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은 왜 짠가? 천일염 vs 정제염 중 몸에 좋은 것은?

백우진 2026. 3. 6.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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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진의 심신 탐구]
가장 기본적이자 필수적인 조미료인 소금. 사진=클립아트코리아

1970년대, 박정희 정권에 맞서 반독재 투쟁을 하던 대학생들이 교도소 한 방에 수감됐다. 이들은 정치 노선이 아니라 '소금이 왜 짠가'를 놓고 논쟁을 벌이게 된다. 소금이 짠 성분이니까 짜지, 그게 어떻게 논쟁 거리가 될까?

대학생들은 '입자파'와 '이온파'로 나뉜다. 입자파는 "소금 알갱이 자체가 짠 맛을 지닌다"고 주장한다. 이온파는 "염화나트륨 소금은 물에 녹으면 나트륨 이온과 염화 이온으로 분리된다"며 "우리가 느끼는 짠맛은 이온의 작용"이라고 맞선다.

운동권 대학생 '입자파'와 '이온파' 대립, 결말은?

공방이 거듭됐으나 두 진영의 간극은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논쟁은 상대 진영을 향한 인신공격으로 번졌다. 그러던 어느 날 결론에 이르는 길이 보였다. 한 사람이 형기를 마치고 풀려나게 됐다. 두 진영은 그에게 특별한 임무를 부여한다. "나가면 꼭 백과사전을 찾아서 소금이 왜 짠지 알려다오." 얼마 후 교도소에 엽서가 도착한다.

"학우들, 소금은 알갱이가 아니라 이온으로 변해서 짠 거라네. 건승을 비네. 아무개."

이 얘기를 보낸 이가 이온파였다면 대립은 종식되지 못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다행히 진실을 알린 대학생은 입자파였다. 팽팽하던 긴장은 금세 풀려버렸다. 교도소 그 방은 일상으로 돌아갔다. 작가 김영현이 산문집 《나쓰메 소세키를 읽는 밤》에서 들려준 이야기다.

그럼 물에든 침에든 녹아 나뉜 나트륨 이온과 염화 이온 중 무엇이 우리에게 짠맛을 느끼게 할까?

나트륨 이온이다. 이는 염화나트륨 외에 아질산나트륨도 짠맛을 낸다는 점에서 확인된다. 아질산나트륨은 햄, 소시지 등 식육가공품의 발색제로 쓰인다. 다만 사용 대상과 양이 제한된다. 《식품과학기술대사전》은 아질산나트륨이 "외관과 맛이 식염과 비슷하기 때문에 혼동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고 당부한다.

우리는 짠맛을 상피나트륨통로(ENaC)로 느낀다

절대음감은 있어도, 절대미각은 없다. 짠맛만 떼어놓고 살펴봐도, 사람의 미각은 정확한 감각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는 혀의 유두에 있는 미뢰를 통해 단맛, 짠맛, 신맛, 쓴맛을 감지한다. 유두는 혀 표면에 넓게 분포돼 있다.

미뢰 안 미각세포의 세포막에는 짠맛을 감각하는 수용체 상피나트륨통로(ENaC : epithelial sodium channel)가 있다. 그런데 이 ENaC는 나트륨 외에 리튬, 칼륨 같은 이온도 통과시킨다. 리튬 이온과 칼륨 이온도 우리는 짠맛으로 느끼는 것이다.

나트륨 대신 리튬이나 칼륨으로 짠맛을 내면 건강에 좋지 않을까? 식품공학자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는 《생존의 물질, 맛의 정점 소금》에서 "리튬은 상쾌한 짠맛을 내지만 많은 양을 사용할 수 없고 염화칼륨도 짠맛을 내지만 염화나트륨의 60% 수준이고 쓴맛이 있다"고 말한다.

리튬이나 칼륨이 나트륨을 대신하지 못하는 까닭

리튬과 칼륨은 소금을 대체하지 못한다. 염화리튬은 1940년대에 소금의 대체물로 활용되기도 했지만, 피로와 메스꺼움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드러난 이후 사용이 금지됐다. 저염 소금을 섭취하면 칼륨 과잉증과 나트륨 결핍증을 동시에 겪을 수 있다.

