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는 돈 못 벌게 하겠다” 돌아온 ‘규제의 시간’, 다주택자의 선택은?[다주택자, 선택의 시간]

“집을 팔고 사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그것이 이익이나 손실이 되게 할지는 정부가 정합니다.”
3월 1일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의 X(엑스·옛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이다. 최근 다주택자 공세에 나선 이 대통령은 해당 게시글에서 “집을 사모으는 사람, 팔지 않는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사는 것이 이익이 되도록 정부가 세금, 금융, 규제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앞으로는 과거와 같은 선택이 손실이 되도록 세금, 금융, 규제를 철저히 설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며 과거처럼 규제를 강화해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일부 투자자들의 믿음에 직접 반격을 하는 모양새이다.
5월 9일 주택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의 만료와 함께 촉발된 ‘다주택자 잡기’ 추세에 많은 다주택자들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문재인 정부 당시 강력한 규제에도 결국에는 집값이 올랐던 과거가 있지만 시세차익 만큼 납부해야 하는 세금 규모가 그만큼 커질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매년 내야 하는 보유세가 다주택자들을 긴장하게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부터 이미 강남 아파트를 여러 채 보유한 납세자들에게 ‘억대’ 종합부동산세가 과세된 바 있기 때문이다. 종합부동산세는 매년 6월 1일을 기준으로 그 시점의 소유주에게 부과된다. 정부가 보유세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다주택자는 물론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한 1주택자들의 고민 또한 깊어질 전망이다.
보유세 vs 집값 학습효과, 다가오는 ‘선택의 시간’

현재 정부가 겨냥하고 있는 대상은 새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잠재 투자자들보다 기존에 수도권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다주택자들로 보인다. 지난해 이미 서울 전역과 경기도 주요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 및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신규 투자를 억제하면서 다주택자가 시장에 매물을 내놓도록 만들어 주택가격을 안정화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아파트를 매수하면 실거주 의무가 생기므로 ‘갭투자’는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기존 세법에 따라 조정대상지역에선 2주택을 매수할 때부터 취득세가 중과된다. 중과되는 세율은 거래가격의 8%에 달한다. 신규 취득하는 집이 3주택이거나 법인이 주택을 취득할 때는 세율이 12%까지 높아진다.
기존 다주택자에 대한 대표적인 세금 규제는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중과가 있다. 윤석열 정부 당시부터 유예를 반복하다 5월 9일부터 적용되는 양도소득세는 정해진 세율에 2주택자에 대해서는 20%p, 3주택자는 30%p를 적용하는 것이다.
그동안은 양도세 중과가 유예되면서 주택 양도 차익에 대해 다주택자에게도 기본 세율이 적용됐다. 게다가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 혜택이 있어 다주택자도 매년 2%씩 최대 30%까지 감면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양도세가 다시 중과되면 다주택자는 양도 차익에 대해 최대 75%까지 소득세를 내야 한다. 조정대상지역에 소재한 주택의 경우 장특공 혜택에서도 배제된다.
“팔지 않고 버티겠다”는 다주택자는 보유세를 내야 한다. 부동산 보유세는 매년 납부해야 하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뜻한다. 특히 다주택자에게는 보유 부동산이 합산 과세되는 종합부동산세가 큰 부담이다.
과세표준이 높아질수록 세율도 높아지는 누진적 성격의 보유세 특성상 주택이 많을수록 과세표준이 높아지면서 세율도 더 높아진다. 게다가 종합부동산세는 2018년 ‘9·13 대책’ 발표 이래 다주택자에 대해 중과되고 있다.
이미 3주택자에 문재인 정부 당시 6%까지 올랐던 종합부동산세 최고 세율은 윤석열 정부에서 5%로 낮아졌다. 2023년 이후 2주택자는 1주택자와 마찬가지로 일반세율을 적용 받기 시작했다. 또 실제 세금이 매겨지는 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해 공시가격을 할인해주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윤석열 정부에서 60%로 낮췄다.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시행령에 따라 60~100% 사이에서 정할 수 있는데 2021년 95%까지 높아졌던 것이 대폭 하락했던 것이다.
‘키’는 공시가격·재산세

