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어디까지 가봤니

“박물관이 거기서 거기지 특별한 게 있겠어? 이 지역에 가도 그렇고 저 지역도 그렇고, 죄다 비슷비슷하지 않아?”
아직도 박물관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까. 예전엔 그랬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국립박물관에서부터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립박물관, 심지어 법인이나 대학, 개인 박물관까지 운영 주체는 물론 수집품의 내용도 다양하다. 박물관 투어가 여행 트랜드로 자리매김한 것도 최근의 일이 아니다. 특이한 박물관이나 우리 주변 보석 같은 박물관이 많다.
문화·예술의 공간, 국립해양박물관

외관을 보면 한 척의 큰 배를 연상시킨다. 부드러운 곡선미가 매력적이다. 영도 바다 인근에 위치해 멀리서 보면 마치 한 척의 배가 바다에 떠 있는 느낌을 준다. 연면적 2만 6000㎡ 규모로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으로 이뤄진 해양박물관은 전시동과 교육·연구동, 관람객을 위한 편의공간 등으로 나뉜다. 1층에는 로비와 기획전시실, 어린이체험관이 있고, 2·3층에는 해양의 역사를 조망할 수 있는 상설 전시실이 있다. 2층의 기획 전시실에는 지난해 12월 2일부터 열린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 기획전 ‘조개, 패각에 담긴 한국과 일본의 흔적’이라는 전시회가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국립해양박물관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한 전시·보존의 기능을 넘어선다는 것. 다양한 문화행사는 물론이고 각종 체험 행사를 마련하면서 박물관을 문화·예술의 공간으로 승화하고 있다. 물고기 먹이 주기 체험은 아이들에게 단연 인기다. 하루 2~3차례 진행되는 행사에는 어린이들이 수족관 상부에서 먹이를 뿌리며 유리창 너머가 아닌 가까운 거리에서 물고기와 교감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불 꺼진 박물관에서의 심야 영화 관람과 싱잉볼 명상 등의 체험 행사도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3월 새롭게 단장하고 재개관한 어린이박물관은 아이들의 천국이다. 해양문화유산을 직접 보고 만지고 느껴보고 미지의 바다에 대한 호기심을 탐구할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이 있다. 특히 5세 이하 어린이를 위해 새롭게 마련된 유아 공간 ‘섬마을 놀이터’에서는 발달에 도움이 되는 신체활동 놀이물과 감각 체험물이 인기다.
국립해양박물관이 단순히 전시를 넘어 문화 예술의 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연평균 80만 명 이상이 이곳을 찾고 있고, 지난해 말까지 누적 관람객 수는 1200만 명에 이른다.

토종 콩의 모든 것, 콩세계과학관
한국 콩의 역사와 문화, 종류, 생육, 변천사 등을 알려면 경북 영주시 부석면 임곡리에 있는 ‘콩세계과학관’으로 가면 된다. 2015년 개관한 이곳은 우리 식생활에서 가장 밀접한 콩, 그것도 토종 콩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곳이다.
콩세계과학관은 민간에서 태동했다. 2001년에 한국콩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가 발족됐고, 2008년 12월 영주시와 한국콩연구회가 콩세계과학관 건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현재의 콩박물관인 콩세계과학관이 탄생했다.

콩세계과학관 내 전시관은 5개 관으로 이뤄져 있는데, 콩의 생육과 생태환경, 다양한 토종 콩 이름, 콩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 미래의 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다. ‘우주작물 1호’인 콩은 단백질 공급원의 역할은 물론 미래 에너지로도 쓰인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콩을 즐겨 먹어야 겠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콩세계과학관은 전시 이외에도 영주의 특산물인 부석태로 메주만들기, 두부와 두유 만들기, 콩나물 키우기, 콩요리 만들기 등의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아이와 함께 라면 건물 옥상에서 1층까지 내려가는 롤 미끄럼틀을 타 볼 것을 추천한다. 일반 미끄럼틀과는 달리 바닥에 롤이 달려 있어 재미가 쏠쏠하다.

커피하면 부산, 국제커피박물관
커피의 메카 부산, 매년 글로벌 커피 페스티벌이 열리는 부산에서 커피박물관이 없다면 말이 안 되는 얘기다. 동구의 옛 부산진 역사에 ‘국제커피박물관’이 2022년 문을 열었다. 각양각색의 전 세계 커피 기구 2000여 점이 전시돼 있어 커피 기구의 역사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국제커피박물관은 커피를 사랑하는 한 시민이 40년간 전 세계를 다니며 모은 기구들을 기증해 마련된 것으로 현재 동구청이 관리하고 있다.

국제커피박물관은 단순한 전시에 그치지 않고 체험에 비중을 둔다. 이 곳에서는 커피추출 체험과 음용까지 하는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 중이다. 사이폰, 퍼컬레이터, 비긴, 터키쉬, 모카팟 등 다양한 커피 기구들을 이용해서 추출하는 시연도 볼 수 있다. 8명 이상이면 신청 가능하다. 아카데미도 준비 중이다. 국제커피박물관은 지금까지 누적 관람객 약 10만 명을 기록하며 부산 커피 문화 확산의 중심 역할을 해오고 있다.

수리조선업 역사 깡깡이마을박물관

깡깡이 아지매의 고된 삶의 흔적은 깡깡이마을박물관에서 찾을 수 있다. 2018년 깡깡이마을 생활문화센터 2층에 개관한 이곳에는 배를 수리하던 깡깡이 아지매들의 작업 도구부터 선박 제작에 쓰였던 여러 기구들을 볼 수 있다. 깡깡이 아지매가 사용했던 망치, 생명을 지탱했던 밧줄과 널빤지 등 당시 도구들을 보면서 그 시절 치열했던 삶의 흔적들 속에서 그녀들의 애환과 희망을 함께 찾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