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티]스킨1004 '맨땅에 헤딩' 전략…120개국서 통했다
해외 매출만 90%…'제품 본질' 집중 주효
'1조 클럽' 정조준…현지 밀착형 전략 속도

K뷰티는 이제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차별화된 기술력, 감각적인 디자인, 그리고 브랜드 고유의 스토리텔링으로 무장한 K뷰티 브랜드들이 있다. 이에 K뷰티 흥행 주역들을 직접 만나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그들의 열정과 노력, 시장을 압도할 수 있는 비결을 생생히 들어본다. [편집자]
지난 2020년 '맨땅에 헤딩'을 하듯 동남아시아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K뷰티가 있다. 바로 크레이버코퍼레이션의 스킨케어 브랜드 '스킨1004(스킨천사)'다. 스킨1004는 2016년 크레이버에 인수된 이후 첫 전략 시장을 동남아로 낙점, 불과 5년 만에 120여 개국에 진출하며 빠르게 사세를 확장해 나갔다.
덕분에 스킨1004는 현재 국내보다 해외에서 인지도가 더 높은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해외에서 나오는 매출만 90%가 넘는다. 누구나 한번쯤 겪는 시행 착오는 있었어도 실패에 대한 경험은 없었다. 어떻게 '실패 없는 성공'이 가능했을까. 권동준 글로벌 마케팅 본부장과 박다솜 동남아시아 마케팅 팀장, 최정원 서구권 마케팅 팀장을 만나 스킨1004의 성장 비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동남아가 쏘아올린 공
스킨1004의 터닝 포인트는 크레이버 산하 브랜드로 편입된 이후부터다. 스킨1004는 과거 한국과 K뷰티의 글로벌 무대였던 중국을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해온 게 전부였다. 하지만 이들 지역은 이미 화장품 시장의 경쟁이 과열돼 있어 투자 대비 효율을 담보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성장 여력이 큰 동남아로 눈을 돌렸다. 당시 스킨1004는 국내 대비 10분의 1 수준인 광고비에도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시장을 매력적으로 봤다. 이 때문에 기존 총판 방식에서 운영 시스템을 내재화하는 등 사업을 점점 고도화하며 이곳을 교두보로 삼았다. 쇼핑몰은 물론 물류, 마케팅을 현지화해 제품 등록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직접 관리했다.
권 본부장은 "진출 초기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현지 소비자 사이에서의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던 점이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배경이 됐다"면서 "명확한 가이드 라인이 없던 채로 시작했지만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얻은 마케팅 데이터와 운영 노하우 등이 내부적인 자산으로 축적됐다"고 설명했다.

스킨1004는 동남아에서의 성공을 발판 삼아 판로를 확장하기 시작했다. '센텔라(병풀)' 중심의 원료주의 콘셉트를 바탕으로 미주와 유럽 등 서구권을 공략한 것이 대표적이다. 스킨1004는 이곳에서 '클린 뷰티(친환경 화장품)', '자연주의' 같이 대중화된 키워드에 기대기보다 브랜드 정체성에 집중하는 전략을 고수했다. 재구매를 유도하는 요인은 여전히 '제품의 본질'에서 나온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전략은 수치로 입증됐다. 스킨1004는 동남아 진출 초기였던 2020년 매출 77억원을 기록한 이후 매년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매출은 5800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각국의 유통망 확장을 토대로 현지 수요에 맞춘 마케팅을 병행한 결과가 매출 다각화로 이어진 셈이다.데이터 기반 전략
스킨1004가 단기간에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있다. 스킨1004는 틱톡을 중심으로 한 숏폼 마케팅에 적극 나섰다. 시대별로 변화하는 트렌드를 발빠르게 파악해 '콘텐츠 제작→성과 분석→콘텐츠 확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븐 데이즈(7 Days)'다. 스킨1004는 특정 기간 동안 피부 변화를 기록하는 형식의 '기프팅(제품 제공)' 중심 콘텐츠를 시도하던 도중 한 영상이 5000만뷰를 넘기며 바이럴 효과가 극대화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스킨1004는 관련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공 확률이 높은 콘텐츠 유형을 확장 노출시키는 방식으로 마케팅 투자 대비 효율을 끌어올렸다.

