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심장부 타격한 AI, 중국에 ‘전력 노출' 우려도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기 전 수도 테헤란 곳곳에는 이미 공작원이 잠복해 있었다.
수만 개의 눈이 이란 지도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고 출퇴근 경로와 경호 패턴, 회의 장소까지 실시간으로 파악해 이스라엘 정보당국과 이스라엘방위군(IDF)에 보고했다. 이들의 정체는 교통카메라와 인공지능(AI)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CNN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수년 전부터 테헤란 시내 전역의 교통카메라를 해킹했고 위성 영상, 인적 정보와 결합했다. AI가 이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오차 범위 1m 이내의 타깃 좌표를 그려냈다.
이란 공습은 전쟁의 판도 변화를 보여준다. AI와 통신망을 활용한 사이버 전력이 승패를 갈랐고 자폭 드론 등이 새로운 전력으로 떠올랐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공습 이전에 방대한 데이터를 모아 적의 정보를 낱낱이 파헤쳤고 AI를 동원해 전략을 짰다.
교통카메라로 정보 모으고 AI가 전략 짜

이란 공습 당일이었던 2월 28일에도 미국과 이스라엘은 사이버전에 먼저 나섰다. 미국 사이버사령부와 우주사령부는 공격 직전 이란의 통신망을 교란시키고 대응 전력을 무력화했다.
37년간 신권정치를 이어왔던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위치를 정확히 타격해 공격한 것에도 CIA의 정보력과 함께 AI 전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댄 케인 미국 합참의장은 3월 2일 “우주 및 사이버사령부의 협조로 작전지역 전역의 통신·감시망을 효과적으로 교란했으며 적(이란)은 상황을 인지하거나 조정·대응할 능력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은 이란 공습에 앤트로픽의 AI 모델 ‘클로드’를 활용했다. 클로드는 현재 미군 기밀 시스템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활용할 수 있는 AI다.
미국은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하는 과정에서도 클로드를 활용했다. 클로드가 이번 공습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 언론은 클로드가 정보 평가, 타격 목표 식별, 전투 시나리오 시뮬레이션에 활용됐다고 보도했다. WSJ는 “앤트로픽의 기술은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 등 협력 업체들을 통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로 추정되는 세력은 이란의 ‘국민 앱’도 해킹했다. 2월 28일 공습과 동시에 이란 국민 500만 명이 사용하는 기도시간 알림 앱인 ‘바데사바’에 전쟁이 시작됐음을 알렸다.
이날 오전 바데사바 앱에서는 ‘도움이 도착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시작으로 ‘심판의 시간이 왔다’, ‘이란의 무고한 국민에 대한 잔혹하고 무자비한 행위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 ‘무기를 내려놓고 해방군에 합류하라. 자유로운 이란을 위하여’ 등의 알림이 30분간 지속됐다.
현재 이란의 인터넷 접속은 평소의 1% 수준으로 파악된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미국의 사이버 공격과 공습으로 인한 광케이블 손상뿐만 아니라 이란 국민의 결집과 해킹을 막기 위한 이란 정부의 차단 조치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3000만원 드론이 20억원짜리 미사일 대응
미국이 AI와 스텔스기를 활용한 첨단전에 나설 때 이란은 드론을 통한 ‘가성비 공격’에 나섰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란이 개발한 3000만원짜리 자폭 드론 ‘샤헤드 –136’이 미국의 고비용 미사일을 무력화하고 있다.
이란은 드론으로 미국 방공망뿐만 아니라 기업의 데이터센터를 직접 겨냥하며 인프라 폭격에 나섰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아랍에미리트(UAE) 데이터센터 2곳이 이란의 드론 폭격을 받았고 바레인 시설 1곳도 피해를 입었다고 3월 2일 공식 발표했다.
이로 인해 UAE 전역에서 앱과 디지털 서비스 장애가 속출했다. 배달·택시 플랫폼 카림, 결제 서비스 알란과 허브페이가 멈췄고 은행과 기업용 소프트웨어 서비스도 일시 중단됐다. 중동 지역의 군사 충돌이 과거 에너지·해상 물류 분야에 영향을 끼쳤다면 현대전에서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모든 영역에 파장이 확산될 수 있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다.
중동은 그동안 글로벌 빅테크의 클라우드 거점 역할을 해왔다. AWS,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은 중동에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 계획을 내놨고 오픈AI는 UAE와 함께 초대형 AI 인프라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해킹과 화재 정도를 대비해온 데이터센터가 미사일 앞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글로벌 AI 허브 역할을 지속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나온다.
CSIS는 “과거 분쟁에서 이란 등 적대세력은 걸프 협력국들의 송유관과 정유시설, 유전 등을 표적으로 삼았다”면서 현 시대에는 “데이터센터와 이를 지원하는 에너지 인프라 등이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미국, 중·러에 ‘첨단 전력 노출’ 우려도

이번 전쟁의 승기는 미국이 잡았지만 내부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다. 미국이 AI의 위력과 첨단 전술을 과시하면서 러시아와 중국에 전력을 노출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병서 중국경제연구소장은 “미국이 2류 군사 국가인 이란을 전자전·정보전 역량을 적극 노출하면서 진짜 전략경쟁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미군의 작전교범, 전자전 주파수, 킬체인 구조를 거의 완전히 파악하는 전례 없는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란의 방공망을 무력화하는 과정에서 노출한 전자전 주파수, 스텔스기 운용 패턴, AI 표적 선정 알고리즘이 중국과 러시아에 전례 없는 ‘실전 학습 데이터’가 됐다는 것이다.
전 소장은 “특히 중국제 방공망(HQ-9B)이 미군의 전자전에 무력하게 뚫리면서 중국이 이를 계기로 스텔스 침투를 잡아내는 장파 레이더와 극초음속 요격 체계, AI 기반 통합 방공망 개발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미국의 무기 소비 속도를 확인한 만큼 원자재 단계부터 공급망을 틀어쥘 수 있는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를 더욱 대담하고 정교하게 무기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 역시 이번 전쟁이 ‘AI 군사화’의 신호탄이 됐다고 분석한다. 미 중부사령부가 앤트로픽의 클로드 등 민간 AI 모델을 실전에 투입해 타격 목표를 선정한 사실은 중국에 ‘기술 자립’의 명분을 제공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은 지난해 전승절 열병식에서 다양한 무인 장비를 선보였으나 미국의 ‘AI 국방’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이란 공격을 ‘정치적 명분’으로 삼은 중국이 자국산 AI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면서 향후 글로벌 AI 패권 다툼은 더욱 거칠어질 전망이다.
통신 및 클라우드 전문 리서치 기업인 MTN 컨설팅의 아룬 메논 수석 애널리스트는 “중국 당국이 그동안 (AI 군사화와 관련해) 외국 공급업체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국 내 AI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해왔다”며 “미국의 이번 이란 공격은 정치적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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