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column] ‘천재 MF’에서 ‘전술 설계자’로… 파브레가스는 어떻게 유럽을 사로잡았나

[포포투] 'IF'의 사전적인 의미는 '만약에 ~라면'이다. 은 '만약에 내가 축구 기자가 된다면'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누구나 축구 전문 기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됐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수를 발행하고 있는 'No.1' 축구 전문지 '포포투'와 함께 하는 은 K리그부터 PL, 라리가 등 다양한 축구 소식을 함께 한다. 기대해주시라! [편집자주]
코모의스타디오주세페시니갈리아를 둘러싼 풍경은 낭만적이다. 호수와 산, 그리고 관중석을 채운 유명 인사들까지. 그러나 지금 이 팀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배경이 아니다. 경기장 위에서 구현되고 있는 구조와 철학이다.
세스크파브레가스는 선수 시절 아스널, 바르셀로나, 첼시에서 전성기를 보내며 유럽 무대를 누볐다. 넓은 시야와 정교한 패스, 경기 흐름을 읽는 축구 지능으로 ‘천재 미드필더’라 불렸던 그는 이제 벤치 위에서 또 다른 설계를 시작했다.
2024년 7월 코모의 정식 감독으로 부임한 그는 21년 만에 1부 리그로 복귀한 팀을 곧바로 세리에 A 10위에 올려놓았다. 이는 30년 넘게 이루지 못했던 안정적인 잔류였다.
이번 시즌은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코모는 경기당 승점 1.77로 구단 역사상 세리에 A 최고 페이스를 기록 중이다. 유벤투스를 2-0으로 제압했고, 코파 이탈리아에서는 나폴리 원정에서 승부차기 끝 승리를 거둬 4강에 올랐다. 현재 순위는 5위. 이제 코모는 ‘돌풍’이라기보다, 분명한 구조를 갖춘 팀에 가깝다.
그렇다면 파브레가스는 어떻게 코모를 강팀으로 탈바꿈시켰을까.
#유연한 투볼란치, 고정되지 않는 4-2-3-1

파브레가스의코모는 기본적으로 4-2-3-1을 사용하지만, 숫자보다 중요한 건 움직임이다.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중 한 명이 공 쪽으로 내려와 빌드업에 관여하고, 풀백이 전진하면 그 공간을 메우며 포백 균형을 유지한다.
공격형 미드필더니코 파스는 자신의 위치를 조정하여 스트라이커와 함께 공격을 이끌어 나간다.이 모든 것을 통해 코모는 두 중앙 채널을 동시에 차지하여 중앙과 측면을 통해 공격할 준비를 한다.
빌드업이 전진 단계로 넘어가면 한 명의 미드필더만 남아 수비와 미드필드를 연결하고, 풀백은 더욱 높게 올라간다. 윙어는 안으로 좁혀 들어오고, 공격형 미드필더는 원톱 주변으로 이동한다. 중앙과 측면 사이 공간, 이른바 인사이드 채널을 동시에 점유하는 구조다.
상황에 따라 수비형 미드필더가 두 센터백 사이로 내려가 임시 스리백을 형성하기도 한다. 중앙에는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지고,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라인 사이로 침투 패스가 꽂힌다. 전환 시 리스크는 존재하지만, 대신 더 많은 선수를 높은 위치에 배치할 수 있다. 이는 특정 구역에 수적 우위를 만든다.
한쪽 측면에는 윙어와 풀백이 짝을 이루고, 반대편 풀백은 단독으로 넓게 선다. 다른 윙어는 중앙으로 침투한다. 로테이션은 고정된 패턴이 아니라, 선수 특성과 상대의 약점에 따라 조정되는 유기적 장치다.
이 경우 뒤쪽에 수비 숫자가 부족해 소유권을 빼앗겻을 때 위험에 놓일 수 있게 되지만 반대로 높은 위치에 공격 숫자를 많이 배치하기 때문에 수적 우위를 가져갈 수 있게 된다.
# 침투와 압박, 두 축의 균형

빌드업이 안정되면 공격은 직선적으로 전환된다. 원톱은 수비 라인 뒤를 지속적으로 노리고, 10번과 안쪽으로 좁혀든윙어가 이를 지원한다. 공격 시에는 4-4-2 혹은 4-2-4처럼 보일 만큼 전방 숫자가 늘어난다. 반복되는 침투는 상대 수비를 뒤로 밀어내고, 그 결과 라인 사이 공간이 열린다.
2024/25 세리에 A 시즌, 코모는 리그 네 번째로 많은 스루패스를 기록했다. 긴 빌드업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측면을 활용해 빠르게 전환하고, 원톱과 10번은 중앙에서 밀접하게 연계하며 침투 타이밍을 공유한다.
특히 파이널 서드 중앙에서의 패스 조합은 정교하다. 윙어의 중앙 침투, 원톱과 10번의 유기적 움직임이 고급스러운 연계를 완성한다. 수비형 미드필더들 역시 전진해 공간을 압축하고, 공격을 지속적으로 고정한다.
그 중심에는 21세 니코 파스가 있다. 라인 사이에서 공을 받고 돌아서며 수비를 끌어당긴다. 10골 6도움. 그의 잠재력을 증명하듯 레알 마드리드는 2027년까지 유효한 바이백 조항을 삽입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무기는 압박이다. 수비 시에는 4-4-2로 전환해 중앙을 촘촘히 막고, 상대를 측면으로 유도한다. 터치라인을 덫처럼 활용해 강하게 몰아붙인다. 리커버리 1,214회(리그 4위)는 이 팀이 얼마나 공격적으로 공을 되찾는지를 보여준다.
코모는 공을 가질 때도, 잃었을 때도 경기를 통제한다. 그것이 파브레가스의 철학이다.
# 더 높은 무대를 바라보는 파브레가스
코모의 배경에는 세리에 A 최고 수준의 자본이 있다. 그러나 자본이 구조를 대신하진 않는다. 수많은 관심 속에서도 잔류를 택한 파브레가스의 선택은 방향성에 대한 확신을 보여준다.
그는 아르센 벵거, 펩과르디올라, 조세무리뉴, 안토니오콘테 등에게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축구는 단순한 차용이 아니다. 점유와 침투, 강한 압박, 구조적 수비가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유기적으로 결합된, 현대적 팀 축구다.
“한 걸음씩 가야 한다. 물론 나와 구단 수뇌부는 계획이 있다.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적절한 타이밍에 올바른 단계를 밟아야 한다. 계속 이 방식으로 나아간다면, 몇 년 안에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말하는 건 경기장에서다”파브레가스는 조심스럽지만 분명하게 말했다. 그의 시선은 이미 다음 단계를 향하고 있다.
코모는 더 이상 잔류를 목표로 버티는 팀이 아니다. 자신들만의 색을 갖춘 클럽, 명확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감독, 성장 곡선을 그리는 선수단이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설계자가 서 있다.코모 호수에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이제 국경을 넘어선다. 파브레가스의 도전은 세리에 A에 머물지 않는다. 다음 단계는 분명하다. 무대는, 유럽이다.
글= ‘IF 기자단’ 6기 이태훈
정지훈 기자 rain7@fourfourtwo.co.kr
ⓒ 포포투(https://www.fourfourtwo.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포포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