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태가 드러낸 美의 거대한 전략…‘中 핵심 동맹 네트워크’ 깬다 [최준영의 글로벌 워치]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2026. 3. 6.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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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중국 견제에 적극성…中과 가까운 파키스탄·베네수엘라·이란 차례로 공격
美 다음 타깃은 러시아·북한? 中에 대한 의존도 높아진 북·러, 美로선 ‘눈엣가시’

(시사저널=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2월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서 다시 한번 세계가 요동치고 있다. 이란과 협상을 진행하던 미국이 왜 갑자기 이란을 공격했는지는 아직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수개월 동안 이란 공격을 위한 협의를 진행했고 상호 역할을 분담했다. 주요 인물 제거는 이스라엘이, 방공망 및 지휘·통신 시설 타격은 미국이 담당하고 있다. 전쟁 발발 직후 이란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가 사망했지만, 이란은 지속적인 미사일 및 드론 발사를 이어가면서 저항하고 있다. 이란을 둘러싼 긴장이 높아질 때마다 제기되던 호르무즈해협 봉쇄도 진행되고 있다. 이제 관심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전쟁이 마무리될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을 결심한 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지만 시야를 넓혀보면 중국을 중심으로 한 반미 네트워크의 약화라는 의도가 내재되어 있다. 미국의 대외관계 최종 목표는 중국의 견제다. 중국은 압도적 산업 생산력을 기반으로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군사력 측면에서도 기술적 도약과 막대한 투자를 통해 급속한 군 현대화와 첨단화에 나서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 연합

'세계경찰'에서 물러난 美? 中 견제는 '적극'

중국의 부상은 다양한 반미세력을 결집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신흥 투자시장이라는 개념으로 등장했던 브릭스(BRICS)는 이제 미국에 반대하는 국제적 연대 성격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역시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주도했던 질서와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고 있다. 

각종 제재에도 러시아와 이란의 원유를 보란 듯이 수입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제재로 인해 저렴해진 원유를 도입해 경제적 이익을 챙길 뿐만 아니라, 이들 국가를 중국의 영향권에 편입시키고 있다. 중국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파키스탄에 대한 대규모 지원을 통해 잠재적 경쟁자인 인도를 확실하게 견제하고 있다. 북한 역시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 남미에서는 베네수엘라를 축으로 하는 반미 국가 연대를 지원하면서 미국 영향권 내에서 세력을 조용히 확장해 왔다. 중국으로서는 러시아, 이란, 파키스탄, 베네수엘라와 북한이 가장 핵심적인 동맹국인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동맹 네트워크를 약화시키는 것이 선결 과제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첫 번째 타깃이 된 국가는 파키스탄이다. 파키스탄은 전통적으로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둘러싼 지속적 갈등으로 인해 미국과 멀어졌고 중국과 급속히 가까워졌다. 

중국은 파키스탄에 대한 막대한 투자와 각종 첨단 무기 지원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6월 파키스탄 참모총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회담했고, 9월에는 총리와 참모총장을 초청했다. 관세도 인도보다 유리한 저율로 부과했고 파키스탄 정부가 원하던 발루치스탄 해방군 조직에 대한 테러조직 지정도 단행했다. 

이후 파키스탄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대 6조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미개발 광물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파키스탄은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중국의 가장 긴밀한 동맹국이 친중에서 친미로 입장을 바꾸는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파키스탄과의 우호 관계 회복을 통해 독자 노선을 주장하는 인도를 견제하는 부수적 효과도 거두고 있다.

미국의 다음 타깃은 베네수엘라였다. 베네수엘라는 차베스 집권 이후 쿠바-니카라과-브라질로 이어지는 반미 노선의 핵심 국가로 자리매김해 왔다. 중국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베네수엘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차관 제공 등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해 왔고, 중남미 지역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1월3일 단행된 기습적인 마두로 대통령 체포 작전은 한순간에 베네수엘라를 반미에서 친미 국가로 전환시켰다. 그동안 베네수엘라가 지원하는 석유에 의존해 미국의 제재를 견디고 있던 쿠바 역시 석유 공급이 차단되면서 국가 붕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중국으로서는 중남미 지역의 거점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세 번째는 이란이었다. 이란은 중국의 핵심 이익이 걸려 있는 곳이다. 중국은 이란으로부터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의 원유를 도입하면서 에너지 안보를 강화해 왔다. 중국은 하루 138만 배럴의 이란 원유를 도입하고 있다. 이란 전체 원유 수출량의 80%가 중국으로 향하고 있으며, 중국은 전체 원유 도입량의 14%를 이란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여기에 더해 포괄적 협력 협정을 체결해 이란에 대한 경제적 투자를 통해 각종 이익을 챙겨왔다. 

미국은 이런 이란을 공격해 중국의 에너지 안보 및 중동 지역 영향력 확대 거점을 타격하고 있다. 이란 정권 교체와 친미 성향 정권 수립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이지만 이란이 휴전을 위한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이익을 보장하는 등의 카드가 등장할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중국은 남미에 이어 중동에서도 거점을 상실하게 된다. 

이란 전쟁의 나비효과…북·러도 '美 타깃'

이제 남은 것은 러시아와 북한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러시아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를 포함한 여러 분야의 중국 기업들이 서방 기업 철수로 무주공산이 된 러시아 시장을 독점하고 있으며, EU의 러시아 에너지 수입 축소에 따라 시장을 상실한 러시아 천연가스를 국제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게 도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 입장을 지지했다. 러시아 요구 조건을 들어주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유대를 약화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가 미국의 의도에 따르지 않자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시켜 러시아를 약화시키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전쟁 장기화로 인해 러시아 경제 사정은 악화되고 있으며 전비 조달을 위해 세금도 인상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내년부터 EU가 러시아산 에너지 전면 수입 금지 조치를 취할 예정이기 때문에 러시아의 전쟁 지속 능력은 더욱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된다면 러시아는 중국에 더 의존하게 되고, 약체화된 러시아를 지원해야 하는 중국의 부담은 커지게 된다. 

지난 1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대외 행보는 종잡을 수 없었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미국이 세계경찰 노릇에서 물러나 축소, 후퇴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보면 미국은 무조건 철수가 아닌 중국의 핵심 동맹 네트워크를 약화시키기 위한 적극적 노선을 걷고 있다. 미국은 군사력 동원에서 과거에 비해 훨씬 과감하고 빠른 판단을 내리고 있으며, 공격하는 국가의 지도부와 국민을 분리시켜 지도부만 제거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대신 미국과의 관계 개선과 미국에 대한 특혜를 보장한다면 기존 권력층의 존재를 인정하는 유연성도 보여준다. 이러한 미국의 전략이 과연 목표를 달성할지, 아니면 실패할지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란과의 전쟁이 어떻게 마무리되느냐에 달려 있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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