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이란 호르무즈에 ‘자위대 파견’ 검토…“존립위기사태는 아니지 않나”

일본 정부가 미국이 공습을 이어가고 있는 이란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호위를 위해 자위대 파견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하지만 법적 근거가 뚜렷치 않은 상황에서 일본 ‘국가위기 존립 사태’에 해당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6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는 유조선 호위를 위해 미 해군을 투입할 수 있다는 구상을 밝힌 가운데 일본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지원 요청이 있을 경우에 대비해 신중한 검토를 하고 있다”며 “자위대를 파견할 경우, 어떤 법적 근거를 적용할지 등 어려운 판단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일단 미국·이스라엘과 전쟁을 치르는 이란 지역에 자위대를 투입하는 문제에 직접 언급은 피하고 있다. 사토 게이 관방 부장관은 하루 전 정례브리핑에서 “현재는 관계 부처와 협력해 구체적 동향과 정보 수집 등에 노력하고 있는 단계”라고만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지원 요청이 있을 경우, 동맹인 일본으로서는 자위대 초계기나 급유기 파견같은 ‘최소한의 조처’를 취할 여지가 있다.
문제는 전쟁이 진행되는 지역에 자위대를 파견할 법적 근거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우선 이번 사태를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 위기 사태’의 하나로 판단하면, 자위대 파견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실제 지난 2015년 당시 아베 신조 총리는 국회에 출석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 위기 사태’ 사례의 하나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기뢰로 봉쇄할 경우의 기뢰 제거를 들기도 했다. 또 일본이 수입 원유의 90% 넘게 중동 국가들에 의존하는 만큼,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국민 생활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의 원유 비축분이 250일분 규모여서 이를 적용하기는 무리라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 한 관계자 말을 따 “(이란 상황이)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정부는 이번 상황이 존립위기사태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며, 앞으로도 검토 대상에 오를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고 풀이했다.
동맹인 미국 정부의 전쟁을 후방에서 지원할 수 있는 ‘중요 영향 사태’도 검토가 가능하다. 다만 이 역시 원유나 액화석유가스(LNG) 등 비축분이 없어지는 경우에만 적용이 가능해 당장은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게 일본 정부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요건이 갖춰지더라도 자위대의 전쟁 지역 파견은 상당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일본으로선 비교적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던 이란과 등을 돌리는 상황을 빚을 수도 있다. 방위성 관계자는 “미군의 후방 지원을 하면 이란과 완전히 대립하게 된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일단 자국민의 안전을 위한 현지 철수에 나서고 있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5일 “이란 주변국에 체류하는 일본인 철수가 어려워질 경우에 대비해 자위대 항공기 파견 준비에 착수했다”고 엑스(X·옛 트위터)에 게시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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