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요물이네!' 소녀시대, 박세리-김승수, 톰 크루즈도 당했다 [IZE 진단]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2026. 3. 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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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만들어낸 진짜 같은 가짜들에 논란 확산....어디까지 용인할 것인가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AI로 만든 소녀시대 티파니와 배우 변요한의 웨딩화보. 사진=온라인 커뮤니터 캡처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 티파니가 지난 2월27일 배우 변요한과 혼인신고를 마쳤다. '소녀'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걸그룹의 멤버 중 처음으로 유부녀가 됐다는 소식은 대서특필됐다. 

이 소식이 전해진 직후 화제를 모은 사진 한 장이 있다. 티파니와 변요한의 웨딩 화보였다. 신부 티파니를 포함한 소녀시대 멤버 8명이 핑크빛 드레스를 입고 들러리로 나선 사진은 단박에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양측은 즉각 "현재 온라인에 퍼지고 있는 웨딩 사진은 촬영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인공지능(AI)으로 합성된 이미지였다. 오랜만에 소녀시대 멤버 8명이 모였다는 사실에 반가움을 표하던 네티즌은 아쉬워 했다. 

아울러 "두렵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누군가가 부적절한 목적을 갖고 합성 이미지를 만들어 배포한다면 이를 마땅히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티파니와 변요한처럼 그들의 입장을 대리할 매니저가 없거나, 언론들이 나서서 그들의 입장을 공론화해주지 않는 비(非) 연예인이라면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기조차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런 피해를 입은 이들은 또 있다. 프로 골퍼 출신 박세리와 배우 김승수다. 지난 2월 초 유튜브 상에서는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을 전하는 콘텐츠가 올라왔다. 정교하게 만든 가짜뉴스는 8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를 기반으로 파생된 쇼츠까지 포함하면 누적 조회수가 수천만 회에 이른다. 

박세리(왼쪽)과 김승수, 사진=tvN STORY 예능 '남겨서 뭐 하게' 영상 캡처

결국 당사자들이 직접 나섰다. 박세리는 자신의 SNS를 통해 "열애설을 넘어 결혼설이 났다. 황당하지만 웃기기도 하고 씁쓸하다"고 가짜뉴스를 바로잡았다.

해당 영상의 댓글 반응을 보면 축하 일색이다. 이는 영상을 본 많은 네티즌들이 속아 넘어갔다는 의미다. '박세리·김승수 서울 모처 결혼식'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보면 AI 기술을 악용해 가짜 아나운서 멘트와 짜깁기 된 사진까지 첨부됐다. 이에 박세리는 "가짜를 너무 진짜처럼 만들었다. 도대체 누가 만드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AI는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기술이 아니다. 심지어 동네 주민들이 축하 인사를 건네고 팬들도 놀라서 연락이 왔다"고 토로했다.

며칠 전에는 할리우드를 발칵 뒤집어놓은 영상이 하나 공개됐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스타인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가 거칠게 치고받는 15초짜리 영상이었다. 브래드 피트가 "네가 제프리 엡스타인을 죽였지? 그는 좋은 사람이었어"라고 외치자, 톰 크루즈는 "그는 우리의 '러시아 작전'에 대해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었어"라고 답했다. 마치 블록버스터 영화의 예고편 같았다. 내로라하는 두 배우가 한 프레임에서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폭발력을 보여준 영상이었다.

중국의 동영상 생성 AI인 '시댄스 2.0'을 이용해 만든 톰 크루즈-브래드 피트 격투 영상. 사진출처=온라인 동영상 캡처

하지만 이는 아일랜드 영화 감독 로우리 로빈슨이 중국의 동영상 생성 AI인 '시댄스 2.0'을 이용해 만든 15초짜리 페이크 영상이었다. 놀라운 완성도를 보여줬지만, 두 배우의 허락을 받지 않았다면 이는 초상권 침해에 해당 될 수 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등도 이 영상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그들이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제작하던 콘텐츠가 AI로 쉽게 복제되거나 재가공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 영상은 '시댄스 쇼크'라 불리기도 한다.

AI 영상을 둘러싼 논란과 지지는 이미 콘텐츠 시장의 화두로 제시됐다.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가 뜨겁던 지난해 9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실사 영화 촬영 현장 유출'이라는 제목의 30초 분량 영상이 올라왔다.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과 놀라울 정도로 닮은 배우들이 촬영을 준비하는 모습이었는데, 이 역시 AI로 만든 가상 콘텐츠였다. "팬서비스로 짧은 실화 영상 찍는 줄 알았네, 이게 AI라고? 무섭다"라는 댓글은 AI 기술력, 그리고 이를 받아들이는 네티즌의 거부감을 동시에 보여준다.

아예 인간을 배제하고 AI 배우를 활용해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대한 반발도 끊이지 않고 있다. 영원히 늙지 않고, 대사 외우는 것을 걱정하지 않는 AI 배우들이 인기를 얻게 되면 인간 배우의 설 자리를 좁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영국 배우이자 제작자 엘린 반 더 벨던은 인간과 놀랍도록 유사한 모습의 AI 여배우 '틸리 노우드'를 공개했다. 이 직후 할리우드 배우·방송인 노동조합은 즉각 성명을 내고 "창의성은 인간 중심적이어야 한다. AI 배우는 현실 배우들의 연기를 훔치고 몰아낸다"고 성토했고, 우피 골드버그는 "수천 명의 배우 요소를 합성해 만든 존재와 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AI를 활용한 콘텐츠는 이미 시장 깊숙이 파고 들었다. 2024년 방송된 JTBC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에는 '전국노래자랑' 장면을 삽입하며 2022년 숨진 방송인 송해의 얼굴을 딥페이크 기술로 구현했다. '범죄도시'로 유명한 강윤성 감독이 지난해 국내 최초 AI 장편영화인 '중간계'를 연출해 극장 개봉했다.

이렇듯 AI 활용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산물이 됐다. 하지만 윤리적 문제는 남았다. 과연 어디까지 용인할 것인가? 그 숙제는 이미 시작됐다.

윤준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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