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오젠 주가하락이 펀더멘털 훼손은 아니다

한겨레 2026. 3. 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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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재무제표로 읽는 회사 이야기
알테오젠 사옥 전경. 알테오젠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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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 기업 알테오젠은 갑작스러운 주가 급락으로 오랫동안 꿰찼던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줬다. 최근 실적을 보면 2025년 매출액 2021억원, 영업이익 1148억원을 거두며 2024년 대비 각각 117%, 275% 증가했다. 영업이익률도 57%나 된다. 이처럼 높은 성장률과 수익성을 보여줬지만 왕좌를 탈환하지 못했다. 다만 실적에 비해 시가총액 20조원은 다소 과해 보일 수는 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대비 시가총액이 각각 99배, 174배나 되니 말이다.

실적 대비 주가가 고평가된 상태여서 주가가 빠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기업은 당장의 실적보다는 기술력과 성장성을 더 중요하게 봐야 한다. 주가가 꿈을 먹고 자란다고 하듯, 이 회사는 우리에게 어떤 미래를 보여줄지가 중요하고 그 서사가 어느 정도 합당하면 주가는 큰 폭으로 오르는 특성이 있다.

글로벌 10개 기업과 기술수출 계약

알테오젠은 핵심 파이프라인을 바탕으로 글로벌 10개 제약·바이오 기업과 기술수출(License-out) 계약을 체결하며 독보적 기술력을 시장에서 이미 충분히 입증했다. 총계약액이 43억달러(약 6조3천억원)나 되는 계약이 있을 정도로 꽤 괜찮은 품목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 똑같은 품목으로 미국 기업에 또 한 건의 기술수출을 했는데 총계약액이 과거와 견줘 너무 작아 그 실망감이 주가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제약·바이오 기업을 분석하거나 주식에 투자하려면 기술수출부터 이해해야 한다. 이 업계에서 오래 롱런하려면 좋은 약을 만들어 병원·약국 등을 상대로 영업을 잘해야 한다. 그래서 모든 기업은 약효가 기가 막힌 신약 개발에 올인할 수밖에 없다. 국내 위주로 영업하는 기업은 신약 개발 비용이 많이 발생하지 않는다. 특허가 종료된 신약의 개량복제 정도만 하면 된다. 소규모 기업이 그렇게 하는 데 내수시장이 너무 작아 경쟁이 치열하고 성장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미국이나 유럽 같은 더 넓은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세상에 없거나 매우 뛰어난 신약을 개발해야 하는데, 시간과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이런 신약을 개발하는 데 보통 15년의 기간이 필요하고 1조원 정도의 개발비를 투입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후보물질을 발굴해 임상 1·2·3상을 거친 뒤 미국 식품의약국(FDA) 같은 당국의 판매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에스케이(SK)바이오팜, 한미약품, 유한양행 같은 대기업이 이렇게 할 수 있다. 자본력이 약하고 적자가 빈번한 수많은 바이오 벤처기업이 후보물질 발굴부터 식품의약국 승인까지 모든 과정을 끌고 가는 것은 어렵다. 따라서 기술수출이 이들 기업에는 훨씬 유리한 전략이다. 즉, 식품의약국 승인 전 단계에서 신약 개발 기술을 외국 기업에 매각하는 것이다. 기막힌 후보물질을 발굴하면 바로 그 시점에 수출할 수도 있는데 대개는 임상 진행 중에 많이 이뤄진다.

알테오젠의 기술수출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스위스 제약기업 로슈의 유방암·위암 치료제인 허셉틴의 특허가 끝나 알테오젠은 바이오시밀러(생명의약품 복제약)를 개발하고 있었다. 임상 1상이 한창 진행 중이었는데 마침 중국 치루제약에 기술수출을 하게 됐다. 일정 계약금을 받고 나머지 임상시험은 기술을 수입한 치루제약이 진행하며 임상 통과가 될 때마다 수수료인 마일스톤(Milestone)을 받는 형태였다. 더 나아가 중국 식품의약국의 판매 승인을 받아 중국 내에서 판매가 이뤄지면 알테오젠은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Royalty)로 받기로 했다.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 기업 알테오젠의 주가가 최근 많이 내렸지만 당장의 실적보다는 기술력과 성장성을 더 중요하게 봐야 한다. 알테오젠의 바이오시밀러 생산 모습. 알테오젠 누리집

알테오젠이 장기간 중국에서 임상시험을 통과하고 판매 승인을 받는 것도 방법이지만 국외 제약사에 기술수출을 하면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고 투자금도 빨리 회수할 수 있다. 다만 기술을 수입한 국외 제약사가 임상시험 단계를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거나 자국 내 판매 승인을 받지 못하면 필요 없는 기술이 돼 다시 반환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이러면 기술수출로 많은 돈을 벌 거라는 꿈은 물거품이 된다. 그래도 많은 제약·바이오 기업이 계속 외국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 직접 15년 동안 1조원을 붓는 것보다는 불확실성이나 현금흐름상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알테오젠의 핵심 기술수출 품목은 ‘ALT-B4’라고 하는 ‘재조합 히알루로니다제’다. 이름이 복잡한데, 엄밀히 말하면 치료제(신약) 자체가 아니라 약물을 전달하는 방식을 바꾸는 플랫폼 기술이다. 병원에서 두세 시간 동안 정맥에 링거를 꽂고 맞아야 했던 정맥주사 형태의 항암제를 환자가 5분 내외로 직접 놓을 수 있는 피하주사 형태로 바꿔주는 기술이다.

알테오젠은 이 기술을 이미 7개 나라의 제약·바이오 기업에 수출했고 총계약액을 합치면 10조원이 넘는다. 현재까지 받은 금액은 이보다 훨씬 적고 앞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그렇다는 것이다. 각 국가에서 임상이 진행 중이고 모두 판매 승인을 받은 뒤 어느 정도 매출액이 나와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알테오젠은 계약액을 받을 때와 일정 요건이 충족돼 마일스톤이나 수수료를 받을 때 수익으로 처리한다. 꽤 큰 금액의 기술수출을 했으니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높게 평가되지만 실제 손익계산서에서 매출액은 작게 표시될 수밖에 없다.

긴 호흡으로 장기투자 해야

알테오젠이나 다른 바이오기업에 투자하는 주주는 이런 구조를 인지해야 한다. 주식시장에서는 그 회사의 기술수출 총액에 환호하지만 기술을 이전받은 기업이 임상을 진행하다 실패할 수 있다. 또한 식품의약국의 판매 승인을 받았는데 정작 매출이 많이 나지 않아 로열티가 적게 들어올 수도 있다. 이런 불확실성을 고려해 주식투자를 해야 한다.

10년여 전에 한미약품도 비슷한 일을 많이 겪으며 주가 급등락을 반복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도전으로 기업은 꾸준히 성장했고 지금도 많은 신약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런 기업에 투자할 때는 장기전을 염두에 둬야 한다. 케이(K)-바이오가 우리나라의 차기 먹거리임이 분명하니 긴 호흡을 갖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투자하면 좋을 것이다.

박동흠 공인회계사·한국금융연수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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