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 車부품 서열 공정에 로봇팔…올해 시범 적용
하이브리드 그리퍼 개발 완료…연내 현장 적용 추진
부품 20종 대응…피지컬AI로 의장 물류 자동화 시동

[대한경제=강주현 기자]현대글로비스가 피지컬 AI(인공지능과 물리적 실체를 결합한 기술)를 앞세워 자동차 의장 물류의 무인화에 시동을 걸었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스마트공장ㆍ자동화산업전(AW 2026)’에서‘하이브리드 그리퍼’ 기반의 원키트 피킹(부품 서열 집품) 자동화 기술을 처음 공개했다.
자동차 의장 라인에서는 조립에 필요한 부품을 차종별로 순서대로 담아 공급하는 원키트 공정이 필수다. 부품을 담은 이동식 적재대(대차)가 컨베이어를 타고 이동하면 작업자가 뒤편에 있는 부품을 집어 대차에 하나씩 담는 작업인데, 사람 대신 로봇팔이 수행토록 한 것이다.
기술 검증(PoC)은 경기도 평촌에 있는 자체 연구소 G-LAB에서 완료했으며, 올해 중 실제 사업장에 시범 적용하는 게 목표다. 적용 대상으로는 해외 사업장이 우선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이 공정에 로봇을 투입하기 어려웠던 건 손 역할을 하는 그리퍼의 한계 때문이었다.
자동차 의장 부품은 수십g짜리 볼트부터 10㎏이 넘는 금속 부품까지 무게가 천차만별이고, 형상도 납작한 커버류에서 복잡한 입체 구조물까지 제각각이다. 사람은 어떤 부품이 오든 맨손으로 집어 담지만, 기존 산업용 로봇은 부품이 바뀔 때마다 그에 맞는 그리퍼로 교체(툴 체인지)해야 했다. 교체 자체에 시간이 걸리는 데다, 부품 종류만큼 그리퍼를 갖춰야 해 비용과 공간 부담까지 뒤따랐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지형(손가락형) 그리퍼에 흡착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그리퍼를 개발했다. 사람 손처럼 다양한 형태의 부품을 잡되, 끝단에 흡착 기능을 더해 미끄러짐이나 낙하를 방지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툴 체인지 없이 하나의 그리퍼로 다양한 부품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

현재까지 약 20종의 자동차 의장 부품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마쳤으며, 최대 13㎏까지 파지가 가능하다. 실제 원키트 공정에 투입되는 부품 대부분이 10㎏ 미만인 만큼 현장 적용에 무리가 없다.산업전에서도 로봇팔이 볼트부터 플라스틱 커버, 금속 브래킷까지 모양과 재질이 다른 부품들을 안정적으로 집어 올리는 모습이 시연됐다.
부품 인식에는 AI 비전 알고리즘이 적용됐다. 부품의 형상이 매번 다르게 놓이기 때문에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과 부품 데이터를 매칭하는 과정에 AI 모델이 활용된다. 다만 현재는 새로운 부품이 추가되면 부품당 2~3시간의 학습 과정이 별도로 필요하다. 현대글로비스는 이 학습 과정을 AI로 자동화해 시간을 단축하는 것을 다음 과제로 추진 중이다.
로봇팔과 카메라, 구동장치 등은 상용 설루션을 조합해 구성했다. 하이브리드 그리퍼는 외부 업체와 공동개발했다. 이들을 통합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은 현대글로비스가 자체 개발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번 전시에서 개별 장비가 아닌 물류 전 공정의 통합 자동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입고부터 보관, 선별, 출고까지 전 과정을 자회사 알티올과 공동개발한 창고제어시스템(WCS) ‘오르카’로 연동해 제어하는 구조를 시연했다.
한규헌 현대글로비스 미래혁신기술센터 사업부장(상무)은 “개별 설비 하나만 자동화해서는 전체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는다”며 “입구부터 출고까지 전 과정을 통합 연동해 제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사업모델도 다각화했다. 장비 단품 판매는 물론 설루션 패키지, WCS만 별도 공급하는 것도 가능하다. 글로비스가 직접 설비를 구축ㆍ운영하고 비용을 나눠 받는 운영비(오펙스) 모델까지 갖춰 고객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한 상무는 “화주의 니즈에 맞춰 최적의 설루션을 조합해 공급하는 프로바이더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대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