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기판’ 선점하라… SKC·삼성전기·LG이노텍, 유리기판 3파전
SKC, 유상증자로 자회사 美공장 지원
삼성전기, 2027년양산 돌입 목표
이노텍, 구미공장 시범 생산라인 구축

[대한경제=이계풍 기자]인공지능(AI) 반도체의 비약적인 성장이 반도체 패키징 기술의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기존 플라스틱 기판의 한계를 뛰어넘을 차세대 소재로 ‘유리기판(Glass Substrate)’이 급부상하면서, 국내 전자부품 ‘빅3’인 SKC, 삼성전기, LG이노텍이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한 사활을 건 전면전에 돌입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유리기판 경쟁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곳은 SKC다. SKC는 최근 결의한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중 약 5900억원을 자회사 앱솔릭스(Absolics)에 집중 투입하기로 했다. 앱솔릭스는 미국 조지아주에 세계 최초의 유리기판 전용 공장을 구축하고 연내 상업 생산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앱솔릭스는 AMD,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시제품 품질 인증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엔비디아 관계자들에게 유리기판 기술을 소개할 만큼 그룹 차원의 의지도 강하다. 선제적 투자를 통해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지위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후발 주자들의 추격도 매섭다. 삼성전기는 2027년 양산 돌입을 목표로 세종사업장에 파일럿 라인을 가동 중이다. 특히 유리에 미세한 구멍을 뚫는 TGV(유리관통전극) 가공 시 발생하는 균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스미토모화학그룹과 합작법인(JV) 설립을 추진하는 등 글로벌 공급망 협력을 통해 기술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LG이노텍은 2027~2028년 본격 양산을 목표로 구미 공장에 시범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기존 주력 사업인 고성능 반도체 기판(FC-BGA)에서 쌓은 노하우를 유리기판에 접목해 고부가 시장을 공략한다. 이를 위해 유리 정밀가공 전문 기업들과의 기술 제휴를 활발히 진행하며 차근차근 내실을 다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가 유리기판에 열광하는 이유는 기존 유기물(플라스틱) 기판이 가진 물리적 한계 때문이다. AI 연산을 위한 고성능 GPU는 칩의 크기가 커지고 적층 구조가 복잡해지는데, 플라스틱 기판은 열에 약해 휘어지거나 회로가 뒤틀리는 문제가 잦았다. 반면 유리기판은 표면 평탄도가 높고 열 안정성이 뛰어나 신호 왜곡(노이즈)을 줄일 수 있어 AI 서버용 GPU(그래픽처리장치) 등 고성능 반도체 패키징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현재 엔비디아, 인텔,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은 차세대 AI 프로세서에 유리기판 채택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다만 유리는 소재 특성상 충격에 약해 가공 시 파손 위험이 크고 수율(결함 없는 합격품 비율)을 높이기가 까다롭다는 점이 숙제다.
업계 관계자는 “누가 먼저 유리기판 대량 양산 체제에서 안정적인 수율을 뽑아내느냐가 향후 10년의 반도체 부품 시장 판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계풍 기자 kp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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