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장에 돌아온 외국인, 삼전 보통주 팔고 우선주 담은 이유
삼성전자 보통주는 무더기로 팔고 우선주 순매수 눈길
외국기관, 상대적 고평가 보통주 팔고 배당이익 노린 듯

미국과 이란의 전쟁여파로 국내 증시가 폭락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오히려 매수세로 돌아섰다. 특히 지난 4일 사상 최악의 폭락장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의 보통주를 팔고 같은 기업의 우선주를 매수하는 대응을 보여 눈길을 끈다.
6일 한국거래소 데이터를 보면 외국인은 지난달 25일 이후 4거래일 연속 조단위로 국내 주식을 팔아치웠다. 2월 25일 1조5240억원, 26일 1조6890억원을 순매도했고, 27일에는 마치 다음날 미국의 이란 공습을 예측한 것처럼 무려 7조원에 가까운 6조991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중동 전쟁 직후 첫 거래일인 지난 3일에도 4조5550억원 순매도했던 외국인은 4일 사상 최악의 폭락장에는 오히려 1조4010억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시장에선 드디어 외국인이 돌아왔다며 반등 시그널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흥미로운 것은 3월 4일 폭락장에서 외국인이 매수한 종목이다. 이날 코스피는 12%, 코스닥은 14%나 폭락했는데, 특히 삼성전자와 반도체 소부장 등 기술주 낙폭이 컸다. 이날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 역시 삼성전자로 6920억원 순매도를 기록했고, SK하이닉스도 5260억원 순매도했다.
그런데 외국인은 동시에 삼성전자 우선주(삼성전자우)를 317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같은 날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판 종목은 삼성전자 보통주,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 우선주라는 특이한 기록이다.
또 하나의 증시 주도주인 현대차에서도 외국인들은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보통주를 팔고, 우선주는 사들였다. 이번 폭락장에서 외국인의 현대차 수급동향을 보면, 3일 현대차 보통주를 3200억원어치 순매도했고, 4일에도 630억원어치를 팔았다.
그런데 같은 날 외국인들은 현대차 우선주를 대거 사들였다. 4일 현대차2우B는 240억원 순매수, 현대차우는 180억원 순매수했다.
통상 보통주와 우선주의 주가 흐름은 비슷하기 때문에 매수와 매도 수급의 방향도 비슷하다. 하지만 이번 폭락장에선 주도주의 보통주와 우선주가 서로 다른 수급양상을 보인 셈이다.
과거에도 유사한 움직임이 있었다. 이번 폭락장과 비교되는 2001년 9.11테러 직후 첫거래일인 2001년 9월 12일의 경우,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으로 대신증권1우(매수상위 13위), 삼성전자1우(매수상위 18위) 등 우선주가 눈에 띈다. 같은 날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팔아치운 주식은 삼성전자 보통주(매도 1위)였다.
시장에선 외국계 펀드 등 외국기관들이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주도주를 저가매수하면서도 비중을 유지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적고, 주가가 낮은 우선주를 매수해 종목비중을 조절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가 집계하는 외국인 수급통계는 외국인 개인의 거래실적이 아니라 금융감독원에 외국인투자자로 등록된 해외연기금이나 해외투자자문사, 해외자산운용사의 거래실적을 의미한다. 해외의 외국인 개인은 현재 국내 제도와 규정상 국내주식에 직접투자가 어렵다.
실제로 지난 4일 기준으로 보면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경우 보통주가 우선주보다 하락률이 크고, 주가도 많이 높은 편이다. 이날 삼성전자 보통주는 전날보다 11.74% 하락한 17만2200원, 삼성전자 우선주는 11.15% 하락한 11만4800원에 정규장을 마쳤다. 같은 날 현대차는 15.8% 하락한 50만1000원, 현대차우는 14.18% 하락한 24만2000원, 현대차2우B는 13.14% 떨어진 24만4500원에 거래됐다.
우선주의 배당매력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업의 주식이라도 우선주는 의결권은 없지만 상대적으로 보통주보다 더 높은 배당을 받는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국내 대형주 중 드물게 분기배당을 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의 경우 1분기 배당은 오는 3월말이 배당락일이다. 삼성전자우는 지난 4분기에 삼성전자보다 주당 1원 많은 배당을 받았고, 현대차2우B는 4분기에 현대차보다 주당 100원의 배당을 더 받았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매수선택에는 하락장에서의 리스크조절이 한몫을 했다"면서 "불안할 때 (저가로) 사고는 싶고, 사야하지만 같은 기업이라도 배당을 더 주는 우선주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동일 기업의 보통주 매도, 우선주 매수는 기존 위험부담의 범위 내에서 가격 메리트가 더 큰 종목으로 이동하는 스위칭 거래의 가능성이 있다"며 "외국인 자금은 액티브보다 패시브 비중이 높아 기계적 매도압력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일부 액티브 자금은 배당 매력과 밸류에이션 할인 요인을 고려해 우선주를 저가매수하는 흐름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상원 (lsw@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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