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3% 귀환에도 웃지 못하는 은행권 속사정
지방·인뱅 가세한 '금리 경쟁' 불붙나 했더니 '눈치싸움'
머니무브와 중동 리스크 사이, 금리 인상 서두르지 않아

최근 은행권에 '3%' 예금금리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역대급 증시 호황에 머니무브가 본격화되자 수신 금리를 소폭 조정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정부 규제와 중동발(發) 리스크 등 외부요인이 겹치면서 시중은행 예금금리는 3%대 언저리에서 여전히 지지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최근 주요 정기예금 상품인 'NH올원e예금'과 'NH왈츠회전예금 II'의 1년 만기 최고금리를 연 3%대로 인상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 금리가 3%대에 진입한 것은 올해 초 이후 약 2달 만이다.
지방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일찌감치 금리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12일 정기예금과 자유적금 등 주요 수신 상품의 금리를 최대 0.05%p 상향 조정했다. 이번 조치로 6개월 이상 2년 미만 정기예금 금리는 기존 연 2.95%에서 3.00%로 오르며 3%대에 진입했다. 케이뱅크도 최근 '코드K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0.05%p 인상하며 3.01%로 끌어올렸다.
이번 금리 인상은 최근 증시와 가상자산 시장으로 쏠린 자금을 다시 은행권으로 유인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최근 코스피 6000선 돌파 등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자 낮은 예금금리로 수신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NH농협은행의 선제적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대형 시중은행들은 여전히 2%대 금리를 유지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3.0~3.1%에 형성됐던 5대 은행의 예금금리는 연말 은행채 등 시장금리 하락의 영향으로 하락·보합세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달엔 우리은행이 'WON플러스예금(12개월 만기)' 금리를 두 차례 인상한 데 이어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NH농협은행이 정기예금 금리를 잇달아 인상하면서 수신금리 경쟁에 불이 붙나 했으나 여전히 지지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연초 증시 호황에 따른 자금 이탈에 긴장하던 은행권 내에서 자금 이탈 현상이 우려만큼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지난 2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은 684조8604억원으로 집계됐다. 1월 말 기준 651조5379억원에서 2월 한 달간 33조3225억원 급증한 규모다. 5대 은행 요구불예금이 월간 33조원 넘게 급증한 것은 지난 2024년 3월 33조6226억원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여기에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자 시중은행들은 예금금리 인상 기조를 멈추고 일단 관망하는 분위기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 심리가 확산되면 별다른 금리 혜택 없이도 자금이 다시 '안전한' 은행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불안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이로 인한 금융 시장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며 "특히 우리나라 주가 지수는 하루 10% 전후로 움직이며 그 변동성이 유난히 두드러진다"고 진단했다.
이번 중동 사태로 인한 국내 주식시장 변동폭이 생각보다 빠르고 큰 탓에 은행권에서 증시로의 자금 유출을 더욱 보수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대출을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비용을 들여 예금을 유치할 유인이 없다는 계산까지 맞아 떨어지면서 당분간 예금금리의 급격한 인상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선 수신 방어도 중요하지만 예대마진 관리와 가계대출 억제라는 정부 기조도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라 일단은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며 "코스피·코스닥으로 머니무브가 이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다정 기자 ddang@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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