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은 물론 눈치도 없는 연예인들, 이성민이 왜 진국인지 생각해 보시길

정석희 칼럼니스트 2026. 3. 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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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번 돈으로 뭘 사든 너희들이 무슨 상관이야? 눈치 없는 연예인들에게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배우 지소연이 3·1절을 하루 앞두고 개인 유튜브 채널에 일본 여행 영상을 올렸다가 거센 지적을 받고 삭제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3월 2일이 대체 휴일이라는 사실을 모를 리 없을 터. 3·1절을 인지하지 못했다기보다 '그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안일하게 여긴 모양이다. 하지만 3·1절이나 광복절 전후로 일본 관련 게시물을 자제하는 건 이제 상식을 넘어선 예의가 아닌가.

비단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2024년 광복절 당일, 공영방송 KBS는 기모노 차림의 주인공이 등장하고 기미가요가 삽입된 오페라 <나비부인>을 편성해 뭇매를 맞았다. 설마 고의였겠나. 그저 상식이 없고 결정적으로 '눈치'가 없었던 게다. 대중문화에 몸담은 이라면 기본적으로 눈치가 있어야 한다. 흔히 '사람은 착한데 눈치가 없다'고들 하지만 그건 결국 배려가 부족하다는 뜻과 같다.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건 타인의 마음을 헤아릴 의지가 없다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으니까.

그런데 JTBC <톡파원 25시> 3·1절 특집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아, 이 프로그램은 눈치가 있구나. 안중근 의사의 발자취를 따라간 이번 기획에서 눈에 띈 건 고정 패널 알베르토와 타쿠야의 부재였다. 알베르토는 과거 한 유튜브 채널에서 한일 역사 문제를 두고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침략자와 피해자가 명확한 역사 앞에서 기계적 중립을 내세우는 인물을 굳이 3·1절 특집에 세우지 않은 것, 그게 바로 제작진이 챙긴 눈치다.

이날 방송은 안중근 의사가 저격한 대상이 단지 '이토 히로부미'라는 개인이 아니라 '한국은 일본의 보호를 원한다'는 일제의 여론전이었음을 분명히 짚어냈다. 안중근 의사의 목소리를 통해 법정에서 울려 퍼진 이토 히로부미의 죄목 15가지와 여전히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안중근 의사의 유해 이야기까지 담아낸 진정성은 박수받을 만하다.

얼마 전 여든이 넘은 이모가 '재미있게 보던 게 있는데 왜 다시 안 하느냐'고 물으셨다. 배우 이성민이 동료들과 여행하는 장면을 흥미롭게 보셨는데 이야기가 갑자기 끊기더니 다음 주에도 나오지 않더라는 것. 알고 보니 SBS <미운 우리 새끼> 배정남 편에 출연한 이성민, 김성균, 김종수의 카자흐스탄 여정이었다. 명절마다 갈 곳 없는 후배들을 집으로 불러 밥을 먹인다는 미담에 이모는 연기만 잘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참 진국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그분들 이야기는 이제 끝났다고 말씀드리니 보고 싶은 건 안 보여주고 쓸데없는 것만 틀어준다고 타박을 하신다. 이모가 예로 든 것이 바로 조진세 편의 '두쫀쿠 만들기'였다. MBC <나 혼자 산다>에서 전현무가 만들고, 다음 날 <전지적 참견 시점>에 창시자가 나오더니, <마니또 클럽>에서 정해인까지 가세한 이 열풍은 기시감을 넘어 피로감을 준다. 유행이 저무는 마당에 지상파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뒷북을 치는 모양새라니. 시청자가 보고 싶어 하는 건 흘려보내고 보고 싶지 않은 과시형 유행만 권하는 편성. 이 또한 눈치 없는 선택이지 뭔가.

아쉬워하는 이모에게 MBC <푹 쉬면 다행이다>의 2024년 6월 방송분을 권해드렸다. 이성민이 동료들과 출연해 폐양식장에 데크를 설치하고 페인트칠을 하는 모습이 담긴 회차다. 연극 무대 세트 작업을 했던 경험 덕인지 다들 뚝딱뚝딱 일을 잘 했다. 특히 궂은일을 마다않는 이성민의 솔선수범이 인상적이었다. 억지 갈등을 유발하는 출연자 없이도 충분히 따뜻하고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이 방송을, <미우새> 배정남 편이 소리소문없이 끝난 걸 아쉬워하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사실 이성민이 <미운 우리 새끼>에 나올 당시, 유재석 등과 함께한 <풍향고 2>와 시기가 살짝 겹쳐서 아쉬웠다. 하지만 막상 보니 배우들과 있을 때와 개그맨들 사이에 있을 때를 다르게 소화하며 각기 다른 재미를 줬다. 시청자가 무엇을 보고 싶어 하는지를 아는, 한마디로 눈치 있는 배우다. 대중문화는 결국 사람을 보여주는 일이다. 눈치 없는 과시나 자극적인 화제 대신 주변을 살피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이들을 방송이 더 많이 발굴해 주길 바란다. 허구한 날 똑같은 얼굴들로 유행만 쫓지 말고.

정석희 TV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사진=SBS, JTBC,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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