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도 다시 한 번?”…국힘 이러다가 ‘영남 자민련’도 어렵다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2026. 3. 6.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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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PK 지지율 변화 조짐…‘공천=당선’ 공식 흔들리는 보수 텃밭 
행정통합 갈등에 부정 여론 확산…무능한 리더십이 키운 민심 이반  

(시사저널=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둔 대한민국 정치 지형이 심상치 않다. 전통적으로 보수 정당의 난공불락 요새로 여겨졌던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와 최근 TK 행정통합을 둘러싼 빅데이터 및 여론의 흐름은 국민의힘에 '경고등'을 선명하게 비추고 있다. 한때 '공천이 곧 당선'이라던 보수의 성지에서 왜 이토록 서늘한 민심의 바람이 불고 있는지, 그 실체와 원인을 심층 분석해 봤다.

4개 여론조사 기관(케이스탯리서치·엠브레인퍼블릭·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한국리서치)이 2월23~25일 실시한 NBS 조사(전국 1002명 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 95%에 신뢰수준 ±3.1%p, 응답률 14.9%.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선거 구도를 물었다. 지방선거에서 '현 정부의 국정 안정을 위해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53%,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34%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정치적 승패를 결정짓는 중도층 여론이다. '여당 지지'와 '야당 지지'가 각각 56%, 30%로 나왔다.

3월3일 오후 국회본관 계단 앞에서 '사법독립 헌정수호를 위한 대국민호소 국민대장정 규탄대회'를 마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운데)와 송언석 원내대표(왼쪽) 등 의원들이 도보행진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국민의힘의 끝없는 집안싸움에 TK도 피로감 

국민의힘에 연령별 분석은 더욱 뼈아프다. 30대부터 50대까지의 허리 계층에서는 여당 후보 당선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국민의힘은 60대와 70대 이상 고령층의 강력한 지지에 의존하고 있으나, 이들 세대에서도 과거와 같은 결집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징후가 포착된다. 야당 내부의 갈등에 대한 피로감이 콘크리트 지지층 일부에도 균열을 내고 있는 것이다.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지역별 지지율이다. PK에서는 여야 지지율이 접전 양상을 보이거나, 특정 현안에 따라 여당이 우세를 점하는 조사 결과가 빈번히 등장한다. TK 역시 과거 80%를 상회하던 보수 정당 지지세가 20%대로 주저앉았다. NBS 여론조사에서 TK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28%로 동률이다(그림①). "아무리 미워도 찍어주겠지"라는 국민의힘의 안일한 판단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빅데이터 심층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 분석(2026년 2월16일~3월3일)'은 현재 TK 민심의 화약고가 어디인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행정통합'과 '대구경북'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형성된 여론은 차갑다 못해 살벌하다. 분석 차트에서 가장 크게 드러나는 단어는 '갈등' '반대하다' '우려' '졸속' '비판'이다. 이는 TK 행정통합이 지역 발전이라는 본래의 취지보다, 추진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 상실과 정치적 이해관계에 매몰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시민들은 '일방적' '위기' '혼란'이라는 단어를 통해 행정권력이 주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폭주하고 있다는 공포감을 드러내고 있다(그림②).

'대구경북' 연관어에서도 '기대하다' '도움' 같은 긍정어는 미미한 반면 '반발' '후유증' '차별' '폐업' 등 부정적 단어가 중심을 차지한다. 특히 '졸속'과 '강행'이라는 단어는 지역 정치인들이 주도하는 행정통합 추진 방식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투영한다. 행정통합이 지역 소멸의 대안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러한 민심의 이반 뒤에는 국민의힘 지도부와 지역 정치인들의 무능이 자리 잡고 있다. 장동혁 대표 체제의 국민의힘은 지역 내 갈등을 중재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당내 계파 갈등이나 중앙 정치의 논리에 매몰되어, TK 최대 현안인 행정통합 문제를 방관하거나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민들은 이를 '갈등 리더십'이라 명명하며, 통합이 아닌 분열을 조장하는 지도부에 등을 돌리고 있다.

TK 국회의원들의 행태는 더 처참하다. 행정통합이라는 거대 담론 앞에서 시민들의 우려를 대변해야 할 의원들은 중앙 정치의 눈치를 보거나 지도부 눈치를 보며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주민투표나 공청회 등 민주적 절차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중앙에서 결정하면 따른다"는 식의 무기력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지역 일꾼'으로서의 정체성을 상기시키기보다 '공천권에 목매는 직업 정치인'의 모습으로 비춰져 시민들의 배신감을 극대화하고 있다.

"무조건적 지지의 유효기간은 끝났다"

최근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TK 민심은 이제 국민의힘을 '우리 편'으로만 보지 않는다. "무조건적인 지지의 유효기간은 끝났다"는 경고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NBS 지표와 빅데이터 분위기가 선거까지 이어진다면, 국민의힘은 보수의 심장부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특히 PK에서의 패배는 당 존립 기반을 흔들 것이며, TK에서의 득표율 하락은 향후 정국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될 것이다. 지역 발전을 내세운 행정통합이 주민들의 동의 없는 졸속 추진이라는 낙인이 찍히면서, 이는 야당 후보들에게 가장 피하고 싶은 질문이 되었다. 

여당 후보들이 민주적 절차 복원과 시민 우선 행정을 기치로 내걸 경우, 국민의힘의 텃밭 논리는 무력화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TK와 PK 민심은 국민의힘에 최후통첩을 보내고 있다. 장 대표의 결단력 없는 리더십과 지역 의원들의 무기력함은 '보수의 심장'이자 '최후의 보루'인 지지층에게 자괴감을 안겨주었다. 행정통합이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정치적 치적으로만 활용하려는 태도를 버리지 않는 한, 빅데이터가 보여주는 분노와 우려는 선거 결과라는 차가운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국민의힘은 지금이라도 우왕좌왕하는 혼란을 멈추고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TK는 찍어주게 되어 있다"는 오만함이야말로 보수를 궤멸시키는 가장 큰 적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국민의힘이 진정한 지역의 대변자로 거듭나느냐, 아니면 역사 속으로 퇴보하느냐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민심은 이미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 파고를 넘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겸손한 경청과 책임 있는 정치뿐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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