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외곽 엇갈린 흐름···서울 집값 ‘키맞추기’ 양상
외곽 중저가 단지 상승세···양천·강서·노원 등 서울 평균 상회
15억원 이하 거래 비중 84%로 확대···대출 규제 영향에 수요 이동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중심으로 가격 조정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6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3월 첫째 주(2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9% 상승했다. 직전 주 상승률(0.11%) 대비 0.02%포인트 낮아진 수준으로 상승 흐름은 이어갔으나 상승 폭이 5주 연속 둔화세를 이어가고 있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강남3구와 용산구에서 하락 폭이 두드러졌다. 송파구는 지난주 –0.03%에서 –0.09%로 낙폭이 세 배로 커졌고 강남구도 –0.06%에서 –0.07%로 하락 폭이 소폭 확대됐다. 용산구 역시 –0.01%에서 –0.05%로 내림세가 뚜렷해졌다. 서초구는 전주 –0.02%보다 낙폭이 다소 줄었지만 이번 주에도 –0.01%를 기록하며 하락 흐름을 이어갔다.
오는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시점이 다가오는 것과 함께 정부의 비거주 1주택자 대상 규제 압박이 거세지면서 세금 부담을 우려한 매물이 쏟아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송파구의 이날 기준 송파구 아파트·오피스텔 매물은 5607건으로 지난해 말(3374건)보다 66.1% 증가했다. 서초구도 같은 기간 5827건에서 8528건으로 46.3% 늘었고, 용산구는 1267건에서 1738건으로 37.1%, 강남구는 7145건에서 9636건으로 34.8% 증가했다. 이들 지역의 매물 증가율은 모두 서울 전체 평균 증가율(29.1%)을 웃도는 수준이다.
다주택자들이 세 부담을 피하고자 내놓은 절세 매물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일부 단지에서는 실거래가와 호가가 동반 하락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전용면적 183㎡는 지난 1월 21일 110억원에 거래되며 작년 12월 기록한 전고점(128억원) 대비 한 달 만에 18억원이 떨어졌다. 최근에는 91억원대 호가도 시장에 등장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84㎡도 지난해 6월 72억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기록했으나 지난 1월 29일 60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전고점 대비 11억2000만원 낮은 가격에 팔렸다.
반면 서울 외곽 집값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양천구는 지난주 0.15%에서 이번주 0.20%로 상승 폭이 0.05%포인트 확대됐으며 중랑구(0.06%→0.08%), 도봉구(0.04%→0.06%) 등도 전주보다 상승률이 가팔라졌다. 강서구(0.23%), 성북구(0.19%), 은평구(0.17%), 노원구(0.12%) 등은 서울 전체 평균(0.09%)보다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상승세가 두드러지는 지역은 대부분 15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이 높은 곳이다. 이러한 흐름에는 정부의 대출 규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앞서 6·27 대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일괄 제한한 데 이어 10·15 대책에서는 주택가격에 따라 대출 한도를 차등화했다. 이에 따라 15억원 이하 주택은 기존대로 6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한도가 축소됐다.
이 같은 규제로 15억원을 초과하는 고가 주택일수록 대출 여력이 크게 줄어든 반면 15억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 부담이 낮은 중저가 단지를 중심으로 실수요 매수세가 유입되며 가격 상승 흐름이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주담대를 최대로 받을 수 있는 15억원 이하 구간에 거래가 몰리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공공기관 매수 제외)에서 15억원 이하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84.1%로 집계됐다. 규제 영향이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해 10월(73.2%)과 비교하면 10.9%포인트 늘어난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세금 부담을 피하려는 매도와 실수요 중심의 매수 흐름이 맞물리면서 단기적으로 가격 흐름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연초까지 마이너스 변동률이나 보합세를 나타내던 서울 외곽 지역이 최근 상승세로 전환된 것은 대출 규제와 전세시장 변화가 맞물린 영향으로 보인다"며 "6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한 구간에 수요가 집중된 데다 전세 매물이 줄면서 매매로 전환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강남권 등 고가 주택 밀집 지역은 세제 압박과 대출 규제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가격 조정이 나타나는 모습"이라며 "이 같은 흐름이 맞물리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고가 지역과 중저가 지역 간 가격 흐름이 엇갈리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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