권 본부장은 "시장 전반의 트렌드들을 매일같이 모니터링을 하면서 그 안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기회들을 계속해서 모색하고 활성화시키는 활동들을 하고 있다"며 "구매는 보통 콘텐츠가 노출이 되고 난 뒤 다른 소비자들이 이 제품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확인했을 때 이어지는 만큼 신뢰 신호를 지속적으로 증폭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강 구도' 전략도 주효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급부상한 브랜드와 비교 대상에 자연스럽게 포함되는 구조를 형성해 존재감을 키우는 방식이다. 예컨대 스킨1004는 조선미녀 '맑은쌀 선크림'이 자외선 차단제 시장에서 인기를 얻자 '마다가스카르 센텔라 히알루-시카 워터핏 선세럼'을 출시, 마케팅 역량을 집중해 2강 체제를 만들었다. 클렌징 오일이 화제가 됐던 시기에는 아누아와의 경쟁 구도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인지도를 확장했다.

커뮤니티 기반 마케팅 역시 핵심 성장 축이다. 스킨1004는 서구권에서 K뷰티 고관여자, 즉 다수의 제품 사용을 통해 자발적으로 관련 콘텐츠를 생산, 정보를 공유하는 집단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이들 커뮤니티 내에서 '좋은 제품'이라는 인식이 형성될 경우 대중들 사이에서 자연스러운 구매 확산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권 본부장은 "관심 있는 카테고리를 먼저 경험을 해본 사람들의 의견이 구매 판단에 큰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면서 "고관여자 그룹을 지속적으로 공략해 바이럴을 만들고 경험들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예열은 끝났다
스킨1004는 이제 단순한 수출 브랜드를 넘어 '현지 밀착형 글로벌 브랜드'로의 전환을 꿈꾸고 있다. 동남아에서 축적한 운영 노하우를 글로벌 시장에 적용하고 각국 소비자 특성에 맞춘 마케팅으로 접점을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 단기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브랜드 포트폴리오와 조직 역량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할 생각이다.
먼저 동남아에서는 로컬라이징(현지화) 마케팅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팀장은 "그동안 오프라인 행사나 현지 인플루언서와의 이벤트, 옥외광고 등을 통해 소비자 접점 기회를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며 "올해는 브랜드를 로컬화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확대 적용해 현지 고객을 충성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서구권에서는 오프라인 거점 확대에 나선다. 특히 스킨1004는 다음 달 미국 뉴욕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할 예정이다. 온·오프라인 접점을 넓혀 현지 영향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다. 최 팀장은 "지금까지는 온라인 기반으로 브랜드를 전개했다면 이제는 플래그십을 앞세워 인플루언서 초청 등 활발한 이벤트를 진행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도전 과제도 명확하다. 권 본부장은 "기본 아이템 중에서도 수명이 긴 제품들도 여럿 존재하지만, 현재 K뷰티는 트렌드에서 밀려나는 순간 인지도 역시 하락하는 게 대부분"이라며 "상위 플레이어들의 전략을 지속적으로 벤치마킹하고 새로운 제품 개발을 시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짚었다.

스킨1004는 올해 매출 '1조 클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남아에서 시작된 작은 도전은 이제 120개국을 잇는 글로벌 네트워크로 확장됐다. 맨땅에 헤딩에서 출발한 브랜드가 데이터와 정체성, 속도감 있는 실행력을 무기로 K뷰티 산업의 또 다른 '뉴노멀'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끝으로 박 팀장과 최 팀장은 "구성원들이 책임감을 갖고 새로운 시도를 이어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조직 문화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트렌드를 민첩하게 읽고 대응하는 역량이 다수의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는 동력"이라며 "앞으로 협업 선호도가 높은 브랜드로 성장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에게 선택받는 브랜드가 되기 위한 브랜딩 강화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윤서영 (sy@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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