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부터, 최소 30분간 천천히"…당뇨 예방하는 식사법의 정석은?

이진경 기자 2026. 3. 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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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 예방과 안정적인 혈당 관리를 위해서는 식단의 구성 못지않게 음식을 섭취하는 '순서'와 '속도'를 전략적으로 조절해야 한다. 위장 내 소화 환경과 인슐린 분비 기전을 고려할 때, 이 두 가지 요소가 혈당 조절의 성패를 가르기 때문이다. 내과 전문의 이대근 원장(서울정통연합의원)은 "식탁 위에서의 사소한 습관 변화만으로도 식후 급격한 혈당 상승을 의미 있게 억제할 수 있다"며 섭취 방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약 없이도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혈당 강하 식사법을 이 원장과 함께 짚어봤다.

음식을 먹는 순서가 정말 혈당에 영향을 미치나요?
네, 상당히 중요합니다. 공복 상태의 위는 위산이 거의 나오지 않는 상태입니다. 음식이 들어와야 비로소 위산이 분비되고 소화가 시작되는데요. 위산이 얼마나 적절하게 분비되느냐에 따라 흡수율이 달라지고, 위·소장·대장 등 흡수 부위도 각각 다르기 때문에 어떤 음식을 먼저 넣느냐가 전체 소화 과정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뒤이어 들어오는 탄수화물이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혈액에 흡수되는 속도를 늦출 수 있어, 순서 조절만으로도 식후 혈당의 급상승을 일정 부분 제어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혈당 관리에 가장 좋은 식사 순서는 무엇인가요?
채소 → 단백질 → 탄수화물 순서입니다. 이는 서양식 코스 요리의 순서와 같습니다. 수프와 샐러드가 먼저 나오고, 스테이크가 나온 뒤 감자나 빵 같은 탄수화물이 마지막에 나오는 구성이죠. 이 순서는 단순한 관습이 아닙니다. 채소를 먼저 먹으면 위벽이 어느 정도 채워지고 위산 분비 준비가 됩니다. 그다음 단백질이 들어와 위산에 의해 충분히 분해되고, 마지막으로 탄수화물이 들어오면 앞서 형성된 음식물 층이 탄수화물의 흡수 속도를 늦춰 혈당이 급격히 오르는 것을 막아줍니다.

위와 같은 순서를 지켰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혈당 수치 차이가 얼마나 날까요?
개인차가 있어 정확한 수치를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탄수화물만을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최소 50 이상은 차이가 날 것으로 봅니다. 혈당 스파이크가 심한 분들은 식후 혈당이 200을 넘기도 하는데, 식사 순서를 지키면 이 수치를 의미 있게 낮출 수 있습니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어떻게 환자들을 지도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식사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천천히 먹기, 둘째는 순서 지켜 먹기입니다. 천천히 먹으면 위와 씹는 근육에 가해지는 부담이 줄고, 췌장이 인슐린을 분비할 시간을 벌 수 있어 혈당이 완만하게 오르내립니다. 반면 급하게 먹으면 혈당이 급등했다가 급락하면서 췌장과 간에 큰 스트레스를 줍니다.

연속 혈당 측정기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씀드립니다. 2주간 착용하면서 순서대로 천천히 먹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의 혈당 변화를 직접 비교해 볼 수 있어, 습관 형성에 큰 동기 부여가 됩니다. 특히 당뇨가 있거나 당뇨 전 단계에 있는 분들께는 한 번쯤 체험용으로 사용해 보시길 권합니다.

음식을 급하게 먹으면 혈당은 빠르게 치솟아 혈당 스파이크가 발생한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천천히 먹는 것 역시 도움이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핵심은 우리 몸의 대사 시스템에 '준비 시간'을 주는 것입니다. 음식을 급하게 먹으면 혈당은 빠르게 치솟지만, 췌장의 인슐린 분비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혈당 스파이크가 발생합니다. 반면 천천히 먹으면 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돕는 호르몬이 미리 나올 시간을 벌어줍니다. 또한 뇌가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렙틴)은 식사 시작 후 15~20분이 지나야 분비되므로, 천천히 먹을수록 과식을 막아 절대적인 당분 섭취량 자체를 줄이는 효과도 있습니다. 따라서 한 끼 식사에 최소 30분은 들이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요즘 스스로 혈당 관리 앱을 쓰는 분들이 많은데요. 앱에 기록된 데이터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핵심 패턴은 무엇인가요?
의사 입장에서는 혈당 수치를 가장 먼저 봅니다. 혈당 스파이크가 튀어 있는 구간이 있는지 없는지가 핵심인데, 평균적으로 혈당이 잘 조절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영양사나 식단 관리자는 간식을 먹었는지, 급하게 많이 먹은 구간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두 가지를 종합하면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급하게 먹은 음식이나 간식이 혈당 스파이크와 연결되어 있는지입니다. 혈당을 꾸준히 관리하려면 식사 사이에 간식을 피하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치아가 약하거나 음식을 삼키기 어려운 분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삼키기 매우 어려운 경우라면 죽이나 미음 같은 유동식이 적합합니다. 이 경우 식사 순서를 지키기 어려우므로, 천천히 먹는 것에 더욱 집중하시면 됩니다. 치아가 어느 정도 약한 중간 단계라면 조리 방법을 바꾸는 것을 추천합니다. 생 샐러드 대신 데친 채소, 스테이크 대신 찜 형태의 고기처럼 씹기 편한 방식으로 조리하면 순서 원칙을 지키면서도 무리 없이 식사할 수 있습니다.

채소부터 천천히 먹는 식사법을 얼마나 유지해야 할까요?
기간이 따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평생 유지하셔야 합니다. 다만 완벽하게 지키기 어렵다면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채소 먼저, 그다음 단백질, 이 두 가지는 반드시 지키시고 탄수화물 순서는 차선으로 두셔도 됩니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천천히 먹는 것만큼은 절대 양보하지 마세요. 또 간식은 반드시 피하셔야 합니다. 혈당을 꾸준히 관리하려면 식사 사이에 혈당을 자극하는 간식을 끊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기획 = 이정연 건강전문 아나운서

이진경 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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