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로봇동맹 열전①] 빅테크가 만든 로봇 제국…미국 피지컬AI 플랫폼 전쟁
GPU·AI모델·클라우드 결합…로봇도 플랫폼 전쟁
국가 아닌 기업이 만든 ‘로봇 동맹’…생태계 주도권 경쟁
![피지컬 AI에 대해 설명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출처=AFP/연합]](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06/552778-MxRVZOo/20260306134303249vjsj.jpg)
글로벌 피지컬AI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미국 빅테크들이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가 혹은 산업 연합체가 피지컬AI 생태계를 주도하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미국에서는 민간 기업 중심의 플랫폼 경쟁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 테슬라, 구글 등 빅테크들이 각자의 플랫폼을 중심으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기업과 부품사 등을 결집시키며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미국의 빅테크 중심 피지컬AI 생태계는 공식적인 동맹 구조는 아니다. 다만 빅테크가 구축한 플랫폼을 중심으로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하는 수직형 생태계가 형성되면서 업계에서는 사실상 '로봇 동맹'으로 평가하고 있다.
엔비디아, GPU 앞세운 '피지컬 AI 운영체제' 구축
![엔비디아 자율 로봇 훈련 시뮬레이터 아이작. [출처=엔비디아]](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06/552778-MxRVZOo/20260306134304511cjyn.png)
대표적으로 엔비디아의 로봇용 범용 AI 모델 '그루트(GR00T)' 시리즈는 자연어와 영상, 로봇 행동 데이터를 통합한 멀티모달 기반 구조로 설계됐다. 이를 통해 로봇이 인간의 언어 명령을 이해하고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다양한 작업을 학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와 함께 로봇 학습용 시뮬레이션 플랫폼 '아이작(Isaac)'을 중심으로 로봇 개발 전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아이작 플랫폼은 CUDA 기반 라이브러리와 AI 모델, 프레임워크, 시뮬레이션 도구 등을 포함하며 훈련·테스트·배포까지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로봇 개발자용 플랫폼이다.
생태계 확장을 위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엔비디아 인셉션'도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수백 개의 AI·로봇 스타트업이 엔비디아 플랫폼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자사 개발 툴을 활용하는 로봇 개발자는 200만명을 넘어섰다.
엔비디아 생태계에는 글로벌 로봇 기업들도 대거 참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비롯해 피겨AI, 어질리티 로보틱스, 생츄어리AI 등이 대표적이다. 소프트웨어 기업으로는 앤시스, 오토데스크 등이 참여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피지컬 AI 생태계를 선도하는 배경에는 GPU 지배력이 있다. GPU는 로봇의 물리 연산과 인공지능 학습에 필수적인 핵심 반도체로, 엔비디아는 해당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피지컬AI 산업에서 엔비디아의 역할은 독보적이란 평가다.
![팝콘을 담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출처=AP/연합]](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06/552778-MxRVZOo/20260306134305831qvjf.png)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피지컬AI 생태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엔비디아 등 플랫폼 기반 생태계와 달리 외부 협력 기업 참여를 최소화한 폐쇄형 구조를 지향하는 것이 특징이다.
테슬라의 로봇 개발은 자율주행 기술과 동일한 AI 인프라를 기반으로 진행되고 있다. 카메라 기반 인식 시스템 '테슬라 비전' AI 학습용 슈퍼컴퓨터 '도조', 위성 통신망 '스타링크',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의 옵티머스 생산 공장 등이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현재까지 옵티머스와 관련해 공식적인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외부 기업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동 모듈과 모터, 센서, 액추에이터 등 일부 핵심 부품 공급망에서는 중국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테슬라가 저장산화지능제어와 닝보터푸 등 중국 기업으로부터 액추에이터 등 핵심 부품을 조달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테슬라가 자체 생태계 구축이 가능한 이유는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에 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기술을 기반으로 로봇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간 축적된 기술력 덕분에 외부 협력 없이도 독자 피지컬AI 개발이 가능하단 분석이다.
투자 규모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테슬라는 올해에만 피지컬AI 사업에 200억달러(약 30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해 옵티머스 개발과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에 자금을 집중하고 있다. 인공지능 자회사 xAI에도 20억달러(약 3조원)를 투자하며 디지털 AI와 피지컬AI를 결합하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물류 창고에서 운영 중인 아마존 '벌칸' [출처=아마존]](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06/552778-MxRVZOo/20260306134307161fftv.png)
아마존은 물류 산업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피지컬AI 생태계를 꾸려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생성형 AI 기반 로봇 운영 모델 '딥플릿(DeepFleet)'을 물류센터에 도입해 수십만 대 로봇의 이동 경로와 작업을 실시간으로 최적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로봇 팔과 촉각 센서를 결합한 물류 로봇 '벌칸(Vulcan)' 등 차세대 자동화 기술을 개발하며 물류 작업의 상당 부분을 로봇이 수행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아마존이 로봇 하드웨어와 물류 데이터, 클라우드 AI를 결합한 '물류 중심 피지컬AI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생태계 확장을 위한 스타트업 투자도 활발하다. 아마존은 10억달러 규모의 산업용 AI·로봇 스타트업 투자 펀드를 운영하며 로보틱스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투자 기업으로는 스킬드AI, 바이오닉하이브, 멘티스 로보틱스 등이 있다.
![제미니 로보틱스 모델이 적용된 앱트로닉 휴머노이드 로봇 아폴로. [출처=구글 딥마인드]](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06/552778-MxRVZOo/20260306134308512qcgp.png)
AI 분야에서는 '제미나이 로보틱스'가 대표적이다. 이는 기존 언어 모델 제미나이를 물리적 세계까지 확장한 로봇 전용 AI 모델 시리즈로, 로봇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복잡한 물리적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구글과 협력 중인 로보틱스 기업으로는 앱트로닉과 애자일 로봇 등이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피지컬AI 경쟁의 핵심은 개별 하드웨어 제품이 아닌 AI 모델과 반도체, 클라우드, 데이터가 결합된 플랫폼 경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빅테크 기업의 투자 규모는 사실상 국가 수준에 가깝다"며 "이 같은 자본력 덕분에 개별 제품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반에 걸친 장기 투자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이 각각 PC 산업 생태계를 주도했던 것처럼 향후 피지컬AI 산업에서도 플랫폼을 선점한 기업이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피지컬AI 경쟁의 핵심은 단순히 로봇 하드웨어를 만드는 기술 경쟁이 아니라 AI 모델과 반도체, 클라우드, 데이터가 결합된 플랫폼 경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글로벌 빅테크들은 로봇 자체보다 이를 움직이는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로봇 산업에서도 특정 플랫폼을 중심으로 기업과 부품사가 결집하는 '디지털 생태계'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는 과거 PC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구글이 각각 플랫폼을 장악했던 흐름과 유사하다.
결국 피지컬AI 시대의 승자는 가장 많은 로봇을 만드는 기업이 아니라 가장 강력한 플랫폼을 구축한 기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Copyright © EB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