상승률이 0.4%로 폭이 줄어들고, 밀가루가 -0.6%로 하락 전환한 건 공정위의 담합 조사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은 “불법을 자행하며 국민경제 질서를 어지럽히는 악덕기업들에게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우치게 하겠다”고 했다. 중동 불안이 ‘실시간 유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폐단이 이번에 근절되길 바란다.

정부가 국제유가 상승 국면을 틈탄 가격 담합이나 매점매석 등 불법 행위에 대해 엄정 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힌 6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앞 입간판에는 휘발유 판매가가 리터당 1970원, 경유 2050원으로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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