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원전 유치신청 앞둔 영덕 주민들 "고향도 좋지만 먹고 살아야"
환경·시민단체 "관광·농산물 판매 악영향 우려"…지자체 조만간 설명회
![원전 유치 찬성 현수막 [촬영 손대성]](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06/yonhap/20260306070352201ymfq.jpg)
(영덕=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원자력발전소 외에는 답이 없습니다. 고향도 좋지만 먹고 사는 게 우선 아니겠습니까."
5일 오후,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이 동네 마을회관에서 만난 이미상(66) 이장은 원전 유치와 관련한 의견을 묻자 "원전 유치에 적극 찬성한다"고 말했다.
마을회관에는 주민 10여명이 모여 점심 식사를 마친 뒤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원전 유치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이 이장은 "우리 마을 주민은 예전에 원전 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도 100% 찬성이었고 지금도 그렇다"고 전했다.
바닷가 마을인 영덕읍 석리와 노물리는 지난해 3월 의성에서 시작해 경북 북부를 휩쓴 대형산불로 많은 집이 불에 타고 주민이 숨지는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노물리와 석리에는 '영덕수소&원전추진연합회' 명의로 "인구감소 소득감소 원전만이 답이다", "석리마을 주민은 원전유치에 100% 찬성한다"란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런 분위기는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석리 마을회관 앞에는 주민이 내건 현수막 4개가 붙어 있었다.
"떠나가는 영덕군민 원전 유치로 막아보자", "산불로 잃은 석리고향 원전 건설이 답이다" 등 모두 찬성 의견을 나타낸 글이었다.
석리 남쪽에 있는 노물리에서 만난 주민도 원전에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이름 밝히길 거부한 93세 주민은 "작년 산불에 집이 다 탔는데 땅이라도 팔면 좋지 않겠느냐"고 했고, 84세 주민은 "한국수력원자력이 보상을 많이 준다면 반대할 필요야 있겠느냐"고 답했다.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는 주민도 있었다.
한 70대 주민은 "원전이 들어오든지 말든지 신경을 안 쓴다"며 "전에도 들어온다고 했다가 안 되는 바람에 마을만 시끄러웠다"고 말했다.
영덕읍 노물리와 석리 일대는 2012년 정부가 원자력발전소를 짓기 위한 전원개발사업 예정 구역으로 지정 고시했다가 2017년 탈원전 정책으로 사업이 백지화됐다.
이 과정에서 원전 유치를 전제로 미리 돈을 빌려 자식에게 물려주거나 직접 장사 밑천을 마련해 뛰어들었다가 돈이 묶이는 바람에 손해를 본 사람도 많다고 한다.
복수의 대게상가 업주는 "별로 관심이 없다"라거나 "최근에야 원전 유치에 나선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사실 장사하기 바쁜데 그런 데 관심을 둘 여유가 어디 있느냐"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회나 대게를 팔며 생계를 꾸려가는 강구면 대게거리에서 만난 상인 상당수는 원전 유치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한 상점 주인은 "나도 전기를 쓰는 처지에서 원전을 반대할 이유가 있겠느냐"고 말했고 또 다른 상가 업주는 "원전 유치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밝혔다.
![원전 유치 반대 현수막 [촬영 손대성]](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06/yonhap/20260306070352447ktde.jpg)
영덕읍 곳곳에는 한국전문임업인협회 영덕군협의회, 영덕군행정동우회원일동 등 각종 단체 명의로 내건 원전 유치 찬성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반면 영덕참여시민연대는 읍내 곳곳에 "이익단체 배 불리고 다수 주민 고통 주는 핵발전소 유치 반대한다"란 현수막을 내걸었다.
환경·시민단체는 청정지역이란 이미지가 사라져 관광객이 줄거나 농산물 판매가 감소할 것을 우려한다.
이런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영덕 주민은 대다수 원전 유치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이 지난달 9∼10일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와 리서치웰에 의뢰해 군민 1천400명을 대상으로 여론을 조사한 결과 86.18%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11년 전인 2015년 11월 민간단체가 주도한 원전유치 주민 찬반투표에서는 유효투표수 1만1천139표 가운데 '원전유치 반대'가 91.7%(1만274표)를 차지했다.
다만 당시 정부는 법적 근거와 효력이 없다며 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투표율은 32.5%로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해야 한다는 주민투표법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원전 유치 반대 현수막 [촬영 손대성]](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06/yonhap/20260306070352982mndk.jpg)
환경·시민단체나 친환경농업인 등은 원전 유치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병환 전 군의원은 지난달 24일 군의회에서 군의원의 원전 유치 신청 동의안 표결을 방청하면서 "여론조사가 휴대전화가 아닌 집 전화로만 이뤄져 의도적으로 찬성을 유도한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천연가스화력발전소를 기저전력으로 활용한다면 인공지능(AI)에 대한 전력수요는 걱정할 것이 없다"며 "세계 최고의 기술이라면 이번에 짓는 원전은 수도권에 지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영덕군은 이런 반대 주민 의견을 고려해 주민설명회를 연 뒤 이달 30일까지 한국수력원자력에 유치 신청서를 낼 계획이다.
김광열 군수는 "지속적인 인구 감소와 지역경제 침체라는 구조적인 위기에 놓여 있고 지난해 초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봤다"며 "이런 현실 속에서 국가 전력 정책과 연계한 신규 원전 유치는 영덕의 미래 발전 방향을 새롭게 세울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원전 유치 찬성 현수막 [촬영 손대성]](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06/yonhap/20260306070353250lxsj.jpg)
sds1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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