쓴맛이 강한 염화칼륨은 단독으로 활용되지 못한다. 염화칼륨을 25% 정도 섞은 대체 소금(저염 소금)도 있지만, 부작용이 있다. 칼륨을 많이 섭취하면 근육 마비, 호흡 곤란, 심장마비 등 증상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신장 질환이 있는 경우 칼륨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고 몸속에 축적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체내 칼륨 농도가 올라가면 칼륨이 나트륨 배출을 촉진한다. 체내 나트륨이 부족하면 두통, 오심, 구토 등 저나트륨혈증이 나타날 수 있다.

히말라야 소금. 핑크 솔트라고도 불리는 암염이다. 이미지=인공지능 생성

세상에는 소금이 많기도 하다. 몇 가지만 꼽으면 자연에서 오랜 시일에 걸쳐 만들어진 암염, 아이오딘(요오드) 첨가 소금, 정제염에 핵산이나 MSG를 첨가해 감칠맛을 낸 맛소금, 함초를 말려서 가루로 낸 함초 소금, 간장독 아래 결정이 되어 가라앉은 간장 소금 등이 있다.

천일염에 마그네슘 풍부하다면서 실제로는 간수로 빼낸다

이제 범위를 천일염과 정제염으로 좁힌다. 천일염과 정제염 중 어느 것이 우리 몸에 좋을까?

"공장에서 찍어낸 정제염은 미네랄이 제거된 순수 나트륨 결정체이지만, 오랜 시간 간수를 뺀 천일염은 쓴맛이 사라지고 미네랄이 풍부해 적은 양으로도 깊은 맛을 낸다." (출처: GQ, 선재스님 꿀팁! 나트륨 섭취 최소화 방법, 2026.01.21.)

천일염과 정제염에 대해 국내에 많이 퍼진 인식이다. 논의로 들어가기 전, '간수'부터 알아본다. 간수는 염화마그네슘이 녹은 물이다. 두부를 응고하는 데 쓰인다. 천일염에는 염화마그네슘이 많은데, 이 성분은 대기에서 습기를 빨아들이는 성질이 있어서 오래 두면 간수로 나온다. 마그네슘 이온은 쓴맛이 난다. 그래서 천일염에서 간수가 빠지면 쓴맛이 사라진다.

이 염화마그네슘 속 마그네슘이 천일염에 많이 함유된 미네랄이다. 그런데 천일염을 바로 쓰기보다는 맛이 쓴 염화마그네슘을 간수로 빼낸 것으로 음식에 넣는다. 그렇다면 천일염에는 마그네슘이 많지 않다.

다른 미네랄로는 칼슘과 칼륨이 있는데, 천일염 속 함유량은 미미하다. 필요한 미네랄은 소금이 아니라 음식에서 섭취하면 된다.

이물질 많은 "천일염이 좋다고 하는 것은 미신"

정제염은 이온교환수지라는 여과장치를 통해 여러 차례 바닷물에서 이물질을 거르고 염화나트륨을 농축한 뒤, 농축된 용액을 가열해 소금으로 결정화해 만든다. 정제염은 염도가 98~99%로 일정하고 깨끗해 식품회사에서 많이 사용된다.

천일염을 생산하는 과정에서는 바닷물의 불순물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다. 모래 성분을 가리키는 사분(砂粉)의 함량을 보면, 규격 상한 이내에는 들지만 "정제염보다 훨씬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최낙언 대표는 비교한다.

이태호 부산대 미생물학과 명예교수는 더 직설적이고 신랄하다. 이 명예교수는 "(천일염에는) 미량이겠지만 카드뮴, 수은, 납, 비소 등의 중금속과 내분비 장애를 일으키는 환경호르몬 등 다양한 유해물질이 함유되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출처: 부산일보, 천일염이 정제염보다 좋다?, 2014.06.17.) 그는 "성분도 양도 모르는 광물질이 혼입된 천일염이 좋다고 하는 것은 미신에 불과하다"며 "결론적으로 소금은 순수할수록 좋다"고 말한다.

세상에 소금 같은 물질은 없다. 소금을 대체할 물질이 마땅하지 않다. 깨끗한 소금을 적당량 넣어 음식 맛을 내고, 음미하며 즐기면 된다.

백우진 칼럼니스트 (smitte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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