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조사관, 초등학교 오폭 가능성 인정”…최악 ‘어린이 폭사’ 파문
로이터 “최악 민간인 피해 사례 될 것”

민간인 최소 165명이 사망한 지난달 28일(현지시각) 이란 초등학교 폭격 사건의 공격 주체가 미군일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들이 잇따르고 있다. 위성사진을 토대로 이 학교가 ‘표적 오인’으로 공격받았을 것이란 추정도 나왔다. 이 공격으로 12살 이하 어린이 다수가 사망했다.
로이터 통신은 6일 미국 정부 관계자 2명을 인용해 이란 남부 미나브 샤자라 타예바 초등학교 폭격 사건과 관련 “아직 최종 결론에 도달하거나 조사를 완료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조사관들은 공습 주체가 미군일 가능성이 크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통신은 이런 잠정 결론에 어떤 증거가 반영됐는지, 어떤 종류의 탄약이 사용됐는지, 누구 책임인지 등 세부사항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만약 미국의 개입이 확인된다면 이번 공습은 미국이 수십년간 중동에서 벌여온 분쟁 중 최악의 민간인 사상자 발생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도 이 사건이 미군의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해군 기지 공격 과정에서 발생한 “표적 오인(target misidentification)”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위성사진 업체 플래닛 랩스의 자료 등을 확인한 결과 2013년 위성 사진에선 이 학교가 혁명수비대 해군 기지의 일부로 활용돼왔고 이곳들을 연결하는 도로도 있었으나, 2016년 9월 사진에선 칸막이로 분리되고 기지와의 연결도로도 끊겨있다고 분석했다. 이후 이 부지에 운동장과 오락 시설들이 들어서고 학교 건물로 활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최신 위성사진에는 지난달 28일 학교와 함께 최소 6곳의 이슬람혁명수비대 건물에 여러 차례 정밀 타격이 가해졌으며, 이 공격으로 해군 기지 내부 건물 4동이 완전히 파괴된 장면도 포착됐다. 피격 상황이 담긴 소셜미디어 영상·사진이 올라온 시간 등을 보면 학교가 해군 기지와 동시에 타격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발생 일주일이 다 돼 가도록 미국과 이스라엘 어느 쪽도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군은 당시 이슬람혁명수비대 기지가 위치한 호르무즈해협 인근 해군 목표물을 공격하고 있었다고 공식 성명을 냈고, 댄 케인 미 합참의장도 기자회견에서 작전 초기 100시간 동안 미나브를 포함한 남부 지역이 공습 목표였다고만 언급했다. 나다브 쇼샤니 이스라엘방위군 대변인은 지난 1일 “현재로써는 당시 해당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의 군사 작전이 있었던 것을 알지 못한다”고 했다.
미 공군 출신으로 펜타곤에서 민간인 피해에 관한 선임 고문을 지낸 국가안보분석가 웨스 J 브라이언트는 뉴욕타임스에 “정밀한(picture perfect) 목표 타격을 받았다”며 “가장 가능성 있는 설명은 학교가 ‘표적 오인’으로 공격받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군대가 내부에 많은 민간인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이 지점을 공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이 학교를 타격한 것이 미국 미사일로 확인된다면 그 학교 타격이 실수였는지, 오래된 정보에 기반 표적으로 삼은 것인지 물어야 한다”고 짚었다.

폭격 당시 상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영국에 기반을 둔 중동 전문 온라인 매체 미들이스트아이는 해당 공습에서 두 차례 폭격이 있었고 두 번째 미사일로 대피 중이던 학생 다수가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첫 번째 폭격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을 기도실(강당)로 대피시켰고, 학부모들에게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갈 것을 안내했으나 이어진 두 번째 폭격이 대피 장소를 직격하면서 극소수만 목숨을 건졌다는 것이다.
이번 공습으로 딸을 잃은 로홀라(가명)는 미들이스트아이에 “학교가 공격당했다며 가능한 한 빨리 와서 딸을 집으로 데려가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두 번째 공습으로) 내 딸이 완전히 불에 탔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손에 쥐고 있던 책가방을 보고서야 신원을 겨우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고통을 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란 적신월사 구조대원은 “머리도 손도 다리도 없는 주검들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며 “어떤 부모는 아이들이 차고 있던 금팔찌를 보고서야 자식을 알아봤다”고 말했다. 이란 교육부 대변인은 주검의 파괴 정도가 너무 심해 학생 69명의 신원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며, 현재 유해에 대한 디엔에이(DNA) 검사가 진행 중이라고 미들이스트아이에 밝혔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이란 대통령 “중재 시도 있어”…트럼프 “무조건 항복 외엔 합의 없어”
- “착륙하자 모두 박수”…중동에 갇혔던 372명 민항기로 무사 귀국
- “미군 조사관, 초등학교 오폭 가능성 인정”…최악 ‘어린이 폭사’ 파문
- 청와대, 정정옥 비서관 ‘농지 쪼개기’ 의혹에 “필요시 처분 조처”
- “보라, 피 젖은 책가방을”…이란 초등생 폭사에 한국 교육계 규탄
- 이 대통령 꺼낸 ‘유가 상한제’…기름값 안정되나 가격 통제 부작용도
- 인천 빌라촌 쓰레기 봉투서 ‘5만원권 5백장’…주인 오리무중
- 장항준 해냈다! ‘왕사남’ 드디어 ‘천만 영화’…사극 장르로는 4번째
- 트럼프 ‘새 관세’도 위법 논란…미 24개주 무효 소송 나서
- [포토] 박정훈 준장, 이 대통령에 받은 삼정검 쥐고 미소…진급자 수여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