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이 ‘AI 취업불안’ 젊은이들에게 한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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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알파고 대국 1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대담이 열린 5일 저녁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강의동은 궂은 날씨에도 대담을 지켜보려는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2016년 3월9~15일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알파고는 당대 최정상급 프로 바둑 기사를 4대 1로 꺾으면서 온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후 3년 만인 2019년 이세돌 9단은 "내가 뒀던 바둑은 이제 끝났다"며 은퇴했고, 프로 바둑계는 '인간 아닌 인공지능에게서 이기는 법을 배우는' 어마어마한 변화를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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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알파고 대국 1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대담이 열린 5일 저녁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강의동은 궂은 날씨에도 대담을 지켜보려는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2016년 3월9~15일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알파고는 당대 최정상급 프로 바둑 기사를 4대 1로 꺾으면서 온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후 3년 만인 2019년 이세돌 9단은 “내가 뒀던 바둑은 이제 끝났다”며 은퇴했고, 프로 바둑계는 ‘인간 아닌 인공지능에게서 이기는 법을 배우는’ 어마어마한 변화를 겪었다. 바둑계에 ‘먼저 온 미래’는 곧 다른 분야도 강타했다.
2022년 오픈에이아이(AI)가 놓은 생성형 인공지능 챗 지피티는 AI 대중화의 문을 열어젖혔고 이제 인류는 인간의 유용함과 가치를 묻는 본질적인 도전에 직면한 상태다. 수백명이 들어가는 대형강의동이 꽉꽉 차고 대담 이후 30분 허락된 질문 시간에 청중 40여명이 마이크앞에 늘어선 것은 뜨거운 AI 열풍을 실감케 하는 현장이었다.
한국과학기술학회와 서울대학교 과학학과가 주최한 이날 대담은 ‘알파고에서 알파폴드까지: 우리에게 인공지능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마련됐다. 구글딥마인드는 2010년대 중반 ‘알파고 쓰나미’를 일으켰고, 이후 다른 분야에서 놀라운 성과를 일궜다. 2024년 노벨상 위원회는 단백질 구조 예측 AI ‘알파폴드’(AlphaFold)'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등에게 화학상을 안겼다. 주최 쪽이 대담자로 이세돌 9단(울산과학기술원 특임교수)과 AI 기반 신약 개발 기업 갤럭스(Galux)를 창립한 석차옥 서울대 화학부 교수를 선정한 것은 AI가 던진 충격과 희망을 동시에 찾아보자는 전략적 의도였던 셈이다.
이세돌·석차옥 교수 모두 AI와의 관계를 “좋은 인연”이라고 표현했지만 방점은 달리 찍혔다. “바둑을 예술로 배웠던” 이 교수는 바둑 실력은 월등히 높아졌으나 AI 수 암기에 급급해 개성이 사라진 세태를 안타까워했다. 10년 전 대국을 돌아보면서도 비장함과 씁쓸함이 교차했다. 이 교수는 4번째 대결에서 승기를 잡게 만든 68번째 수에 대해 “인간과 대결했으면 절대 안 뒀을 수, 즉 ‘정수’(正手)가 아닌 수, 나의 신념과 철학에 위배되는 수였다”고 했다. “철학·신념을 어기면서 둔다는 것은 어떻든 그 대가가 있다. 그런데도 그런 ‘인간적 결정’을 한 것은 (알파고에 내리 지면서) 정말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었다.”
반면 석 교수는 AI를 신약 개발에 응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뒤 “매일매일을 도파민 분출로 인한 흥분으로 보내고 있다”고 했다. “아무리 열심히 연구해도 도달하기 어려운 일에 대해 한계를 느끼던 참에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실험도구를 만났다. 이로써 우리는 굉장히 멀리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이 AI를 언급하며 쓴 ‘신’(神)의 의미도 차이가 있었다. 이 교수는 알파고를 “바둑의 신”이라고 했다. 흑도 백도 깔려 있지 않은 ‘무’의 세계에서 ‘추상전략게임’을 벌이는 인간에게 바둑은 ‘무한’이지만 알파고에게 바둑은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축적한 유한한 세상이므로, 결국 인간이 볼 때 AI는 ‘신’과 같은 존재라는 뜻이었다. 반면 석 교수는 알파폴드를 ‘신의 영역’으로 다가가기 위한 도구라고 봤다. 갈릴레오 갈리레이가 만든 망원경이 ‘지동설’의 근대과학을 연 것처럼, 알파폴드에 대해서도 무한한 비밀을 품고 있는 자연의 질서를 이해하기 위한 획기적인 수단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AI의 탁월함에 좌절을 맛봤을지라도, 자신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업적을 이룬 두 사람에게 AI는 여하튼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노력이었다. 이 교수는 “인류 역사상 이렇게 엄청난 자원을 투입한 것이 있었는가. 이제 인간은 한계에 봉착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인공지능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한계에 빠진 인간을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중 대다수인 학생들은 마이크를 잡자마자 AI로 더욱 불확실해진 미래에 대한 불안을 토로했다. “AI가 누구에겐 기회이지만 누군가에겐 위기이지 않나” “공부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결국 AI 앞에선 당해낼 수 없다는 무력감이 든다” “사람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생업에 위협 느끼는 대중에게 어떤 위로를 건네고 싶은가” “AI에 밀려 인간의 가치를 잃어버리면 어떻게 하나”

두 사람은 학생들의 질문에 다르면서도 비슷한 답을 내놨다.
“좋은 질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질문을 평가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AI에 대체됐다고 생각하지 말고 AI를 활용해서 새로운 생각을 하는 것을 고민하는 게 좋겠다.” (석차옥)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가치는 무엇인가, 고민할 필요는 있지만 굳이 AI와 연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일단 여러분들은 다양한 분야의 여러가지를 많이 알아야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는 아니더라도 ‘일반인’들보다는 더 많이 아는 수준이 돼야 한다. 이젠 대기업들도 신입사원 채용을 많이 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기가 아는 다양한 것을 조합해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거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창업도 많이 해야 한다. 그럴 때 AI를 활용하는 것은 매우 유용하다.”(이세돌)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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