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반느' 이종필 "문상민은 과거의 멜로와 지금의 청춘을 잇는 배우" [영화人]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를 연출한 이종필 감독은 작품 속 인물 경록을 통해 오늘의 청춘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중심에는 배우 문상민이 있었다. 이 감독은 문상민을 두고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찾아온 배우"라고 표현하면서도, 작품의 정서와 현재성을 동시에 붙잡아준 캐스팅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종필 감독은 처음 문상민을 캐스팅할 당시 그에 대해 알고 있던 정보가 많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제가 아는 정보는 키가 191이라는 것뿐이었다. 너무 큰 거 아닌가 싶었는데 제작사 대표님이 '아성이랑 서 있으면 너무 귀엽겠다. 둘의 설레는 키 차이가 좋겠다'고 하더라. 그 정도가 제가 아는 거의 전부였다"고 말했다. 여기에 '탈주'에 함께 출연한 홍사빈과 친하다는 정도의 정보가 더해졌을 뿐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인상은 달라졌다. 문상민이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고 하자 이 감독은 이유를 물었고, 돌아온 답은 단순했다. "그냥 저 같아요"라는 말이었다. 이 감독은 "특히 대사나 말투가 자기 같다고 하더라. 뭔가 좋은 말 같은데 받아칠 말이 없었다"고 웃으며 회상했다.
이후 문상민에게 영화 '봄날은 간다'를 봤냐고 물은 적도 있었다. 처음에는 보지 못했다고 했지만, 나중에 영화를 보고 난 뒤 문상민이 전한 감상이 인상 깊었다. "키 큰 사람이 이별을 했을 때의 뒷모습이 되게 쓸쓸해 보였다는 얘기를 하더라. 그 말을 듣고 이 배우가 이런 정서를 알고 있는 사람 같다고 느꼈다. 동시에 '봄날은 간다'를 몰라도 상관없겠다고 생각했다. 배경과 미장센이 노스탤지어를 품고 있다면 인물은 지금의 20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에게 문상민은 과거 멜로의 감성을 그대로 재현하는 배우라기보다, 현재의 감각으로 그 정서를 통과시킬 수 있는 배우였다. 그래서 현장에서도 특정한 방향을 강하게 주입하기보다는 끊임없이 대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 감독은 "대화를 많이 나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장면이 불편하지 않느냐, 하고 싶은 게 있느냐를 계속 물었다. 어떤 배우를 만나든 그게 기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상민과의 작업은 유독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이어졌다. 이 감독이 평소 아침형 인간이다 보니 이른 시간 미팅을 제안했는데, 문상민이 그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제가 그냥 지나가는 말로 '나는 5시에도 나가 있고 그렇다'고 했는데 문상민 배우가 '그럼 제가 갈게요. 6시쯤 갈까요?'라고 하더라. 그다음 날부터 매니저도 없이 택시를 타고 오고, 어떤 날은 걸어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그 시간을 통해 문상민이라는 배우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커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캐릭터에 대해 같이 생각했다. 오히려 제가 많이 물어봤다. 어때? 이건 어때? 그러면 '똑같죠 뭐' 이렇게 말하더라. 크게 다르지 않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과거 멜로 영화의 공기를 지금 세대에게도 전달하고 싶었던 감독에게 문상민은 그 간극을 자연스럽게 메워주는 존재였다.
현장에서의 태도 역시 감독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감독이 특히 기억하는 장면은 문상민이 오열하는 장면이었다. "구석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감정을 잡고 있었다. 다 준비되면 신호만 달라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첫 테이크에서 눈물이 나오지 않았고, 그 순간 문상민이 크게 괴로워했다고 했다. "얼마나 잘하고 싶었을까가 느껴졌다. 그래서 '괜찮다, 눈물이 안 나와도 된다. 중요한 건 슬픈 마음이다'라고 말해줬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테이크에서 문상민은 결국 감정을 터뜨려냈다. 이 감독은 "저도 울컥했다. 사람이 우는 장면인데 잘 운다고 좋아할 수도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촬영이 끝난 뒤 문상민이 다가와 건넨 말은 감독에게 오래 남았다. "감독님 기다려줘서 고마워요"라는 말이었다. 이 감독은 "그 말이 정말 크게 남았다. 저랑 20살 차이가 나는데, 그때 '조금만 기다리면 되는구나'라는 걸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고아성과의 첫 리딩에서도 문상민의 존재는 의미 있는 순간을 만들었다. 오랜 시간 마음속에 품고 있던 대본을 처음으로 함께 읽게 된 자리에서 고아성이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는 것이다. "몇 년 동안 혼자 읽었던 대본인데 문상민 배우가 경록으로 나타나 함께 읽어주는 게 너무 신기하고 고마웠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듣고 우리가 오랫동안 꿈꿨던 장면을 이제 찍는구나 싶었다"고 했다.
이종필 감독은 문상민을 두고 "정서를 아는 배우"라고 표현했다. 과거 멜로의 공기를 품으면서도 동시에 지금의 청춘이 가진 감각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는 배우라는 뜻이다. 그래서 영화 속 경록은 어딘가 낯설지 않은 얼굴로 관객 앞에 나타난다. 이 감독이 말한 것처럼, 그것은 과거의 멜로와 현재의 청춘이 만나는 지점이기도 했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넷플릭스
Copyright © MBC연예.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금지.
- '파반느' 이종필 감독 "배우 고아성의 눈, '못생긴 마음' 밝힌 필라멘트" [영화人]
- '파반느' 기세 무섭다, 글로벌 TOP10, 비영어 영화 4위!
- 고아성 "아이슬란드서 8시간 운전…문상민·이종필 감독 면허 없어"
- 고아성 "멜로 영화 처음…문상민, 스토리텔링 되는 얼굴"
- '파반느' 문상민 "고아성의 배려에 눈물, 변요한과 키스씬에 가글" [영화人]
- 스스로 "SM상"이라는 문상민 "무신사 30% 할인가로 완성한 영화배우 포스" [영화人]
- 산다라박 "마약NO"…박봄 쾌유 기원하며 '절연'
- 배우 김승수 "얼굴 절반 수포로 뒤덮여 사망 직전까지"(옥탑방)
- '셀럽' 구준엽 아내 서희원 사망 원인 '충격'
- 김지민, 개그맨 선배 갑질 폭로 "난 셔틀이었다"…이호선도 깜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