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신약 25년, ‘블록버스터’ 왜 없나

김동주 기자 2026. 3. 6.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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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허가 38개…구조적 한계 분명
상업화 역량 관건…전주기 지원체계 구축 시급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신약 개발 25년의 궤적 위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축적했지만 글로벌 블록버스터 창출이라는 최종 목표까지는 여전히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 서울=한스경제 김동주 기자 |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신약 개발 25년의 궤적 위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축적했지만 글로벌 블록버스터 창출이라는 최종 목표까지는 여전히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가 건수 증가와 기술수출 확대라는 외형적 성장 이면에 상업화 역량, 약가 보상 체계, 임상 인프라 등 근본적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 허가 38개에도 글로벌 1조 매출 '공백'

한국보건산업진흥원(원장 차순도)이 최근 발간한 '국내 신약 25년의 이정표와 블록버스터의 탄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허가를 받은 국산 신약은 지난 2024년 기준 38개에 달하지만 연매출 1조원을  넘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 신약 개발은 1990년대 말 본격화됐다. 지난 1999년 SK케미칼 위암치료제 '선플라주' 허가를 기점으로 국내 기업들은 자체 연구개발(R&D) 기반 신약 창출에 도전해왔다. 이후 LG생명과학 '팩티브정', 동아제약 '자이데나정', 일양약품 '놀텍정' 등 다수의 신약이 허가를 받으며 국산 신약이라는 개념이 산업 내에 안착했다.

최근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의미 있는 매출을 창출하는 품목도 등장했다. HK이노엔의 '케이캡정'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며 국내 블록버스터 반열에 올랐고 유한양행의 '렉라자정'은 글로벌 임상과 기술이전을 통해 상업화 가능성을 입증했다. 중추신경계 질환 분야에서는 SK바이오팜의 '엑스코프리정'이 미국 시장에 직접 진출해 매출을 확대하며 국내 기업의 상업화 모델을 다변화했다.

그러나 성과 이면의 한계도 분명하다. 먼저 글로벌 블록버스터급 품목이 아직까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다수의 신약이 국내 시장 중심 매출에 머물거나 기술수출 계약 이후 개발·상업화 주도권을 해외 파트너에 넘기는 구조가 반복돼왔다. 이는 초기 단계에서의 리스크 분산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고부가가치 수익을 해외에 의존하는 한계로 이어진다.

또한 국내 약가·급여 체계가 혁신 신약의 가치를 충분히 보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위험분담제 확대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재정 관리 기조가 우선되면서 혁신성 대비 보상 수준이 글로벌 평균에 못 미친다는 업계 목소리가 나온다. 이는 R&D 투자 회수 기간을 장기화시키고 기업의 공격적 임상 투자 결정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임상 인프라와 데이터 경쟁력의 한계도 문제다. 글로벌 3상 대규모 임상 수행 경험은 늘고 있지만, 다국가 임상 주도 경험과 글로벌 규제 대응 역량은 여전히 축적 단계에 있다. 또한 임상 비용 상승과 환자 모집 지연은 개발 일정 리스크를 키우는 요소다.

◆ 가치 보상·자체 상업화 전환점

구조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 우선 혁신 신약에 대한 '가치 기반 약가' 체계를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 단순 비용 효과성 평가를 넘어 사회적 편익, 치료 대안 부재, 글로벌 경쟁력 등을 반영한 다층적 평가 모델 도입이 요구된다.

또한 후기 임상(2b·3상) 단계에 대한 공공·민간 공동 펀딩 확대가 필요하다. 후보물질 발굴과 초기 임상은 정부 지원이 활발하지만, 가장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후기 임상은 기업 단독 부담 구조가 일반적이다. 글로벌 상업화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선 이 구간에 대한 정책 금융·세제 인센티브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

더불어 글로벌 규제 대응 컨설팅, 해외 허가 전략 지원, 현지 판매 네트워크 구축에 대한 지원도 요구된다. 단순 기술수출을 넘어 '자체 상업화 모델'을 확대하려면 인력·법률·마케팅 역량까지 포괄하는 통합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국내 신약 개발 25년이 가능성의 증명 단계였다면 향후 10년은 지속 가능한 블록버스터 창출의 시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보고서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의 개발 사례에 대한 심층 분석을 통해 성공 요인을 체계적으로 도출하는 연구도 필요하다"며 "주요 블록버스터 신약들이 어떠한 임상 전략, 파트너십 구조, 자금 조달 방식, 규제 대응 전략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입했는지 분석함으로써 국내 기업이 참고할 수 있는 전략적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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