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신재생에너지 사업재편 신호탄···SK이터닉스 매각으로 첫 발
SK이노E&S·SK에코플랜트 신재생 사업 묶어 패키지딜
최태원 회장·최창원 부회장으로 나뉜 사업 축 리밸런싱 차원 분석도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SK가 신재생에너지 사업 구조 재편에 첫 발을 뗐다. SK디스커버리가 보유한 SK이터닉스 지분을 글로벌 투자사 KKR에 매각하기로 하면서다. 계열사별로 나뉘어 있던 관련 사업을 묶어 투자 구조를 단순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를 단순한 지분 매각이 아니라 SK이노베이션 E&S와 SK에코플랜트 등으로 분산돼 있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합하는 첫 단계로 보고 있다.
◇SK이터닉스 지분 30.98% KKR에 매각···신재생 사업 패키지딜
SK디스커버리는 6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 SK이터닉스 지분 1045만5825주를 글로벌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이하 KKR)이 설립한 법인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SK디스커버리가 보유한 SK이터닉스 지분 전량인 30.98%에 해당한다. 처분 금액은 2478억원이다.
SK이터닉스의 주요 재무적 투자자인 한앤컴퍼니도 보유 지분을 함께 정리한다. 한앤컴퍼니는 SK이터닉스 지분 12.52%에 해당하는 422만5455주를 1001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두 투자자가 동시에 지분을 처분하면서 SK이터닉스의 경영권은 KKR로 넘어가게 된다.
이번 거래는 단순한 지분 거래로 끝나지 않는다. SK는 SK이터닉스 지분 매각과 함께 SK이노베이션 E&S와 SK에코플랜트 내 신재생에너지 사업 부문을 묶어 패키지 형태로 재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SK이터닉스 지분 매각을 포함한 전체 거래 규모는 약 1조8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지분 매각 이후 SK는 KKR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대규모 선투자가 필요한 자본집약적 사업이라는 점을 감안해 글로벌 투자 자본과 손잡는 방식으로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태원 회장·최창원 부회장 양측으로 갈라졌던 신재생 사업, 그룹 차원 리밸런싱
그동안 SK그룹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뉘어 운영돼 왔다. 최태원 회장이 이끄는 SK이노베이션 E&S와 SK에코플랜트, 그리고 최창원 부회장이 지배하는 SK이터닉스다.
이 구조는 그룹 내부에서도 사업 중복 문제를 낳았다. 태양광과 풍력, 연료전지 등 주요 신재생에너지 영역에서 계열사 간 사업 영역이 겹쳤기 때문이다. 계열사별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투자 우선순위나 사업 전략을 일원화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표적인 분야가 연료전지 사업이다. SK이터닉스는 미국 블룸에너지의 발전용 연료전지에 대한 국내 주기기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2021년 청주에코파크 20MW 사업을 시작으로 현재 5개 사업장, 총 89MW 규모의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건설 중인 3개 사업장 111MW가 완공되면 총 8개 사업장, 200MW 규모로 확대된다. 국내 유력 석유화학기업 롯데케미칼의 연료전지 발전 규모가 약 60MW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SK이터닉스의 확장 속도는 빠른 편이다. 발전 자산도 일정 규모까지 쌓인 상태다.
반면 SK이노베이션 E&S는 현재 20MW 규모의 강동 연료전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료전지의 원료가 되는 부생수소를 연간 약 3만톤 생산하고 있지만 연료전지 발전 사업 자체의 규모는 크지는 않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사업 구조가 신재생에너지 사업 확대의 속도를 제한하는 요인이 됐다고 보고 있다.
지배구조도 변수였다. SK이터닉스는 최창원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SK디스커버리 계열이고, SK이노베이션 E&S는 SK㈜ 계열이다. 서로 다른 지배 축 아래에서 사업을 운영하다 보니 그룹 차원의 사업 통합이나 조정이 쉽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거래는 이런 구조를 정리하는 첫 단계로 평가된다. 최창원 부회장이 추진하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그룹 중심으로 재편하는 과정이라는 해석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구조 개편을 통해 최태원 회장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 보다 명확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부 자본과 손잡는 SK···신재생사업 투자 구조 바뀌나
한편 KKR이 거래에 참여한 점도 눈길을 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발전소 건설과 운영에 장기간 자본 투입이 필요한 분야다. 발전 자산을 늘리는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와 금융 조달이 반복적으로 필요하다.
SK디스커버리가 이날 이번 매각 배경으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신재생에너지 사업 특성을 감안했다'라고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그룹 내부 자본만으로 사업을 확대하기보다 글로벌 투자 자본과 함께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는 신호인 것이다. SK 역시 이번 거래를 통해 사업 구조를 바꾸는 동시에 재무 부담을 분산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합작법인을 통해 사업을 이어갈 경우 SK는 운영 주도권을 유지하면서도 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이번 거래의 핵심은 매각보단 재편에 있다"며 "SK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 손을 떼는 게 아니라, 흩어져 있던 사업을 묶고 외부 자본을 끌어이는 사업 축과 투자 구조 재정리 과정이고 SK이터닉스 매각은 그 첫 단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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