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태 기자의 책에 대한 책] "언어가 인간의 도구이자 수단이란 생각은 착각이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 '컨택트'는 소설가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삼는다.
표면적으로는 '외계 생명체의 방문'을 다루고 있지만, 원작 소설까지 깊이 들여다보면 흔한 SF가 아니라 언어에 관한 철학적 사유를 개진한 작품이다.
신간 '언어는 어떻게 인간을 바꾸는가'는 사피어·워프 가설을 다룬 책으로, 우리가 읽는 책과 그 책들에 담긴 언어가 인간의 생각에 영향을 끼치는가를 사유하게 만든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 '컨택트'는 소설가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삼는다. 표면적으로는 '외계 생명체의 방문'을 다루고 있지만, 원작 소설까지 깊이 들여다보면 흔한 SF가 아니라 언어에 관한 철학적 사유를 개진한 작품이다. 외계인의 방문을 넘어 외계인과 인간의 언어 소통의 문제를 다루고 있고, 그 과정에서 실제로 존재하는 '사피어·워프 가설'에 기대기 때문이다.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지면 인간의 사고방식도 달라진다'는 사피어·워프 가설의 구현체인 영화와 소설에서 언어학자 루이스 박사(에이미 애덤스)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본다.
신간 '언어는 어떻게 인간을 바꾸는가'는 사피어·워프 가설을 다룬 책으로, 우리가 읽는 책과 그 책들에 담긴 언어가 인간의 생각에 영향을 끼치는가를 사유하게 만든다.
우선 사피어·워프 가설은 언어학자인 에드워드 사피어(1884~1939년)와 벤저민 리 워프(1897~1941년)가 함께 발표한 가설이다. 사피어·워프 가설은 '언어 결정론'과 '언어 상대성'을 주장한다.

언어 결정론은 말 그대로 언어가 사고를 결정한다는 뜻이고, 언어 상대성은 사고가 언어에 따라 상대적이어서 언어가 다르면 생각도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1929년 세상에 나온 두 학자의 가설은 1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격렬한 논쟁의 중심에 자리해 왔다.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사례는 이누이트족의 언어다. 이누이트어에는 '눈(雪)'을 지칭하는 단어가 50개가 넘는다. 대륙의 초원이나 따뜻한 섬나라의 사람들과 달리 이누이트족은 눈을 다양한 방식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서 살아왔다. 눈을 적게 경험하는 이들에 비해 이누이트족에게는 눈을 지칭하는 단어가 많고, 그래서 이 눈들의 차이를 세밀하게 구분해낸다. 사피어의 문장은 이렇다.
"언어가 의사소통과 성찰이라는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부수적인 수단일 뿐이라고 상상하는 것은 순전한 착각이다. 사실 '현실 세계'는 상당 부분 무의식적으로 집단의 언어 습관 위에 세워져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언어가 다르면 시간에 대한 인식도 다르다. 영어 사용자는 시간을 수평으로, 중국어 사용자는 시간을 수직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가령 영어에서 기대하거나(look forward) 뒤돌아보는(think back) 상황에서의 표현은 시간을 수평 위에 올려놓는다. 반면 중국어 사용자는 일찍 일어난 사건을 위(上)로, 나중에 일어난 사건을 아래(下)로 표현하므로 시간 표현이 수직이다.
"언어를 배우는 건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창을 갖는 것이다"란 이 책의 인용문처럼, 여러 언어를 사용한다는 건 세상을 넓히는 일이다. 무심코 부르는 이름, 매일 쓰는 말투, 또 책에서 매일 읽는 문장이 우리 자신을 구성한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 다른 언어로 쓰인 책 한 권을 독파하는 일은 현실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을 하나 더 내는 일이다.
[김유태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속보] 강훈식 “UAE서 600만 배럴 이상 원유 긴급 도입 확정” - 매일경제
- 미사일 맞으면 어쩌려고…‘중동 하늘’ 불안한데, 항공편 재개한 중국 - 매일경제
- “여러분 무조건 반등합니다”...계속 사모으라던 비트코인 대부 ‘흔들’ - 매일경제
- “난 중동지역 국가 아닌데 왜?”…이란이 공격 나선 ‘뜻밖의 나라’ - 매일경제
- 강에서 풀어놓고 키웠을 뿐인데…오리 배 갈랐더니 금 나온 횡재男 - 매일경제
- 국민 절반 “집값 내려갈 것”…62% “다주택자 규제로 시장 안정화될 것” [한국갤럽] - 매일경
- 대이란 지상전 투입 임박?…쿠르드족 전투용 차량 대거 구매해 - 매일경제
- [속보] 이 대통령 “마약·부동산·주가조작 등 7대 비정상 정상화 속도” - 매일경제
- “이사 가야하는데 월세밖에 없어, 난감하네”…서울 전세 물건 40% 줄었다 - 매일경제
- ‘1차전 징크스 깨뜨렸다!’ 류지현호, ‘문보경 선제 만루포+위트컴 연타석포’ 앞세워 체코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