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 시대는 갔다…G7과 손잡고 中 억지해야”
지난 1월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약 8년 만에 중국을 방문, 경색 중이던 한중 관계가 새 국면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하고, 2026년 양국 관계를 전면 복원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중국 관영 매체는 이를 두고 양국이 집약적 협력 단계로 진입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지난 2월 미국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에 중국의 장밋빛 전망이 언제까지나 유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차 석좌는 중국은 언제든 한국을 향한 경제 보복 카드를 꺼내 들 수 있고, 이에 대한 한국의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은 미국·일본 등과 공조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고 함께 전했다.
차 석좌는 최근 인터뷰에서도 “중국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언제든 비공식적 경제 보복을 재가동할 수 있다”라며 “한국은 미국과 일본 등 G7(주요 7개국) 국가와 호주 등 중견국과 집단 협정으로 중국의 경제적 침략을 억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안미경중)’ 전략이 이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했는데.
“1992년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맺었을 당시만 해도 이른바 ‘안미경중’ 전략은 현실성이 있었다. 한국은 기술·산업 측면에서 중국보다 훨씬 앞서 있었고, 양국 경제는 상호 보완적 구조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반도체·배터리·전기차 등 핵심 첨단산업 대부분에서 중국은 한국의 직접적인 경쟁자로 부상했다. 한미 관계도 안보 분야 이상으로 상당 부분 진화했다. 한국 기업은 직전 약 10년간 배터리 공장, 반도체 파운드리(수탁 생산), 핵심광물 및 첨단 기술 분야 투자를 중국이 아닌 미국에 집중했다. 법적·제도적 안정성과 장기적 안보 환경을 고려할 때 미국이 더 예측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를 종합하면, 경제와 안보를 이분화해 각각 중국과 미국에 맡기는 전략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온다.”
최근 한중 관계는 개선 흐름을 보인다. 그럼에도 중국이 한국에 ‘조용한 제재’를 재현할 것으로 보나.
“중국은 필요하다면 언제든 비공식적 경제 보복을 재가동할 수 있다. 2016~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당시에도 중국은 엔터테인먼트·화장품·관광산업에 제재를 가했고, 2021년 10월에는 요소수 수출을 중단하는 등 특정 사안에 대한 불만을 경제 영역으로 확장했다. 특히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하 원잠) 도입에 필요한 미국산 저농축 우라늄 연료 확보를 추진 중인데, 이는 중국이 제재를 되풀이하는 트리거로 작용할 수 있다.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가 탄력받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관계 개선 메시지를 발신하면서도, 선택적 압박 카드를 꺼내는 이중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한국은 외교적 수사와 별개로 경제적 취약성을 줄일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대중(對中) 정책 평가는.
“이 대통령은 예상보다 훨씬 실리적인 방향으로 정책을 펼친다. 소비재와 서비스업에서 중국과 협력하기로 했지만, 투자 규모나 산업 범위는 미국에 비해 제한적이다. 반도체·배터리·원자력발전 등 핵심 분야는 미국과 협력 틀 안에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이념이 아닌 국익과 구조적 환경을 고려한 선택으로 보인다. 강한 비판 메시지를 내는 것만이 좋은 전략은 아니다. 이 대통령은 안정적인 한중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실제로 한미 동맹을 심화하는 방식으로 외교 관계를 조율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이 오히려 중국과 긴장감을 조절하고 유리한 외교적 입지를 선점하는 데 도움 될 것이다.”


미국, 일본 등 G7 국가와 집단 협정으로 중국의 경제적 침략을 저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조약 제5조에 규정된 상호 방위 원칙은 ‘한 국가에 대한 무력 공격을 회원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며, 이에 대해 즉각적이고 자동적인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한다. 이 같은 협정을 (G7 국가와) 체결할 수 있다면 중국 횡포에 맞설 수 있다. 유럽 국가는 이미 유럽연합(EU) 차원의 통상위협대응조치(ACI)를 공유하지만, 동북아와 인도·태평양은 아직 이런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다. 한국이 미국·일본과 이를 주도하고, G7 중심으로 호주 등 중견국과 결합한다면 억지력을 강화할 수 있다. 물론 난관도 예상된다. 각국 대중 경제 의존도와 정치 상황이 제각각이어서 중국의 보복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강력한 공동 대응 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집단 억지 장치가 없다면 한국과 일본, 필리핀 등은 언제든 중국의 경제적 압박에 휘둘릴 것이다.”
미국은 연일 우방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신뢰할 수 있나.
“트럼프 대통령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전통적 외교·안보 관료 시스템의 절차를 무시하고, 불확실성을 높인다. 그래서 미국을 완전히 안정적이고 일관된 파트너라고 규정하는 것은 섣부르다. 그러나 미국은 가장 중요한 안보 동맹이자, 미래 전략산업 협력의 핵심 축이라는 점 역시 부인할 수 없다. 한국 정부는 트럼프 정부의 명과 암을 파악해 위험을 최소화하고, 기회는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예컨대 조선 및 원잠 협력 등은 한미 동맹을 질적으로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은 최근 관세 논의, 쿠팡 등으로 마찰을 빚었다.
“트럼프 정부는 신속한 대미 투자를 촉구하며 상호 관세율을 (합의한) 15%에서 25%로 높이겠다고 경고했다. 한국이 약속한 대미 투자 펀드 집행 지연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자금이 어떤 산업에 투자될지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한국 국회에서 관련 법안 처리가 지연됐다. 일본은 투자 자금 활용 방안을 명확히 조율했고, 부처 간 논의도 신속히 이뤄졌다. 일각에서 쿠팡을 원인으로 보기도 하지만, 핵심 변수일 가능성은 작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일부 미국 기업 사이에서 한국 규제가 미국 기업에 불리하다는 불만이 누적됐는데, 트럼프 정부가 쿠팡 논란을 그런 우려와 연결 지어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곧 중국을 방문하는데.
“핵심 의제는 무역과 대만 문제가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산 항공기, 대두 등을 더 많이 구매하도록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미국의 대만 방어 공약을 약화하거나 전략적 모호성을 흔들 수 있는 발언을 끌어내는 데 집중할 것 같다. 이에 반해 북한 문제는 핵심 의제로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 북핵 문제나 미·북 접촉이 정상회담의 초점을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트럼프 정부가 대북 인도적 사업에 대해 제재 예외를 승인한 것 또한 북한의 반응을 탐색해 보려는 유연한 신호에 가까울 뿐, 대북 정책 재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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