정부는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전년 수준(69%)으로 동결하기로 했다. 하지만 공시가격에는 결국 전년도부터 연초 주택시세가 반영된다는 점에서 올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기준이 될 공시가격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고가 주택 보유자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압구정 현대’ 등 지난해까지 큰 폭으로 올랐던 강남 아파트 가격이 최근 들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최고 81억원 실거래를 기록했던 압구정 현대 6·7차 아파트 전용면적 144㎡는 호가가 70억원 선까지 떨어졌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종부세 대상은 주로 고가 주택인데 지금 강남 등 서울 핵심지역 집값이 떨어진다고 해도 공시가격 산정에는 전년도 가격이 반영되므로 보유세가 대폭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현장에선 은퇴자나 다주택자가 고가 주택을 매도하려는 사례가 많다는 설명이다. 집을 팔고 나면 차익 중 일부를 납부하는 양도세와 달리 ‘생돈’을 내야 하는 보유세는 더욱 부담일 수밖에 없다. 3월 4일 기준 아실에 따르면 10일 동안 전국에서 아파트 매매 매물이 가장 급증한 곳은 서울이었다. 이 기간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7035건에서 7만4065건으로 10.4% 늘었다. 2위를 차지한 제주의 매물 증감률은 5.4%로 증가폭이 절반 정도에 그쳤다.
송파구 소재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아직 증여를 하지 않은 채 재건축 아파트 몇 채를 장기 보유한 어르신들의 매도 문의가 많다”면서 “현금 여유가 있더라도 종부세가 ‘억대’로 나왔을 때 편한 마음으로 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라고 말했다.
한강변 아파트를 한 채 매도한 다주택자는 “전에도 비슷하게 규제를 강화하던 상황에서 집값이 오른 적이 있지만 당장 소득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종합부동산세 압박이 두려워 한 채를 팔게 됐다”며 “집값이 오르더라도 매년 종부세를 내고 양도세가 중과되면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종부세뿐 아니라 재산세도 오르게 된다. 일각에선 이미 다주택자에 대해 종부세 중과가 되고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종부세 세율을 올리는 대신 재산세를 올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재산세는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특례는 있지만 종합부동산세와 달리 합산과세가 아니어서 다주택자에게 불리한 구조는 아니었다. 저렴한 집일수록 각각 적용하는 세율이 낮으므로 저렴한 집을 여러채 보유한 다주택자보다 여러 채를 합산한 만큼의 고가 주택을 보유한 1가구 1주택자가 더 많은 재산세를 내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상향하거나 다주택자 대상 세율을 올려 재산세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권대중 한성대 석좌교수는 “정부가 주택 규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재산세 세율을 높이거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올리는 방식으로 재산세를 높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투기꾼’ 사라진 강남 아파트, 진짜 부유층에게
이에 따라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 이후 수도권 아파트 시장의 실수요 전환 현상은 더 빠르게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다주택자 매물을 실거주가 가능한 수요자가 매수하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보유세 부담이 큰 초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일수록 이 같은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강남 집주인이라고 다 부유층이 아니다”며 “옛날 주공아파트 시절부터 장기 보유한 소유주들은 가처분소득이 낮은 경우 결국 보유세를 감당 못해 아파트를 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그렇게 되면 강남이나 한강벨트의 고가 주택은 정말 그곳에 살 만한 재력을 갖춘 부유층이 아니면 접근하기 어려운 ‘성벽’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주택에 실거주하는 소유주들이 늘면 발생하는 또 하나의 현상은 전월세 매물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주택 임대료가 급등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젊은 실수요자들이 아파트 매수에 나서면서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서울 외곽지역에서 매매와 전세가격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성북, 노원, 은평, 강서 등이 대표적이다.
권대중 교수는 “서울 아파트가 품귀인 상황에서 투자자보다는 실수요가 아파트를 매수하는 것이 옳다는 정부의 방향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소형 빌라나 원룸 등을 보유한 다주택자는 갭투자보다 임대를 목적으로 주택을 매수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청년들이 임차할 주택의 공급을 늘린다는 관점에서 이 같은 주택은 과세할 때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고려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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