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좌라더니 디스크 악화…8주 시한부 치료에 멍드는 교통사고 환자들

심희진 기자(edge@mk.co.kr) 2026. 3. 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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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환자 8주후 치료시 심사 의무에
디스크 등 중증병변 늦게 발견 우려
의료계 “기간 아닌 기능회복이 기준”
제미나이
부산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32)는 최근 교차로에서 추돌 사고를 당한 뒤 목과 허리 염좌 진단을 받았다. 초기에는 통증이 심하지 않아 6주간 치료를 받은 뒤 보험사와 합의를 하고 진료를 마쳤다.

하지만 진짜 고통은 한 달 뒤 시작됐다. 허리 방사통과 수면 장애가 겹쳐 다시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 초기 미세 팽윤이었던 병변이 요추 추간판 탈출증(디스크)으로 악화돼 있었다. 일상 복귀까지 8개월이 더 걸렸고 보험사 합의 이후 발생한 의료비는 A씨의 자부담이 됐다.

정부가 자동차보험 상해등급 12~14급(경상) 환자의 치료 기간을 ‘8주’로 제한하고 장기 치료시 심사를 의무화하는 제도를 추진하면서 의료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보험금 누수를 막겠다는 취지이나, 환자 개별의 회복 속도를 무시한 기계적 기준이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정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오는 12일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하위법령 개정안 관련 협의회’ 3차 회의를 열고 세부 시행 방안을 점검한다. 개정안의 핵심은 경상 환자가 8주를 넘겨 치료를 이어가려는 경우 진료기록부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고,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이 이를 근거로 심사한 뒤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데 있다.

정부는 제도 도입의 근거로 ‘경상 환자의 90%가 8주 내에 치료를 마쳤다’는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 데이터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해당 통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왜곡된 수치라고 반박한다.

이진호 대한한방병원협회 부회장은 “치료 과정에서 디스크 등 9급에 해당하는 중증 병변이 확인됐음에도 보험사들이 보상액 인상을 우려해 초기 판정인 12~14급을 그대로 유지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까지 경상 범주에 묶이면서 전체 통계가 왜곡됐다”고 말했다.

제미나이
8주라는 기준 자체에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연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신경외과 전문의는 “사고 당시 충격의 크기와 환자의 평소 근골격계 상태에 따라 회복 속도는 달라지는데 연부조직이 안정화되기까지 최대 12주의 경과 관찰이 필요할 수 있다”며 “경상 환자 가운데 디스크 변성이나 척추관 협착증과 같은 기왕증이 있던 경우라면 8주 이상 치료가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MRI(자기공명영상)와 같은 영상장비가 포착하지 못하는 미세 손상의 실재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허 전문의는 “MRI나 엑스레이는 뼈의 정렬 등의 구조적 문제를 확인하는 도구일 뿐, 근막의 미세 파열이나 신경의 과민화 반응까지 포착하진 못한다”며 “실제 경상 환자의 상당수가 영상은 정상임에도 어혈이나 근육 긴장으로 인해 수주 이상 통증을 호소하는데 이는 의학적으로 발생 가능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치료 연장을 위한 행정 부담이 온전히 환자 몫이란 점도 형평성 논란을 부추긴다. 개정안에 따르면 경상 환자가 8주 이후에도 진료를 이어가려면 7주 이내 관련 서류를 보험사에 제출하고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김지호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은 “보험사의 손해율 관리를 위한 제도라면 그에 따른 행정 비용과 절차도 보험사가 부담하는 것이 맞다”며 “환자가 회복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심사 대응까지 감내하게 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의료 현장에서는 정부와 보험사가 높은 행정 장벽을 세워 환자들이 스스로 치료를 중도에 포기하도록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더 큰 문제는 이번 개편안이 향후치료비(합의금 형태의 장래 치료비) 축소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개정을 통해 향후치료비 지급 기준을 법령으로 명확히 하고 현금 합의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료계는 8주 제한과 향후치료비 축소가 동시에 작동할 경우 환자들이 치료 공백 상태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자동차보험에서 충분한 치료가 보장되지 않으면 환자들은 결국 건강보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는 사고 책임이 있는 민간 보험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공적 재정으로 전가되는 결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해법이 규제 강화가 아닌 상해 등급 산정의 객관화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보험사가 폐쇄적으로 결정해온 상해 등급 산정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의료계가 참여하는 제3의 객관적 기구가 이를 평가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모든 규제가 경상 환자에게만 적용되는데 정작 그 환자를 경상으로 분류하는 주체는 보험사”라며 “누가, 어떻게 등급을 매기느냐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 한 이 제도는 보험사의 비용 절감을 위해 환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치료 과정에서 새 병변이 확인될 경우 이를 즉각 반영할 수 있는 등급 조정 체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부회장은 “단순 염좌는 8주면 충분할 수 있지만 문제는 중증 병변이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라며 “이들이 경상 환자로 묶이지 않도록 의학적 소견에 따라 치료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치료 종결의 잣대를 기간이 아닌 기능 회복에 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허 전문의는 “단순히 일정 기간을 기준으로 치료를 제한하기보다 환자의 가동 범위와 근력을 사고 이전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기능 중심의 재활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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