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해진 정해영 “욕도 많이 먹었지만…” 응원하는 팬들이 더 많았다, KIA 마무리가 일어선다

[스포티비뉴스=오키나와(일본), 김태우 기자] 아마도 동기 중에서는 가장 순탄한 프로 인생이었을지도 모른다. 중간 중간 위기는 있었지만, 전체의 큰 그림을 놓고 보면 ‘우여곡절’이라는 평범한 단어도 잘 어울리지 않는 선수였다. 일찌감치 팀의 핵심으로 자리했고, 스타덤에 올랐다.
KBO리그 역대 최연소 100세이브 타이틀이라는 빛나는 훈장을 가지고 있는 정해영(25·KIA)은 프로 2년 차였던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20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실적 있는 마무리 투수다. 또래 선수들 중 세이브 개수에서 정해영에 대적할 선수는 없다. 2024년에는 팀의 통합우승을 이끈 우승 마무리 투수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처럼 순탄했던 정해영의 프로 경력은 지난해 한 번의 브레이크가 걸렸다. 뭔가에 휩쓸려 지나갔다.
시즌 27개의 세이브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3.79의 평균자책점은 경력에서 가장 좋지 않았다. 피안타율이 0.299, 이닝당출루허용수(WHIP)가 1.51까지 치솟는 등 마무리로서는 불안한 성적에 머물렀다. 사실 시즌 초반까지는 구위가 좋았다. 그러나 중반 이후 급격하게 페이스가 떨어지더니, 이를 되살리지 못한 채 시즌이 끝났다. 운이 따르지 않은 장면들도 적잖게 있었지만 정해영은 “운을 탓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마무리는 뒤가 없다. 마무리가 무너지면 상당히 높은 확률로 팀은 진다. 굉장히 고독한 자리다. 정해영도 데뷔 후 가장 큰 비판에 시달렸다. 세상의 모든 이들인 적인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었다. 조금은 섭섭할 수도 있지만 감수해야 할 일이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주위도 많이 돌아봤고, 담담하게 넘어갔다. 비판하는 사람보다는 그래도 묵묵히 자신을 응원하는 이들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해영은 “일단은 욕도 많이 먹었다”고 멋쩍게 웃으면서도 “그래도 응원을 많이 받았다. 응원해 주신 분들을 위해서라도 더 잘해야겠다고 마음을 먹는 것 같다”고 심기일전을 다짐했다. 지난해 부족했던 점을 보완하고, 올해는 받은 사랑과 성원, 그리고 지원에 보답하기 위해 단단히 마음을 먹고 시즌을 준비하는 중이다.
캠프가 시작되기 전부터도 훈련 강도를 높였다. 1월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는 아침부터 나와 부지런히 러닝을 하고 캐치볼을 하는 정해영의 모습을 자주 찾아볼 수 있었다. 칼바람이 불어도 열심히 뛰었다. 지난해 부진이 결국 체력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하는 정해영이다. 그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운동량도 늘리고, 필라테스 등 다양한 운동 방법도 시도했다.
스스로 “시즌 초반에는 프로에 와서 가장 공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떠올린다. 그러나 관리를 하며 버텼어야 하는 시기에 그렇지가 못했다. 좋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편차가 심했던 이유로 뽑는다. 정해영은 “훈련량이 더 많아졌다. 이전에는 필라테스는 안 했기 때문에 더 많아졌다”면서 “체력과 커맨드 둘 다 문제였다. 일단 체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커맨드도 흔들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체력적으로 많이 운동을 했다”고 비시즌 중점 과제를 설명했다.

그 결과 몸 상태는 스스로 생각해도 만족이다. 아프지도 않고, 말끔한 상황에서 시즌을 시작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스스로 커지고 있다. 정해영은 “(지난해보다) 더 좋은 것 같다.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열심히 준비할 것”이라고 밝게 말했다. 기존 결정구인 슬라이더 외에 스플리터도 계속 연습하며 올해 구사 비율을 높여간다는 생각이다. 지난해 악몽의 무거운 기운보다는 새로운 기운이 느껴진다.
이범호 KIA 감독 또한 “빌드업을 하는 단계고, 차근차근 가는 단계다. 올해 몸을 만드는 부분은 빨리 만들었다. 피칭도 캠프 때 빨리 시작을 한 느낌이 있다. 공도 많이 던졌다”면서 “구속은 조금씩 더 올라올 것이라 생각한다. 몸을 만드는 것에 있어서나 모든 부분에서 잘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마무리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결국 팀에서 정해영을 대체할 선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정해영이 다시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부진 후 시즌이라 의욕과 부담 모두가 찾아올 수 있다. 정해영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간 공이 파울로 이어지는 것을 좋게 생각하고 있다. 구속이 144~145㎞까지 나왔는데 아직 3주 넘게 남았기 때문에 계속 경기를 던지면서 조금 더 올려야 할 것 같다”면서 “무조건 잘해야 한다. 내가 잘해야 팀 순위도 올라갈 확률이 높다. 안 다치고 잘 버티면서 잘 해야 한다”고 의욕을 다졌다. KIA 마무리가 다시 일어설 준비를 마쳐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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